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오홍진 대신증권 본점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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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 있던 당사(대신증권)가 32년 만에 명동으로 다시 이사를 간다. 같은 블록에 있는 대우증권도 미래에셋증권과 합병하며 명동 근처로 이사를 간다. 여의도는 명실공히 정치, 경제, 방송의 중심지이었으나, 가장 먼저 방송사가 이주를 하고, 일부 증권사들도 여의도를 떠나 명동 등으로 이사를 가고 있다. 아직 여의도에는 금감원, 증권거래소, 예탁원, 증권금융, 협회 등이 위치하고 있어, 증권사가 있기에 적절하지만, IT와 교통의 발달 등으로 여의도 외의 지역에서도 불편하지 않게 근무하고 있다.

지금 여의도는 겨울날씨만큼이나 스산하다. 탄핵정국을 맞은 국회는 한해가 가는 지도 모르게 어수선하고, 증권가는 어려워진 업황으로 구조조정이 상시화 되고 있다. IMF때나 들었던 희망퇴직이 왕왕 들리고, 주변의 음식점들도 장사가 안 된다는 푸념이 어렵지 않게 들린다. 여의도 골목에서도 저성장 고령화의 어두운 그림자가 예외 없이 드리우고 있다.

미국에서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며 가혹한 무역전쟁을 예고하고 있고, 우리와 무역교류가 많은 중국이 미국과의 경제전쟁을 앞두고 있어서, 양 강대국의 틈바구니에 낀 우리나라로서는 어디로 가야할지 갈피를 못 잡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한국 정치의 혼란기를 맞아 리더쉽의 부재가 자칫 경제회생의 골든 타임을 놓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여러 가지 면에서 우리나라는 전환기를 맞고 있다. 산업사회가 끝나고 본격적인 서비스 산업으로 탈바꿈하고, 저성장, 고령화, 저환율의 가속화가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하고 있다.

2016년 한해를 마감하며, 새로운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몇 가지 주목해야 할 이슈들을 점검해 보겠다.

첫째, 오랜 저금리가 끝나고 금리가 상승하는 추세전환을 하고 있다. 이것은 경제적으로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파급효과가 엄청나다. 그 동안 경제를 진작하기 위한 저금리 정책은 유동성을 강화하여 경제를 살리고자 하였으나, 우리나라의 경우는 자산가치만 상승하게 하고 성장의 측면에서는 효과를 못 보았다. 이런 와중에 미국을 필두로 한 금리 인상 기조는 그나마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안주한 후유증이 쓰나미처럼 밀려올 것으로 보인다. 전반적으로 유동성의 축소는 고통스런 인내의 시간을 요구한다.

둘째, 미국, 중국의 양 강대국의 대립이 몰고 올 파장이 가늠하기 힘들다. 아직 회복되지도 않은 우리 경제는 전통적인 우방 미국과 실리를 추구할 수 있는 중국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낀 신세가 될 가능성이 크다. 우방이라고 해도 녹녹하지 않은 트럼프 정권을 잘 아우르고, 우리나라를 견제하려는 중국을 잘 달래야 하는 만만치 않은 숙제가 앞에 놓여져 있다.

셋째, 부동산, 증권, 채권 등의 자산가치가 전반적으로 하락할 우려가 있다. 저금리를 바탕으로 몇 년간 부동산은 호기를 맞았으나, 금리가 올라가고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면서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채권은 이미 금리가 올라가며 투자의 매력이 떨어졌고, 증권도 몇 년간의 박스권을 뚫고 상승하리라는 기대가 크지 않은 상황이다.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며 십여 년 간 지탱한 큰 흐름이 바야흐로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하고 있다. 각 경제주체는 새로운 국면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할 상황이다.

국가는 위기관리와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고, 기업은 신성장 동력 발굴과 경쟁력강화에 대비해야 한다. 저금리를 바탕으로 급격하게 부채를 늘린 가계는 사실상 가장 큰 난관에 직면해 있다. 가계부채 뇌관이 터지면 걷잡을 수 없는 충격을 줄 것이다. 가계는 하루속히 부채축소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새로운 패러다임에 경제주체들이 잘 대응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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