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시론] 한병선 교육평론가·문학박사

2008년부터 학생수의 급격한 감소로 2010년 폐교 대상교가 됐던 금가초등학교는 2010년부터 명품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으로 승마와 골프, 플루트, 첼로 등의 고품격 방과후 프로그램으로 차별성을 내세워 운영한 결과, 학급 수가 2배로 증가하고 학생수가 5배 증가했다.(기사와 직접관련 없습니다) / 중부매일 DB

학교에 온기가 돈다면 얼마나 좋을까. 더 나아가 이런 분위기가 전국적으로 확산된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학교폭력 때문이다. 학교폭력이 우리 교육을 멍들게 한다.

흔히 사랑이 넘치는 학교라고 말하는 경우는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사항을 표현했거나 교육적 레토릭일 뿐이다. 이제 그런 학교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미 학교폭력 발생률이 전국적으로 10%를 넘은지 오래다. 현실적으로 사랑까지 넘치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아이들이 마음 놓고 학교에 다닐 수 있을 정도만 된다면 교사들도 학생들도 복 받은 경우다.

#학교는 '정글보드(jungle board)'

국내외를 막론하고 학교폭력 관련연구에서 흔히 등장하는 '학교는 정글(jungle board)'이란 표현이 그른 말이 아니다. 학교는 늘 긴장과 갈등이 분출하는 공간이다. 이런 모습은 일반적으로 교사와 학생 간, 학생과 학생 간의 갈등형태로 나타난다. 전자는 교사의 폭력적 리더십(violent leadership)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를 말한다. 교사를 정점으로 하는 수직적 질서에 모든 학생들이 예속되기를 요구하면서 나를 따르라는 외침이 정글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후자는 학생들 간에 발생한다. 더 정확히 말하면, 인간의 동물성을 그대로 드러내주는 서열싸움과 집단 따돌림으로 나타난다.

예컨대 아이들은 상위서열을 차지하기 위해 한판 붙기를 시도한다. 아이들 표현을 빌리면 '맞장 까기', 혹은 '맞장 뜨기'다. 학년이 바뀌면 다시 새로운 양상이 전개된다. 서로를 파악하지 못한 아이들은 상대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특히 과거 상위서열에 있던 아이들이 같은 학급에서 만나면 다시 서열을 가리기 시작한다. 이 경우 밀린 학생은 주변을 맴돌며 상위서열에 있는 학생의 눈치를 보며 학교생활을 하게 된다. 그래도 이런 경우는 나은 편이다. 성격이 온순하거나 방어적이지 못한 아이들은 학교에서 집단적 괴롭힘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인간 간의 신뢰와 믿음이 늘 이성에 기초하는 것은 아니다. 수학적으로 일목요연하게 드러나는 것도 아니다. 날씨처럼 변하는 아이들의 감정에 따라 학교의 분위기는 달라진다. 그것은 변화무쌍 이상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감정이 통제되지 않는 교사들도 한 몫을 더한다. 이런 속에서 아이들이나 교사의 믿음이 이성에 기반한다는 판단을 하기란 쉽지 않다. 그럼에도 인간관계 속의 믿음은 서로의 신뢰를 자양분삼아 자란다. 서로에 대한 신뢰 없이 믿음이 성립할 수 없는 것도 이런 이유다.

세상에는 보이는 것만 믿을 수 있는 경우는 많지 않다. 눈으로 보이는 것만을 믿겠다는 것은 교육과는 동떨어진 것들이 대부분이다. 가시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들만 믿는다면 그것은 대부분 현실거래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교육은 눈으로 보이는 현실적인 직거래만을 포괄하지 않는다. 교사 학생 간, 학생과 학생 간에도 정서적으로 교감하고 서로의 마음이 교통해야 한다. 내가 볼 수 없으니 믿을 수 없고, 믿을 수 없으니 상대를 신뢰하지 못한다는 것은 교육의 논리가 아니다. 하나의 대상은 다른 대상에 대한 신뢰가 구축될 때 가능한 경우다. 이런 작업은 상호간 대상에 대한 신뢰와 믿음 없이는 불가능하다.

#정글화를 넘어 '학교의 녹지화'로

한병선 교육평론가·문학박사

부드럽고 따뜻하지 못한 교육을 교육이라 말하기는 어렵다. 이것은 교육현장이 강퍅해지는 현상이다. 필자는 이를 포괄하는 의미로 '학교의 정글화(jungled school)'로 부른다. 학교폭력도 전형적인 학교의 정글화 현상이다. 애정 없는 사제관계도 학교 정글화 현상의 하나다. 교사들을 존경하지 않는 학생들의 태도도 정글화 현상과 관련이 있다. 학교 정글화를 넘어 학교의 녹지화, 교육의 녹지화로 가야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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