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上. 카페골목만 즐비...정체성 잃다

[중부매일 이완종 기자] 청주지역 명소로 불리는 '수암골'이 정체성을 잃고 있다. 수암골은 70~80년대 생활양식과 삶의 방식이 그대로 보존된 채 주변환경과 조화를 이루며 명소로서의 가치를 인정받는다. 그러나 이러한 가치를 보존하고 활성화기 위한 다양한 사업이 물거품이 되고 상가건물의 '난개발'이 이뤄지며 그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 여기에 원주민과 입주민들 사이에 양극화도 심화된 상태다. 이에 수암골의 실태와 대책 등에 대해 두차례에 걸쳐 보도한다. /편집자

자료사진 / 중부매일 DB

수암골이 청주시의 '소극적 행정'으로 가치가 희석되고 있다. 시가 수암골의 관광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해왔지만 사업 자체가 백지화 되거나 그 효과가 미비해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는 본래의 취지를 잃은채 카페 상가건물만 즐비하게 들어섰다.

과거 청주시의 달동네로 통했던 수암골은 2008년 충북민족미술인협회 이홍원 화백 등이 골목 곳곳에 벽화 50여 점을 그려 놓으면서 '벽화마을'로서 탈바꿈한다. 이후 카인과 아벨, 제빵왕 김탁구, 영광의 제인 등의 드라마 촬영장소로 각광 받으며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시도 '수암골 명소화 사업'이라는 명목 아래 드라마촬영지원, 연예인 동상 설치, 벽화 개보수 등 20억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해 관광명소로서 가치를 올리는데 힘을 쏟지만 이들 명소화 사업들이 겉돌며 대책없는 난개발이 가속화 된다.

앞서 시는 2012년 표충사 일대 7천170㎡의 터에 17동의 한옥을 세워 '한옥 관광자원화 사업지구'로 지정하고 한옥체험마을을 조성하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실효성 문제가 제기돼 택지조성 과정에서 사업이 전면 백지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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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에는 '수암골 공예 체험 희망문화 프로젝트'라는 사업을 계획했지만 이 마저도 관철되지 못하는 등 매년 수암골의 명소적 가치를 높이기 위한 사업계획은 백지화를 거듭하고 있다.

청주시 관계자는 "수암골은 공용화장실·주차장을 제외하고 대부분이 사유지"라며 "자연발생적으로 관광지가 된 수암골은 재산권 침해를 우려 벽화그리기, 편의시설 확충, 등의 지원을 할 수 있지만 대단위 종합계획은 제한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종합계획이 수립이 어려워 방향성 없는 난개발이 가속화 됐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최근 시가 수암골과 연계하는 '한류명품드라마 테마파크'까지 조성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이 마저도 애물단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청주시 상당구 수동 '수암골'이 난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카페촌에 상가건물을 신축하는 추가 공사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면서 마을의 가치마저 퇴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 김용수

시는 옛 시장 관사와 인근 시유지에 총 사업비 96억원을 들여 연면적 2천15㎡, 3층 규모의 체험전시관·영상전시관 및 김수현전시관 등 '김수현드라마아트홀'을 만들고 있다. 이를 통해 청주대부터 옛 시장관사까지 1.7㎞의 거리를 드라마 거리로 조성해 연계시킴으로써 한류관광명소화를 하겠다는 복안이지만 성공 여부는 '미지수'다.

이에 대해 지역의 한 인사는 "수암골은 청주시의 몇번의 '소극적 행정'으로 정체성이 사라진지 오래"라며 "현재는 '한류드라마'라는 이미지가 씌어져 있지만 유명 연예인의 동상을 몇개 세웠다고 해서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현실성 있는 문화적 마스터 플랜을 구상해 수암골의 정체성을 만들고 '수암골 활성화 방안'에 대해 단기계획이 아닌 장기계획을 짜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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