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적용 어려워…대부분 보험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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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매일 이완종 기자] 지난 주말 가족들과 함께 마트에 장을 보러온 A씨(37·회사원)는 황당한 일을 경험했다.

그는 마트에서 볼일을 마친뒤 차로 돌아와 보니 차량 왼쪽 범퍼쪽에 손가락 두개 정도 크기의 흠집이 났다. 사고를 낸 당사자는 연락처 조차 남기지 않은 상태였다. 괘씸한 마음에 블랙박스를 뒤져 사고를 낸 차량을 확인하고 경찰에 신고했지만 돌아온건 보험으로 처리됐다는 통보 뿐이었다. 진정성 있는 사과를 받고 싶었던 그는 불편한 기색을 감출 수 없었다.

이처럼 대형마트, 영화관 등 공공장소에서 주차된 차량에 사고를 낸 뒤 유유히 빠져나가는 속칭 '주차 뺑소니'가 성행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근절은 어려운 상황이다. 실질적으로 도로교통법을 적용시키기 어려울 뿐더러 처벌도 솜방망이 수준에 그쳐있기 때문이다. 피해자를 두번 울리는 이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선 합리적인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

27일 충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도내 발생한 물피도주 사고는 2013년 1천710건, 2014년 2천266건, 2015년 2천272건, 2016년 현재 2천272건으로 매년 증가세를 띄고 있다. 그러나 증가세를 띄고 있는 이 '주차 뺑소니'는 블랙박스나 CCTV 등을 통해 가해자를 확인해도 실질적으로 처벌 할 수 없고 보험처리로 수리비용만 보상 받는 수준에서 끝나는 것이 대부분이다.

여기에는 도로교통법상 '사고 후 미조치'라는 처벌 조항이 있지만 적용 시키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도로교통법 제54조에 따르면 '교통사고를 낸 경우 즉시 정차해서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는 규정을 두고있다. 이를 어길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명시돼 있다. 하지만 이 조항은 인명피해의 발생이나 유류물 낙하와 같은 교통상의 장애를 일으키는 대형 사고의 경우 적용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적용범위가 적다.

또한 재물손괴를 적용을 위해 고의성이 입증돼야 하지만 '나는 몰랐다'라 주장하면 적용시키기 어려워진다. 때문에 일선 경찰에서도 신고가 들어오면 블랙박스 영상과 CCTV영상을 확보해 가해자를 찾아 보험처리하는 정도로 사건을 종결짓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현행법상 명확한 처벌 기준이 없기 때문에 보험처리를 하는 한편 시민들의 윤리의식에 맡길 수 밖에 없다"며 "'안걸리면 그만'이라는 생각들이 많아지며 악순환이 이뤄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이어 "그나마 내년부터 벌칙금이 부과돼 물피도주 건수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근본인 운전자들의 인식 개선 없이는 이같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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