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엄재창 충북도의회 부의장·새누리당·단양

자료사진 / 중부매일 DB

호질기의(護疾忌醫) 또는 휘질기의(諱疾忌醫)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중국 전국시대 명의인 편작(扁鵲)과 채(蔡)나라 환공(桓公)의 고사에서 유래되었다. 편작이 환공을 보고 피부에 병이 들어 지금 치료하지 않으면 병이 심해질 것이라고 말하였으나, 환공은 자신은 병이 없다며 듣지 않았다. 열흘 뒤 편작은 다시 환공에게 이젠 병이 근육까지 퍼져 서둘러 치료하지 않으면 더 심해질 것이라고 말하였으나 환공은 역시 이를 무시했다. 다시 열흘 뒤 편작은 환공에게 병이 내장까지 미쳤으므로 빨리 치료하지 않으면 위험하다고 경고하였으나 환공은 충고를 귀 기울여 듣기는커녕 화를 내며 무시했다. 다시 열흘 뒤 환공을 찾은 편작은 멀리서 바라보기만 하다 돌아가 버렸다.

환공이 편작에게 사람을 보내 이유를 묻자 편작은 병이 이미 골수까지 퍼져 고칠 수 없기 때문에 그냥 돌아온 것이라 말했다. 그로부터 닷새 후 환공은 온몸에 고통을 느끼기 시작했고, 그때서야 서둘러 편작을 찾았으나 편작은 이미 떠난 뒤였고 환공은 얼마 후 세상을 떠났다.

북송(北宋)의 유학자 주돈이는 통서(通書)에서 "요즘 사람들은 잘못이 있어도 다른 사람들이 바로잡아 주는 것을 기뻐하지 않는다. 병을 숨기면서 의원에게 보이지 않아 몸을 망치면서도 깨닫지 못하는 것과 같다"라며 당시 세태를 비판하였다. 이렇게 유래한 '호질기의'는 병을 숨기고 고치려고 하지 않아 결국 자신의 몸을 망치는 것과 마찬가지로 잘못이 있는데도 남의 충고를 들으려 하지 않는 태도를 비유한다. 지금 충북경제자유구역청의 실상이 '호질기의'에 딱 들어맞는 대표적 사례다.

2014년 12월 9일 동료 의원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배신을 염려하며 청주공항 MRO 사업이 과연 추진 가능한지 물었다. 이에 도지사는 "잘되고 있다. 카이를 믿는다"며 피부를 넘어 근육이 썩어가는지도 모른 채 호언장담했다. 며칠 뒤 23일 카이는 경남과 MOU를 체결하며 충북을 떠났다. 다음 해 1월 MRO 사업의 추진 가능 여부를 재차 묻는 질문에 충북도는 "아시아나와 협약을 맺을 것이며, 카이가 MRO의 전부가 아니다", "실패할 경우 사죄를 열 번, 백 번이라도 하겠다"고 말했다. 이후에도 충북도는 "충북의 100년 먹거리 사업을 추진하는 데 도움을 주지 못할망정 훼방은 놓지 말아 달라"며 내장이 썩는 줄도 모르고 충고를 귀에 담지 않았다. 골수까지 썩어버린 올해 9월 아시아나의 최종 불참 통보를 받고 나서도 "국가정책 방향이 잘못됐다", "국토부 탓이다"라며 반성하기보다 변명하기 급급했고, 결국 며칠 전 MRO 사업을 전면 포기하며 스스로 사망선고를 내렸다.

엄재창 충북도의회 부의장

이란 투자유치 포기 선언도 마찬가지다. 정치·경제 상황에 대한 충고에도 '충북도 사상 최대 외자유치'라며 치적 자랑에만 앞서다 눈 감기 직전 자진 사망선고를 내렸다. 초기투자비용 수백억과 도민과의 약속을 날리고 '열 번, 백 번의 반성'도 잊은 채 사직서 제출로 마무리하려 한다.

조만간 충북도의회 항공정비산업점검 특별위원회에서 에어로폴리스지구 활용방안에 대한 마지막 충고를 할 예정이다. 도지사와 충북경제자유구역청은 이를 귀담아 듣고 개선책을 찾는데 온 힘을 다해야 한다. 그리고 밀실·불통행정과 변명으로 일관했던 모습을 철저하게 반성하고 책임자 문책도 확실하게 마무리하는 용기도 보여주어야 한다. 그래야 '제2의 MRO'사태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