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망향동산서 "새 합의로 한 풀어드려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11일 충북도청 기자실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황교안 총리의 위안부 상황 악화발언 자제에 대해 "그런 말을 하기 전에 정확히 무슨 합의를 했는지부터 밝혀야 한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 신동빈

[중부매일 한인섭 기자] 문재인 전 더민주당 대표의 충청권 방문은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의 '급소'를 눌러 귀국에 따른 '컨벤션 효과'를 일정부분 차단하려는 의도로 해석되고 있다. 동시에 반 전 총장이 자란 충주 동향인 이시종 충북지사(더민주당)를 단단히 묶어 두려는 포석으로도 받아 들여 지고 있다. 문 전 대표는 11일 충남 천안과 청주를 방문해 '한·일 위안부 합의'를 박근혜 대통령의 또 다른 국정 농단으로 규정한 후 재협상 추진 의지를 밝히는 방식으로 '환영' 입장을 밝힌 반 전 총장의 '급소'를 공격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충북도청 브리핑룸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일본군 위안부는 국제사회에서 이미 '성노예'로 규정하는 등 다시는 없어야 할 반인륜·반인권적 범죄였다"고 강조하고 "돈 보다 일본의 사죄가 위안부 문제의 기본"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일본이 소녀상 설치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부산총영사관을 귀국시키는 등의 행위를 하고 있는데, 황교안 총리가 무슨 항의를 했냐"며 "어느 나라 총리냐고 묻고 싶다"며 목청을 높였다.

문 전 대표는 "소녀상 문제에 대해 정부가 왜 언급을 하지 못하는 지, 이면합의가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 분명히 밝힐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문 전 대표는 앞서 이날 오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안장된 충남 천안시 국립망향의 동산을 방문해 고(故) 김학순 할머니 묘소를 참배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일본과의 위안부 합의는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농단 가운데 하나"라고 주장하고 "새로운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 전 대표는 "문제의 핵심은 일본이 법적 책임을 인정하고, 사죄하는 것"이라며 "위안부 합의는 10억엔의 돈만 받았을 뿐 공식적인 사죄조차 받지 못한 것"이라며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어 "살아계신 할머니 40명의 평균 연령이 90세인만큼 돌아가시기 전에 한을 풀어드려야 한다"고 강조하고 "공식적인 사죄조차 받지 못했던 합의인만큼 새롭게 합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 전 총장은 2015년 12월 28일 UN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을 통해 "한·일 위안부 합의를 환영한다.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총리의 리더십과 비전에 감사한다. 대통령이 올바른 용단을 내린 점에 대해 역사가 높게 평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충북지역 민심을 살피기 위해 11일 충북도청을 찾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마중 나온 이시종 충북지사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신동빈

문 전 대표는 이날 오후 2시 20분부터 30분동안 충북도청에서 이시종 지사와 환담을 나눴다. 이 지사는 이날 KTX 세종역 추진 철회 등 충북 11개 현안을 대선 공약에 반영해줄 것을 건의했다.

문 전대표와 이 지사는 이같은 현안에 대한 언급과 별개로 대선 국면에서 '정치적 협력 방안'을 놓고 선문답을 주고 받았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문 전 대표로서는 안희정 충남지사가 대권 경쟁자로 나선 상황이어서 이 지사가 '보조'를 맞추지 않을 경우 충청권에서 '재미'를 보기 어려운 형국이 된다.

이 지사의 경우 반 전 총장에 대해 정서적 친밀감을 넘어 '통일 대통령'을 배출하는 것이 시대적 소명이라는 소신을 여러차례 밝힌 바 있다. 반면 '친노 진영'에 대해서는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은 입장을 견지해왔다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이 지사를 면담한 후 가진 간담회에서 "노무현 대통령 선거 때는 대선 승부를 좌우하는 충청권에서 이겨 승리했는데, 지난 대선에서는 (충청권에서) 패해 결국 졌다"며 "이번에는 좋은 성적을 받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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