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설]

자료사진 / 중부매일 DB

10년간 뉴욕생활을 청산하고 12일 귀국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첫 행선지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대표의 고향인 부산과 호남민심을 좌우하는 광주다. 반면 문 전 대표는 11일 반 전총장의 고향인 충북 청주를 방문했다. 양측 모두 다분히 의도적인 포석이다. 조기대선을 앞두고 진보와 보수를 대표하는 '양강' 후보의 신경전이 본격화된 분위기다. 하지만 '프레임 정치'로 상대후보를 흠집 내겠다는 전략은 국민을 현혹시키는 짓이다.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문 전 대표는 '정권교체'와 '대세론'을 주창하며 새도우 캐비넷(Shadow Cabinet)을 구성하고 공약을 잇따라 제시하는 등 유력 대권후보로서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는 최근 청주방문에서도 '지방분권'과 '혁신도시 시즌 2' 등 다양한 공약을 쏟아냈다.

하지만 그가 가장 하고 싶은 말은 예상대로 '반기문 때리기'였다. 그는 "참여정부때 외교안보수석과 외교부 장관을 지낸 반 전 총장이 UN사무총장에 당선 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했기 때문에 정치를 하려면 우리와 함께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그러나 친박 또는 비박, 제 3지대에서 (정치를)하려고 하는데 만약 집권을 하더라도 박근혜 정부의 연장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는 전형적인 '프레임 정치'다. 더민주당에서 정치를 하지 않고 다른 길을 걷겠다면 친박 세력으로 몰아 부치겠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최순실 국정농단사건으로 탄핵심판까지 가면서 '불통과 무능, 부패'라는 이미지를 꼬리표처럼 달고 다닌다. 문 전대표는 반 전총장을 이같은 부정적인 프레임에 집어넣어 차별화하겠다는 전략이다. 그의 발언이 새삼스럽지는 않다.

더민주당내 친문세력이 그동안 줄기차게 주장했던 이분법적인 사고의 연장선상에 있다. 그의 논리대로 한다면 비박이나 제 3지대론을 앞세운 정치인들도 모두 박근혜 정부의 연장이라는 얘기가 된다. 이는 자신만이 옳다는 독선적인 사고다. 단순한 선거전략 적인 발언이라고 보기엔 너무 억지스럽다.

최근 몇 년간 '친박'과 '친문'은 한국정치를 후퇴시켰다. 박 대통령은 불통과 독선으로 자신을 식물대통령으로 몰아넣고 국정혼란을 야기했지만 문 전대표도 당당하게 비난할 위치에 있는 것은 아니다. 문 전 대표가 당대표 시절 일방적인 독주와 '불통'으로 일관하다 당의 분열과 분당 사태를 초래했다. 자신이 필요할때는 유능한 인물을 영입했다가 쫓기 듯 분당하면 '배신자'로 낙인찍었다.

포용과 소통의 정치는 없고 '친문당(親文黨)'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당을 지배해왔다. 그러면서도 자신과 대척점에 있다고 '박근혜 세력'으로 몰아 부친다면 그 누구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 전대표가 진보성향의 열렬한 지지를 받듯이 반 전총장도 외교부 장관과 유엔의 수장을 지낸 보수진영의 소중한 정치적 자산이다. 뿐만 아니라 비문(非文) 중에는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 손학규 전 더민주당 고문, 유승민 의원도 있다. 나라의 명운(命運)을 좌우할 대선을 앞두고 자신과 경쟁관계인 정치세력을 무조건 '박근혜'라는 프레임에 집어넣겠다는 것은 국민을 우습게 보는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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