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설]

더불어민주당 소속 충북도의원들이 17일 충북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행복교육지구사업 예산'과 관련해 해당 상임위에서 예비심사도 진행되지 않은 시점에서 전액삭감을 당론으로 확정한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을 규탄하고 있다. / 신동빈

충북도의회 다수당인 새누리당이 김병우 충북교육감이 핵심적인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행복교육지구'사업 예산 15억8천여만원 전액삭감을 당론으로 정한 것은 예견된 일이다. 행복교육지구 운영비는 지난해 말 본 예산안 심의 당시 교육위원회를 통과했지만 예결특위 과정에서 전액 삭감됐었다. 이번 임시회에서도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새누리당이 이 사업에 반대하는 것은 나름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업적인 타당성을 검토해 합리적인 논리를 제시하지 않고 사업반대를 밝힌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정치적인 칼질'이라는 주장이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는 이유다.

김병우 충북교육감은 부임이후 '함께 행복한 교육'을 슬로건으로 교육개혁에 나섰다. '0교시 수업'을 비롯 고입 선발고사 폐지, 청주시 평준화고 배정 방법 개선, 초등학교 중간·기말고사 폐지 등은 김병우식 교육개혁의 성격을 보여준다. 지지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반대여론도 만만치 않았다. 특히 교육공동체 헌장은 보수층 뿐만 아니라 교육계 내부에서도 격렬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이 때문에 김 교육감이 가장 애착을 갖고 있는 교육정책인 '행복교육지구사업'이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예상을 한 사람이 많다. 무엇보다 예산심의에 칼자루를 쥐고 있는 도의회의 다수당이 새누리당이기 때문이다.

물론 새누리당이 나름대로 반대하는 이유는 있다. 작년말 도의회 예결특위는 행복교육지구에 대해 기존 교육사업과의 중복 문제, 행복교육지구 참여 지자체와 불참 지자체 간 교육 형평성 문제, 지자체 재정 규모와 학생 수 차이 등을 고려하지 않은 예산 편성 등을 삭감 사유로 내세웠다. 하지만 이같은 사유가 설득력을 갖고 있는지 의문이다. 기초자치단체 공모를 통해 사업대상지가 당초 7개에서 도내 전역(11개 시·군)으로 확대돼 지역간 형평성 문제는 해소됐다. 또 충주시, 보은·옥천·음성군은 올해 14억원의 예산을 이미 편성했다. 무엇보다 교육위원회가 심의도 하기 전에 새누리당이 행복교육지구 운영비 전액 삭감을 당론으로 결정한 것은 정치적인 의도가 있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더불어민주당과 시민사회단체, 교육단체가 '의회 민주주의 훼손'이라며 강력히 저항하고 있다.

김양희 충북도의회 의장은 임시회 개회사에서 올해의 의정목표로 '여야 구분없는 대화와 타협이 넘치는 화합의 전당화와 도민과의 소통 통한 열린 의회를 구현 하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의정목표를 세웠다면 야당과 시민사회단체의 여론에도 귀를 기울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말로만 화합과 소통을 외치면서 실제로는 불협화음과 불통이 된다면 막힌 의회가 될 수 있다. 맞춤형 교육을 통해 지역 전체의 교육력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추진하는 행복교육지구사업이 어떤 결실을 맺을 지는 모른다. 하지만 시작도 하기 전에 무산된다면 교육개혁은 요원하다. 그나마 17일 임시회 예결위에서 절반만 깎인 것은 다행이다. 새누리당은 행복교육지구 예산삭감 당론이 과연 적절한 판단인지 깊이 숙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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