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홍양희 충북테크노파크 기업지원단장

홍양희 충북테크노파크 기업지원단장

유럽의 작은 마을 시장 어귀에서 고사리 같은 손으로 물건을 진열해 놓고 손님을 맞이하는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가진 어린 아이를 나이 지긋한 어른들이 그윽한 미소로 바라보면서 과연 제품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얼마에 파는 것인지 진심어린 관심으로 칭찬해 주는 모습을 본적이 있다. 아이들은 본인이 직접 만든 물건을 팔아 돈을 받아서 신이 나고 자랑스러워한다. 부모님의 용돈조차도 어떤 댓가로 얻을 수 있는 것인지, 그 용돈이 때로 차이가 날 때 그 이유는 무엇인지 경제활동의 체험을 통해 자연적으로 습득하게 되니 재화의 가치와 경제적 유용성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경제교육이 생활 속에 내재화 되고 있음에도 충동적 소비가 문제시되고 있다. 굳이 바꿀만한 큰 이유가 없음에도, 기능이 꼭 필요하기 보다는 자신의 정서적 만족, 내가 그 제품을 쓰는 사람들 사이에 속하였다는 쾌감, 혹은 즐거움을 느끼기 위한 과소비가 일반화되고 있다. 신용카드가 보편화되면서 혜택은 당장 누리고 비용은 나중에 치르는, 즉 기쁨과 고통을 분리한 것이 소비경제 전반에 뿌리내렸다.

 이와 같이 눈앞의 작은 이익을 위해 나중에 얻게 되는 큰 이익을 포기하는 경향성에 대해 미국의 저널리스트 폴 로버츠는 '충동(근시)사회'로 정의한다.

 노동의 가치 그리고 재화의 효용에 대한 교육과 실행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선진국의 경우 무엇보다 소질과 자질을 키워주는 시스템 아래 초등교육 과정 중에 이미 1차적 진로를 확정함으로써 자신의 역량에 맞추어 하고 싶은 일을 즐기면서 실행하고, 적어도 시험성적 또는 직업의 귀천에 대한 승자와 패자가 존재하지 않고 단지 각각의 역할과 필요성에 의해 상호 공존하는 교육과 직업윤리가 자리매김하고 있다.

 반면 우리의 경우 일의 내용보다는 형식을 중시할 뿐만 아니라 삶을 지배하는 기준이 나 자신이 아닌 외부에 존재함으로써 자신의 시험성적이나 자신이 선택한 직업을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평가하고 바라보는가에 집착하고 있다. 예컨대, 구인구직 미스매칭의 주요한 요인 중 하나로 숙련의 정도를 들고 있다. 관련 산업을 전공한 고학력자일지라도 입사를 하고 나면 근 1년 이상의 현장실무 재교육이 필요하다고 한다. 사정이 이러하다보니 애써 신규직원을 채용하고 실무교육을 거쳐 실전 투입할 수 있는 요건이 되면 다른 기업에서 좋은 조건을 제시하여 특별채용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무엇 때문일까? 실무와 동떨어진 이론 위주의 교육 그리고 자신의 소질과 자질에 관계없이 외부인의 잣대에 진로가 결정되는 결과이다. 특성화고를 졸업하고 기술명장으로 우뚝 자리매김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직장인이 있는가하면, 일찍이 산업현장에서 갈고 닦은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경영으로 크게 성공한 이들도 많다.

 기술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창출하면서 새로운 아이템을 통해 지속가능한 경영이 이루어지고 그를 믿고 회사를 신뢰하는 직원들의 높은 만족도가 애사심과 함께 생산성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사회경제적 기업, 마을기업, 1인 창조기업 등 창업이 붐을 일으키고 있지만, 좋은 아이템, 훌륭한 기술이 있어도 경영 또는 돈의 흐름에 문외한이니 실패하는 경우가 허다한 상황에서 현장 중심의 맞춤형 교육이 더욱 절실하다.

 어린 시절부터 시장체험, 자기주도적 소비계획 작성 등 실물경제 학습체험을 통해 합리적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경제적 판단능력이 신장되도록 해야 한다. 나아가 가상의 회사를 설립하여 사업 아이템을 직접 선정하고 제작, 홍보, 판매, 정산활동을 진행하는 실질적 체험을 통해 실생활과 연계하고 실질적 소득 활동을 체험하는 교육과 훈련이 요구된다.

 10살 때 어려운 집안 형편 때문에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고 인쇄소에서 일을 배우기 시작하여 열정과 노력으로 능숙한 인쇄기술을 습득하고, 글 쓰는 솜씨를 늘려가기 시작한 어린아이. 24살에 인쇄소를 경영하게 되고 계몽사상가로서 미국 건국의 아버지이자 달러화 인물 중 100달러 지폐에 나와 있는 벤저민 프랭클린이 '만약 돈의 가치를 알고 싶으면 나가서 그만큼의 돈을 빌려보라'는 말이 어느 때보다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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