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김대식 천안 ㈜다영푸드 대표

김대식 천안 ㈜다영푸드 대표

웰빙(well-being)과 힐링(healing)의 뒤를 이어, 이제는 자연주의가 식품을 포함한 패션과 전자 등 거의 모든 카테고리에서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천연', '유기농', '친환경', '자연주의' 등 각자 주장하는 용어는 다양하지만, 그 핵심은 자연상태 그대로임을 강조하는 것이다. 유기농의 사전적 정의를 살펴보면, '화학적인 성분을 사용한 비료나 농약을 사용하지 않은 땅에서 자란 천연성분으로 만들어진 물건으로, 화학비료나 농약을 최소 3년 이상 사용하지 않은 땅에서 퇴비나 유기질 비료만을 이용해 재배한 허브, 한약재 등'을 말한다.

 이러한 유기농은 특히 최근 들어 가습기살균제 등의 화학제품으로 인한 폐해가 대두되면서 더욱 각광받고 있고, 일부에서는 일체의 화학물질을 배격하고 천연재료만 사용하자는 노케미(No-chemi)운동까지 벌어지고 있다. 일상생활 용품인 치약, 샴푸, 에어컨 살균제, 차량용 필터 등에서도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함유됐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부터 화학물질에 대한 공포가 사회일반으로 확산되고 있고,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안전한 친환경 제품을 찾기 위한 소비자의 고민은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얼마전까지만 해도 유기농에 관한 관심은 극성스런 육아맘이나 건강에 관심이 많은 극히 일부 계층의 얘기였지만, 가습기 살균제 문제가 공론화된 이후 급속히 사회의 주류흐름으로 편입되기 시작했고, 이제는 생협이나 유기농 전문매장 등을 통해 이제는 생활 속에 정착되는 단계에 이르고 있다.

 최근 홍콩에서는 유기농 작물, 제철과일ㆍ채소, 건강식품 등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이들 제품에 대한 유통ㆍ판매 플랫폼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한다. 고급 소매점과 대형 유통체인에는 유기농 작물 및 건강식품 코너를 따로 운영하고 있는 등 유기농 식품군에 대해 고급화, 전문화시키고 있고, 이들 제품의 판매성장률이 일반제품에 비해 월등하다고 한다.

 캐나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최근 '사회와 환경에 대한 책임(Social and Environmental Consciousness)'을 중시하는 윤리적 소비행태가 강조되고 있다. 특히 소비행위를 자신의 정체성과 연계한 의사표시 수단을 사용하는 경향이 두드러지면서 유기농 건강식품을 선택해서 먹고 친환경 의류로 검증된 제품만 구매하며, 개발과정에서 잔인한 동물 실험을 하지는 않는지 검증된 업체의 천연 화장품만 선택구매하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 또한, 생산업체의 사회공헌활동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이익금의 지역사회기부여부를 중요하게 따지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발달된 유기농 국가로 꼽히는 덴마크는 총소비식품의 10%를 유기농 식품이 차지할 정도로 유기농 식품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가 매우 높은 국가이다. 덴마크는 1980년대부터 국가에서 조직적으로 유기농 제품의 시장확대를 위한 정책을 펼쳐왔다. 유기농으로 전환한 농업인에게 보조금을 지급하고, 공공분야 단체급식의 유기농 제품 사용을 확대해 왔으며, 유기농 인증 마크를 엄격히 관리해 오고 있다. 덴마크 소비자들도 또한 '환경과의 공존'이라는 대전제에 인식을 같이 하고, 제품의 원산지와 제조과정을 꼼꼼히 살펴보며 건강한 식품을 소비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이제 식품을 넘어, 의류와 장난감으로 그 저변을 넓히고 있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유기농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뜨거워지고 있으나, 이에 대한 이해도는 낮은 편이라 여러가지 부수적인 오해와 충돌이 예상되고 있다. 일반농산물에 비해 평균 1.7배정도 비싼 유기농 농산물을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것은 유기농이기 때문에 더 안전할 것이라는 소비자의 믿음과 유기농이기 때문에 더 건겅할 것이라는 소비자의 믿음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유기농 인증제도 자체가 아직은 생소하고, 유기농에 대한 정보제공도 여의치 않다. 등급제도 실시되지 않고 있고, 인증마크도 제각각이라 일반 소비자로서는 구분할 방법이 요원하다. 유기농의 특성상 균일화되기 어렵고, 색깔도 제각각일 수 밖에 없지만, 예쁘고 깨끗한 것만 찾는 소비자의 경향도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이다.

 모든 논란에도 불구하고, 유기농은 여전히 '가치있는 소비'의 표상이다. 어렵고 힘들더라도, 심각한 환경오염과 기후변화로 인한 생태불균형으로부터 우리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한 최선의 대안이며, 우리 몸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다. 좋은 식품을 만들기 위한 생산자의 고민 못지않게 현명한 소비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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