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희세] ②노숙자의 벗, 송재희 목사

청주지역 노숙인의 오랜 벗으로 통하는 가덕순복음교회 송재희목사는 청주 중앙공원, 성안길, 지하상가 등에서 생활하는 노숙인들에게 쉼터를 제공하고 있다. / 김용수


[중부매일 김정미 기자] 누구도 반기지 않았다. 씻지 못해 지저분했고, 때론 분노에 가득 차 거칠었다. 손버릇이 나쁜 경우도 있었다. 범죄 가능성은 꼬리표처럼 따라 다녔고 다수의 시민들은 불편한 시선을 보냈다. 그렇게 그들은 노숙인이라는 이름으로 도심 속 섬처럼 격리된 삶을 살았다.

청주 중앙공원에서, 성안길 지하상가에서, 무심천 하수구에서 생활하던 노숙인들에게 언제라도 찾을 수 있는 쉼터가 생긴 것은 13년 전이다. 노숙인을 향한 '혐오의 시선'을 '따뜻한 관심'으로 돌려야 한다며 교회를 연 가덕순복음교회 송재희(54·여) 목사는 청주지역 노숙인의 오랜 벗으로 통한다.

"2003년에 전도하러 중앙공원에 갔더니 할아버지 한 분이 낙엽을 태우고 있었어요. 몸을 녹이겠다고 술을 드셨는데 얼마나 추운지 코에서 콧물이 줄줄 흐르고 있었죠. 마음이 좋지 않았어요. 마침 율량동에 남편 명의의 헌 집이 있어서 이분들을 위해 집을 내어주기로 했습니다."

뜻은 좋았지만 주민들의 반대는 극심했다. 거주 자체가 불가능했다. 할 수 없이 2004년부터 사역지인 가덕에서 노숙인들을 재우기 시작했다. "매주 목요일 밤 10시만 되면 남편과 함께 봉고차를 몰고 중앙공원으로 갑니다. 길에서 잠을 청하는 분들을 태우고 교회로 들어오는 거죠."

길 위에서 생활하던 대부분의 노숙인들은 쉼터에 적응하지 못했다. 건강을 되찾은 소수의 사람들만 새벽 인력시장을 찾으며 재기에 성공했다.

가덕순복음교회 송재희 목사 / 김용수

이성재(53)씨도 송 목사의 도움으로 건강을 회복하고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막일을 하다 다리를 다쳤는데 추운 겨울에 노숙을 하다 보니 몸과 얼굴이 퉁퉁 붓고 말이 아니었습니다. 목사님 덕분에 건강해지고 다시 일도 나갈 수 있게 됐죠."

십여 년의 세월이 흐르는 사이 송재희 목사는 노숙인들 사이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인사가 됐다. 충북도청 공무원인 남편이 아내의 뜻에 공감하면서 부부는 생활비 전체를 노숙인을 위한 쉼터 운영비로 쏟아 붓고 있다.

"남들은 험한 일이라고 하는데 저는 두려움이 없어요. 가능성을 봤거든요. 조금만 도와주면 그분들도 각자의 달란트로 다시 일어설 수 있더라고요."

노숙인들이 사회의 쓰임 받는 일꾼으로 거듭날 때 송 목사는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교회에서 생활하는 노숙인들은 직접 텃밭을 일구고 농사를 지으며 자급자족하는 법을 훈련하고 있다. 변화는 변화를 낳았다. "병든 몸과 마음을 회복한 사람들이 또 다른 노숙인들의 회복을 도와주고 있어요. 일을 해서 번 돈으로 방을 얻어 독립하는 분들도 있고요."

몇 해 전에는 접근이 쉬운 시내에 청소년과 여성 노숙인을 위한 쉼터를 추가로 열었다. 전용쉼터가 없다보니 여성 노숙인들은 각종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더 높았다. "뜻하지 않은 계기로 인해 누구나 길에 내몰릴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분들이 다시 일어서려면 혐오의 시선이 아닌 관심이 필요해요."

송 목사의 희망은 노숙인들이 스스로 돈을 벌어 자기 소유를 갖게 해주는 것이다. 그 희망을 위해서 매일 기도한다. / 김용수

여전히 주민들의 시선은 겨울 한파만큼 차갑기만 하다. 노숙인은 물론이고 이들을 보호하는 송재희 목사 부부를 향한 시선도 예외가 아니다.

일도 삶도 팍팍함의 연속이지만 송 목사는 여전히 희망을 이야기 한다. "스스로 돈을 벌어 자기 소유를 갖게 해주고 싶어요. 좌절을 딛고 일어난 분들은 다시 불쌍한 사람들을 위해 희생하고 봉사하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노숙인들의 일하는 공동체, 그것은 제 꿈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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