[문화칼럼] 김호일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사무총장

김호일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사무총장

 생명문화도시와 국제문화도시를 향해 숨 가쁘게 나아가는 청주는 겨울문전에서도 각종 행사가 넘쳐났다. 청주는 지난 11월 '2016젓가락페스티벌'을 열었다. 아름답다 못해 눈부신 전시물이다. 그대도 아침에는 어김없이 수저를 들었을 것이다. "젓가락에 삶을 담다 젓가락에 멋을 담다 젓가락에 흥을 담다"라는 주제로 천년의 향기 속으로 안내했다. 지구상에 어디 이러한 광경을 예상이나 했던가? 11월9일 저녁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중국과 일본으로부터 '동아시아 문화도시'로 맺어진 '문화형제'들이 청주를 찾아왔다. 여덟 살 꼬마에서부터 80노인까지 남녀노소 다양한 문화형제들이다. 식사를 대접한다. 수저를 들고 문화를 이야기한다. 아름답다. 사랑이다. 문화의 힘이다. 술 한 잔을 권한다. 놀라운 표정이다. 이 또한 흥이요 아름다움이다. 인사를 나눈다. 진지하다. 문화의 힘이다.

 여기서 필자가 바라보는 중국과 일본 그리고 우리의 문화차이를 느낀다. 이것은 중국인들의 모습이다. 그들은 좌석을 돌며 낯선 이들에게 다가간다. 술을 권한다. 격려하고 칭찬한다. 면면이 하나하나 빠짐없이 찾아가 인사와 담소를 나눈다. 그룹을 이루어 힘을 담아 건배를 소리친다. 씩씩하다. 용감하다. 다음은 일본의 차례이다. 상냥하다 미소가 가득하다. 허리와 목으로 눈으로, 손을 모으고 인사를 나눈다. 친절이다. 싹싹한 미소이다. 동일하다. 언제나 예의바르다. 다음은 우리의 차례이다. 스스로 먼 좌석까지 가지 않는다. 앞과 뒤 주변 사람들과만 가볍게 인사하는 정도이다. 쑥스러워 한다. 낯을 가린다. 수줍다. 필자가 보기에는 유독 파티문화에 어색한 한국이며, 설령 장관이나 도지사나 국회의원이나 시장이나 지체 높은 분이라도 행사에 참석해있으면 더욱 나서기를 꺼린다. 눈치만 보며 의전에만 신경 쓰는 분위기가 대부분이다.

 국제회의나 외빈들과 함께하는 오찬이나 만찬에는 너나 할 것 없이 상호 교제하고 대화하고 명함을 나누고 다음을 기약할 줄 알아야한다. 권위적인 사회구조에 숙달되고 상관의 지시에 따라서만 움직이는 조직문화의 분위기에 젖어있다. 현대는 인적네트워크시대이며 사람이 재산이기 때문에 넓혀야 승리한다. 특히 문화는 '문화로 영토를 넓혀야 세계를 제패할 수 있다.' 필자는 3개월 전에 일본 '니가타'시를 방문하여 '니가타 북방박물관'에서 전시에 필요한 유물을 요청한 적이 있다. 처음만난 우리들에게 일본은 언제나 '무엇을 어떻게 도와 드릴까요?'이다. 협조적이며 설령 요구사항이 안 되더라도 친절한 인상을 남긴다. 국가 간의 문화교류를 진행하면서 만나게 되는 장벽도 여러 가지이다. 과거 중국의 경우에는 '상부와 상의하고 답을 주겠다.'라는 응답이 주를 이루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오늘 진행한 행사의 결과물을 다음날 아침이면 바로 전달이 될 만큼 신속하게 처리되는 행정의 속도를 보고 놀라움을 금하지 못하였다. 2016동아시아 문화도시 중국 '닝보'시의 경우를 말한다. 그러나 한국은 그리고 청주는 특이하다. 지자체나 대학교수나 단체에 협조를 구할라치면 언제나 먼저 하는 말이 있다 '공문을 보내라'이다. 여기서 '공문'이란 무엇인가? 개인의 결정으로 얼마든지 처리할 수 있는 일까지도 '당신보다 더 윗사람의 요청을 구하겠다'는 태도이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이런 모습의 '청주'로는 결코 국제도시가 될 수 없다. 관주도형이며 권위주의적 의식으로는 절대로 문화로 나아갈 수 없다. 세계는 지금 SNS라는 디지털혁명 사회관계망시대를 넘어 '빅데이터'의 시대이며, 로봇정보시대이다. 이러한 정보의 홍수 속에 생활하는 현대의 청주시민들과 주민들은 더 이상 기다릴 시간이 없다. 우리는 모든 면에서 변화해야한다. 바뀌어야 이긴다. 다시 돌아가 '2016젓가락페스티벌'을 생각해보자. 이것은 오랫동안 국내외 문화계에서 일 해온 필자로서도 감동할 만큼 의미 있고 놀라운 행사였다.

 젓가락이란 무엇인가. 청주를 넘어 우리민족의 문화원형에 대한 재발견이다. 16억 동아시아 인류가 매일같이 하루 세 번 이상 손에 들고 생명을 유지하는 삶의 도구를 문화로 공예로 예술로 산업으로 확장하는 일을 청주의 두뇌로 청주의 손과 발로 만들어 내지 않았는가. 벌써부터 트집을 잡고 방해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환영이다. 합당한 비판을 기대한다. '젓가락은 가락을 맞추는 생명의 리듬이다', '젓가락은 짝을 이루는 조화의 문화다', '젓가락은 음식과 인간의 인터페이스다'라고 청주의 명예시민 '이어령'은 말하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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