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의 천국인 중국에서는 기상천외한 유사식품도 버젓이 팔린다. 10년전엔 계란과 오리알도 화학약품으로 만들어 유통돼 해외토픽이 되기도 했다. 육안으로는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기 힘들다고 한다. 가짜 계란은 마요네즈나 각종 소스 등 식품의 점성을 높이기 위해 사용되는 첨가제인 알긴산나트륨, 레몬산 황색 식품색소, 밀가루, 전분, 염화칼슘 용액이 재료이고 계란 껍질은 탄산칼슘으로 만들어진다. 이 껍질에 노른자와 흰자위를 넣고 봉하면 불과 5분만에 완벽한 짝퉁계란이 탄생한다고 한다. 짝퉁이 성행하는 것은 가격 때문이다. 노점상에서 주로 파는 가짜계란 제조원가는 진짜보다 10배이상 저렴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맛과 품질이다. 가짜계란을 먹으면 면역체계를 손상하고 기억력감퇴와 치매 등을 유발한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엔 가짜계란의 위상이 달라졌다. IT업계의 거물들이 아낌없이 투자하기 때문이다. 미국 기업 '햄톤 크릭'은 식물성 원료로 만든 인공계란 파우더 '비욘드 에그(Beyond Egg)'를 개발했다. 곡물과 곡물 기름을 조합해 만든 인공계란을 주재료로 한 마요네즈 '저스트 마요', 쿠키 반죽 '저스트 쿠키 도우' 등이 미국 주요 대형마트에서 판매 중이다. 맛과 향은 일반계란과 흡사하다고 한다. 햄튼 크릭의 인공계란 등을 '미래 음식'이라 격찬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왈도 세브린 페이스북 공동설립자 등은 지난 4년간 이 회사에 1억2천만 달러를 투자했다.

이들이 거액을 투자한 것은 멀지않은 장래에 식량난이 지구촌을 덮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미국 통계국에 따르면 올해 10월 현재 세계 인구는 약 72억8천만 명이다. 1940년만 해도 30억 명밖에 안 됐는데 75년 만에 약 140% 증가한 것이다. 문제는 식량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2050년 세계 인구가 90억 명에 육박할 것으로 예측했다. 전문가들은 인구증가에 따른 식량난을 막으려면 작물 생산성이 현재보다 50% 이상 향상돼야 한다고 본다. 또 축산업이 발달할수록 메탄가스가 발생해 지구온난화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점도 있다. 온난화를 막고 동물도 보호할 수 있는 데다 상업화되면 막대한 배당금도 챙길 수 있다는 점이 빌게이츠의 투자 배경이다.

이 때문에 '푸드테크(foodtech)'가 식량난 해법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것이다. 푸드테크는 음식과 기술의 합성어로 농축산물의 생산성을 높이거나 식재료의 저장, 가공, 유통 등을 개선시키는 기술을 의미한다. 햄톤크릭처럼 인공계란도 만들고 비욘드 미트(Beyond Meat)처럼 대두와 완두콩 등으로 인공 닭고기도 만들어 판다. 충북 충주 정안농장에서도 식물성고기를 만들어 부페식당에 내놓고 있으나 아직은 10% 부족하다.

최근 조류인플루엔자의 영향으로 계란파동이 일어나면서 사상 처음으로 미국에서 수입한 계란 150만개가 다음주말부터 마트에서 판매된다. 가격은 30개들이 한판이 8천990원이다. 노마진이라지만 주부들에겐 부담스런 가격이다. 하지만 언젠가 값싼 인공계란 유통이 본격화되면 양계농가에겐 AI못지않은 재앙이 될 것 같다. / 박상준 논설실장·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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