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신용한/서원대학교 석좌교수

이 사진은 해당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 자료사진 (클립아트코리아)

붉은 닭의 해가 밝자마자 많은 사람들이 지난 병신년(丙申年)의 악몽들을 떨쳐버리고 새 희망의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조기대선 국면과 맞물려 정치 이야기도 꽃을 피우기 시작했고, 오랜 침체를 겪고 있는 경제에도 웃음꽃이 활짝 피기를 기원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수출이 29개월만에 증가하고 경상수지도 57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는 희망적인 통계들도 속속 발표되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 서민들이 발붙이고 있는 현실은 왜 이리도 팍팍하게만 느껴지는 것일까.

모 일간지가 경제전문가 100인에게 새해 한국경제의 뇌관이 무엇이냐고 물은 결과 '내수부진', '국정혼란', '가계부채', '수출부진' 등의 순으로 답하고 있다. 이 가운데 내수부진과 가계부채 등은 서민 생활과 직결되는 것들인데, 이러한 당장의 걱정거리 앞에서 4차산업혁명이나 인공지능 등의 거창한 돌파구들은 다소 거리가 먼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자영업은 은퇴한 고령층뿐만 아니라 마땅한 직장을 구하지 못한 젊은층도 개인사업에 많이 뛰어들면서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쉽게 진입할 수 있는 업종은 외식업종인데 이미 국민 78명당 음식점 1개꼴로 포화상태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최근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까지 터져 닭과 오리를 주재료로 한 음식점들의 경영난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치킨전문점 49.2%는 3년 이내 폐업하고 있고, 연말연시에도 외식업체 10곳 중 8곳의 매출이 감소하였으며 외식업체 운영자의 30%가 경영난으로 휴폐업 및 업종전환을 고려하고 있다. 외식업종의 폐업율이 23%에 달하고 있는데, 이러한 외식업체의 극심한 불황과 지속적인 매출 감소는 고용과 일자리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여기에 작년 9월부터 시행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속칭 김영란법)'도 외식업체의 경영난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현장에선 아우성이다. 예년에는 연말연시 모임으로 특수를 누릴 시즌에도 온기는 없었다. 이렇듯 갈수록 어려워지는 자영업에도 희망의 빛이 깃드는 새해가 되기를 기도한다.

불황이 깊어지면서 월급 빼고는 다 올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서민의 삶이 더욱 고단해졌다. 최근 계란 한판이 만원을 훌쩍 넘고 배추와 무, 감자 등 농수산물 및 맥주, 라면, 빵 등 생필품 가격도 줄줄이 오름세다보니 설을 앞두고 치솟는 밥상물가에 주부들의 표정이 어둡기만 하다. 물가상승을 제외한 실질소득이 전년 동기대비 0.1% 감소했으니 서민들이 체감적으로 느끼는 물가상승은 훨씬 더 높을 것이다. 또한 국내외 정치적 변수에 불안감을 느낀 서민들이 옷도 새로 사입지 않을 정도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주택청약 등 목돈이 드는 부문은 더 말할 나위 없이 위축되었다. 아파트 청약경쟁률이 한자리 수로 뚝 덜어져 10곳중 3곳이 미달되고 미분양 우려도 계속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100만명의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추산한 결과에 따르면 1년 사이에 17% 이상 급증했다. 지난해 가계 부채 변화는 5% 이상 증가했다는 응답이 46%로 가장 많았고, 10% 이상 증가했다는 답도 35%나 될 정도로 양과 질 모두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데 금융당국의 정확한 대응으로 서민들이 안정적으로 대응책을 세우며 가계경제활동을 해나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렇게 각 분야 지표들에서 보듯이 고단하고 팍팍하기만 한 서민 삶이지만, 내수 경기 회복을 위해 '규제 완화를 통한 기업 투자 활성화', '의료·금융 등 서비스 산업 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 '확장적 재정 정책을 통한 경기 부양', '세제 개선을 통한 소비 증진' 등이 실효성있게 추진되어 희망차게 시작한 정유년, 서민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가득하고 희망의 빛이 비추이는 새해가 되길 간절히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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