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설]

정부세종청사 옥상정원 / 뉴시스

행정중심복합도시로 출발한 신도시인 세종시는 인구유입속도가 가장 빠르고 평균 연령이 가장 낮은 젊은 도시다. 중앙부처가 이전하면서 인구유입에 큰 역할을 했지만 막상 공무원 비중은 많지 않다. '세종시 빨대효과'로 인근 지역에서 생활터전을 옮긴 주민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만4천93명이 대전에서 이주했다. 이는 공무원들이 많이 사는 서울(6천481명)이나 경기(7천541명)를 훨씬 상회한다. 또 충남(6천103명)이나 충북(5천940명) 주민들도 대거 세종시로 이사했다. 세종시 인구증가의 일등공신은 쾌적한 정주환경과 투자를 목적으로 이주한 인근도시 주민들이다.

하지만 정작 대다수 세종시민들은 공무원들에 비해 홀대를 받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세종시의 명물인 '옥상정원' 관람이다. 시민들이 이곳을 찾고 싶어도 워낙 통제가 심해 접근하기 힘들다. 시민들은 공공기관 화장실 이용도 여의치 않다.

지난해에는 아파트를 공무원에게만 특혜 분양한 것이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그런데도 이춘희 세종시장은 언론과의 신년인터뷰에서 "시민들 삶의 질을 높이겠다"고 큰 소리를 치고 있다. 본인 삶의 질은 높은지 몰라도 시민들은 불만이 들끓고 있다. 시민들이 여러가지 불이익을 받지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세종청사 옥상정원 관람제한은 권위주의적 행정의 전형적인 사례다. 옥상정원은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옥상정원(Largest rooftop garden)'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길게 늘어선 정부세종청사 15개동의 건물을 다리로 연결해 하나의 거대한 수평적 건축물로 완성한 뒤 이곳 옥상에 길이 3.6㎞, 면적 7만9천194㎡의 세계 최대 규모의 옥상정원을 조성했다. 옥상정원에는 유실수, 허브류, 약용식물 등 218종 117만여 본의 식물이 자라고 있다. 억새길, 들풀길, 너른길 등 3개의 테마길을 조성해 자연과 어우러진 빌딩속의 공원이다.

하지만 이런 멋진 시설을 시민들은 향유하기 힘들다. 당초 구상 단계에서는 시민 개방 시설로 고안됐지만, 막상 오픈을 한 뒤엔 개방이 제한되고 있다. 미리 예약을 해야 하고 관람시간도 애매한 시간으로 지정됐다. 주말과 평일 저녁에는 아예 가지 못한다. 결국 관람하지 말라는 얘기다. 정부청사의 화장실 이용도 까다롭다. 공무원과 동행해 주민등록증을 제시하고 검색대도 통과해야 한다. 모두 청사 보안때문이라지만 공무원 우선행정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심지어 지난해 1월에는 세종시에 아파트를 특별 분양 받은 중앙부처 이전기관 공무원들 가운데 30% 이상이 전매차익을 노리고 아파트 분양권을 내다 판 것으로 보도됐다. 분양권을 이용해 재산증식한 공무원들은 정작 세종시가 아닌 서울과 수도권에서 출퇴근했다. 시민들이 아파트분양에도 홀대받고 지역의 명소인 옥상정원도 마음대로 관람하지 못한다면 시민간 위화감이 조성되고 세종시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질 것이다.

이춘희 시장은 말로만 "시민을 위한 행정을 펼치겠다"고 할 것이 아니라 공무원 위주의 특혜행정부터 바꿀 수 있도록 앞장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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