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이학준 청주청원경찰서 율량지구대

이학준 청주청원경찰서 율량지구대

 '남의 가정사에 왜 참견이냐', '우리끼리 알아서 할 테니까 너흰 빠져라' 지구대 경찰관이 가정폭력 신고 사건 현장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듣는 말이다. 1분 1초를 다투어 현장에 도착해서 이런 말을 들으면 맥이 풀린다. 더군다나 피해자까지 이런 말을 한다면 경찰관은 난감할 수 밖에 없다. 당사자들의 협조가 없다면 설득하는수 밖에 없다. 2015년 접수 된 22만 7천727건의 가정폭력 신고 사건 중, 경찰에 가정폭력 사범으로 검거된 사람은 4만8천여 명이다. 일평균 약 130여명이 가정폭력 사범으로 검거될 정도로 가정폭력은 더 이상 집안일로만 생각하기에는 당사자들의 정신적 물리적 피해가 심각한 경우가 많다.

 이에 경찰은 가정폭력을 4대악 중 하나로 지정하여 가정폭력 긴급 전화 1366, 여성의 집 등 정부와 함께 적극적인 지원과 예방 활동 하고 있다. 또한 급박한 현장 상황에 맞게 즉각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당장 사건화 하지 않더라고 지속적인 상담과 치료를 통하여 실질적인 도움을 통하여 예방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하지만 아직도 대부분 가정폭력을 가정 내에서 발생하는 작은 일로 외부에 알리면 안 되는 치부로 생각한다. 어차피 같이 살아야 할 배우자이고 가족이라는 생각 때문에 사건화 되기를 꺼려하는 것이다.

 가정폭력 신고는 지난해 기준 하루 평균 약 624건이 접수되었고, 같은 해 23만2천35건 하루 평균 약 635건 발생한 교통사고와 비슷할 정도로 가정폭력은 우리 주변 어디에서나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가정폭력 피해자의 신고는 8% 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외부 개입을 꺼려하고 사회적 문제라는 인식이 떨어진다. 가족 구성원 내부에서 발생하는 일들이기 때문에 신고 없이는 경찰의 개입 또한 있을 수 없다. 많은 제도적 지원 장치가 주변의 관심 없이는 무용지물이 된다.

 가정폭력도 교통사고처럼 우연치 않게,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사고이다. 더 이상 가정 폭력을 숨기고 싶은 일이 아니라 작은 사고라는 생각으로 신속한 신고가 필요하다. 작은 사고가 더 커져 걷잡을 수 없어지기 전에 신고 할 수 있는 인식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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