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김경구 아동문학가

이 사진은 해당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 자료사진 (클립아트코리아)

우리 집에는 길고양이 두 마리가 삽니다. 노란 줄무늬를 가진 '오순이'와 하얀 털이 많은 '구름이'란 고양이지요. 작년 5월 5일 아침에 엄마 길고양이 '흰눈이'가 낳은 새끼들입니다.

모두 다섯 마리를 낳았는데 옆집 경희네 한 마리 주고 두 마리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두 마리만 남았습니다. 그게 바로 오순이와 구름이입니다. 아, '흰눈이'는 새끼를 낳고 한두 달 뒤 약을 먹은 것인지 어느 날 갑자기 "객객"거리다 죽고 말았습니다. 흰눈이랑 너무 정이 들어서 한동안 기분이 이상했지요. 흰눈이는 외출했다 돌아올 때 골목입구까지 마중을 나왔거든요. 그리고선 발치에 누워 갸릉갸릉 거리기도 하고 바짓단에 몸을 비비곤 했습니다.

몇 년 전부터 우리 집 울타리 한 쪽에는 길고양이가 살고 있습니다. 물론 집도 종이박스나 사과 상자로 만들어 주고 겨울에는 스티로폼으로 만들어 주지요. 초등학교 저학년이던 둘째가 우리 집 근처에서 죽은 엄마 고양이 옆에 새끼 고양이를 데리고 오면서부터 키우기 시작했습니다. 그 고양이 이름을 '꾸꾸'라고 지어주었지요. 반질반질 까만색에 꼬리 끝만 하얀색인 꾸꾸는 참 영리했습니다. 사실 저는 고양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잘 살았으면 하는 마음에 우리 가족은 우유와 사료를 주는 등 잘 보살펴주었습니다. 너무 작고 힘이 없어 잘 걷지 못하던 꾸꾸는 며칠 후 걷기도 하고 우리 가족을 잘 따랐습니다. 소파 한쪽에 재우다가 우리 집 외벽 한쪽에 라면상자로 집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꾸꾸는 금세 몸이 커졌습니다.

한번은 제가 외출했다 돌아오는데 강아지보다 더 빨리 달려오는 게 아니겠어요. 저는 너무 기뻐 "꾸꾸야, 꾸꾸야"라고 부르며 다가온 꾸꾸 앞에 앉았습니다.

그리곤 꾸꾸의 앞 다리를 잡아 살짝 흔들어 주고 잘 쓰다듬어 주었습니다. 평소 많은 차 소리 중에서 내 차 소리를 어떻게 아는지 주차를 하면 어디선가 쪼르르 달려 나왔습니다. 뿐만 아니라 내 발걸음 소리를 어떻게 아는지 골목 입구에만 와도 달려와 반겨주었지요. 그 이후 꾸꾸는 여자 친구가 생긴 듯싶었고 가끔 집을 나가길 반복했습니다. 그리곤 이따금씩 집 근처에 나타나 "저 잘살고 있어요." 라고 얘기 하는 것처럼 "야옹~"하다가 또 어디론가 사라졌습니다. 작년 늦가을에 마지막으로 봤는데...나타날 때가 됐는데 무슨 일이 있나 걱정이 됩니다.

꾸꾸가 사라질 무렵 집 근처에 새끼 고양이 한 마리가 붙어 울어댔습니다. 그래서 새끼 고양이를 꾸꾸 집에 넣어 주고 사료를 주었습니다. 그러다가 흰눈이를 만나고 현재의 오순이와 구름이를 만난 것입니다. 한적한 주택가다 보니 동네 어르신들은 먹다 남은 음식 등을 가져다주기도 하고 지나가는 학생들도 가끔씩 문어 다리 같은 것을 던져줍니다.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어가기도 하고요.

김경구 아동문학가

그런데 고양이와 함께 하면서 알게 된 것인데 고양이가 배고플 때와 즐거울 때, 슬플 때 목소리가 다 다르다는 것입니다. 그 전에는 고양이 소리가 그저 "야옹~"이지 뭐, 라고 생각했는데 신기합니다. 저는 이제 조금씩 알 거 같습니다. 그래서 오순이와 구름이가 "야옹~"하면 배고픈 것과 놀아달란 소리를 구별할 수 있습니다. 요즘도 외출할 때와 돌아올 때 가장 먼저 챙기는 것이 고양이들 밥과 물입니다. 언제까지 두 녀석과 함께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함께 있는 동안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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