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새누리당은 요즘 '불임정당(不姙政黨)'이라는 말을 듣고 있다. 당내 차기대권주자들이 모두 탈당대열에 합류했기 때문이다. 정당의 기본 지향점은 대선 승리를 통한 정권 창출인데 불임정당이라고 하면 정권창출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민들의 여망을 담아낼 대선주자가 전혀 없다면 그 정당엔 희망이 없다.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정당은 존재가치가 없다. '불임정당'이라는 말을 듣는 것은 정당으로서 치욕적인 말이다. 그래서 '체육관 선거'로 당선된 전두환 정권을 탄생시킨 민정당에서도 '불임정당'을 경계했다. 1984년 권익현 민정당 대표는 당 기관지인 '국책연구' 창간호에서 "정권의 퇴진과 함께 사라지는 '불임정당'이 아닌 정권을 창출하는 정당의 탄생이라는 새정당사를 기록해야할 소명을 안고 있다"고 밝혔다. 문민정부로 정권교체를 두려워한 것이다.

그래서 선거판에선 후보를 내지 못하는 정당을 공격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2011년 민주당도 한나라당으로부터 '불임정당'이라는 비아냥을 들었다. 당시 6.2 지방선거때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만 하면 따놓은 당상(堂上)이던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박원순 변호사에게 위해 과감히 양보했다. 무소속 시민후보였던 박 변호사가 경선에서 민주당 박영선 의원을 꺾으면서 민주당은 서울시장 후보를 내지못했다. 대의정치의 위기, 정당정치의 추락이라는 말이 나왔지만 민주당은 서울시장 후보를 내지못해 '불임정당'이라는 말을 들은 것이 가장 뼈아팠을 것이다.

지금은 새누리당이 박근혜 대통령의 실정(失政)으로 존폐의 기로(岐路)에 섰다. 새누리당은 한나라당에서 당명을 바꾼이후 정권을 재창출했지만 박근혜 정권 퇴진과 함께 사라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비박계의 대거 탈당에 잠재적 대권주자들이 모두 동참했다. 여권내 잠룡으로 불리던 유승민 의원을 시작으로 원희룡 제주지사도 탈당 의사를 밝힌데 이어 오세훈 전 서울시장 역시 탈당 쪽으로 기울어진 상태다. 역시 대권 후보였던 남경필 경기지사는 이미 탈당했다. 특히 친박계가 공을 들여온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영입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보수 후보중 유일하게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와 경쟁하고 있는 반 총장은 박근혜 대통령을 공격하면서 친박과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반 총장이 폐족 위기에 빠진 친박계보다는 비주류 신당이나 제3지대를 선택할 것이라는 관측이 높아지고 있다.

새누리당은 마지막 희망이었던 반 총장에게도 외면을 당한다면 대선판의 구경꾼이 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 내년초 반 총장의 귀국이후 전현직 원내대표인 정진석·정우택 의원등 충청권에 기반을 둔 정치인들이 탈당해 반기문 진영에 합류한다면 새누리당은 더 이상 존재감이 없어진다. 친박계만 남은 새누리당이 조기대선을 앞두고 정계개편과 보수재편의 소용돌이속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질 지 아니면 간판이라도 유지할지 예단할 수 없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불임정당이라는 말을 듣는 것은 수권능력을 완전히 상실한 것이다. 국민정서에 역행하는 오만하고 편협한 정당의 종착지를 보여주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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