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많이 팔리는 책, 그 것은 성경일 뿐이며 영원히 그럴 것이다. 베스트 셀러는 어떤 것일까. 예술적 성공 즉 심미적 가치 기준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팔린 부수에 의한 상업적 성공에 대하여 부정하지만, 많이 팔렸다는 것은 질적 면에도 우수한 것이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는 일 아닌가.
 십여 년 전, 어느 시집 하나가 불티나게 팔렸다. 그러나 베스트 셀러란 어느 시점에서 뚝 그치고 만다. 다음 베스트 셀러로 독자의 감각이 가기 때문이다.
 그 즈음 또 다른 시집하나가 베스트 1위에 올라서더니 사상 최고의 판매 부수를 기록하고도 내려가지 않았다. 제3판까지 나오고 책 사랑을 넘어 작가 사랑으로 변했다. 그의 시집을 무조건적으로 구입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자 지인들이 베스트 셀러 무너뜨리기 작전에 들어갔다. 릫삼류작가다. 삼류작가가 삼류
 독자를 만들었다. 작가는 독자 앞에 공개사과 하라릮고 외쳤다. 끝내 그 시집은 도서관 서가 한 자리에서 먼지 덮인 채 꽂혀 있다. 작가를 누가 몰락시켰을까. 출판사의 무자비한 상품성 강요였을까. 과연 작가는 삼류였을까.
 십여 년 세월이 지난 지금 그 시인의 한 작품이 아쉬워 이 글을 쓴다. 한 언어를 탄생시켰고 표지어인 그 시는 언제 읽어도 숙연해지는 작품이다. 지인들로서 그 때의 상황은 그럴 수도 있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는 시를 쓰며 가슴앓이 하는 작가였다.
 지인들의 움직임이 너무 무례했던 것 아닐까. 시인은 시가 말하듯 홀로 서고 있다. 대학 주변으로부터 메마른 삶의 현장까지 독자들의 정신적 지주가 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기다림은 / 만남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 좋다 / 가슴이 아프면 아픈 채로 / 바람이 불면 / 고개를 높이 쳐들면서 날리는 / 아득한 미소‥‥ 죽음이 / 인생의 종말이 아니기에 / 이 추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 살아있다.
 그는 말의 요술사가 아니었다. 독백처럼 중얼거리는 언어였을 뿐이다. 시인은 눈꽃처럼 하얗게 가슴을 식히며 그의 작품과도 같이 어딘가에 남아있다. / 수필가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