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김전원 충북 인실련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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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말 성탄절을 맞아 요양원으로 말벗 되어주기 봉사활동을 다녀왔다. 생의 마지막 순간을 기다리는 말기 암 환자들과 나누는 대화는 서로의 마음에 가느다란 회소의 희망을 불어넣어 주어 다시 맑은 공기 마시며,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자유롭게 살아가도록 강한 의지의 꿈을 심어주는 일이다.

죽음을 잊고서, 대화의 꿈속에서 소망을 이루며, 그동안 해보고 싶었지만 못한 일들을 한 올 한 올 풀어가며,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말이 나오도록, 그래서 편안한 모습으로, 환한 얼굴에 밝고 깨끗한 미소로, 훌훌 털고 떠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다.

고통스러워하는 환자의 모습이 안쓰러워서, 의식도 없이 허공만 바라보고 있는 표정에 눈을 마주할 수 없어서, 죽음이 코앞인데 제발 살려달라고 간절히 애원하는 눈빛을 피할 수 없어서, 고통 없이 자연스럽게 눈을 감도록 진정으로 믿음의 사랑을 전하는 것이다.

호스피스 병동에서 휴일에도 찾아오는 이가 하나도 없는 환자를 찾아 병실로 들어선다. 인사를 해도 반응이 없다. 이제 삶을 체념한 것 같다.

듣지도, 보지도, 느끼지도, 만지지도, 말도, 생각도 없는 환자에게 일방적인 대화는 아무런 의미가 없어 환자 옆에 누워 따뜻한 포옹으로 어릴 적 어머니의 포근한 가슴처럼 안기게 하여 들리지 않는 이야기를 시작한다.

독백 같은 스토리텔링은 끝없이 쉬지 않고 이어진다. 입이 마르고 허기가 진다. 물이라도 마시려고 움직이면 팔에 힘을 주면서 몹시 싫어하는 기색이지만 화장실을 핑계로 일어나 입을 추긴다. 잠이 들어 보이면 손을 잡은 채 조용한 음악을 들려준다. 그러는 사이 아무도 모르게 아주 조용히 숨을 거두기도 한다. 천국에 닿았으리라.

의식이 멀쩡한 이는 어떻게 하면 편안히 죽을 수 있을까를 묻는다. 제발 빨리 떠나기를 갈망하는 게 그저 애처롭기만 하다. 잠든 채로 영원히 깨어나지 않기를 바라며 안락사를 간구하기도 한다. 살기 싫어서가 아니라 살아 있는 자신이 많은 사람들에게 불편을 끼친다는 생각에 하루 빨리 사라지고 싶단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혼미해지는 의식으로 사람과 신의 구획 정리를 하느라 가쁜 숨을 몰아쉬고, 되지도 않는 말을 만들어 전하느라 입술이 갈라지는데, 고통의 광야를 건너느라 식은땀을 흘리고, 아직도 미련이 있는 지 무엇인가/누군가를 찾느라 눈을 쓸어내려도 감지 않는다. 못 이룬 한이 남는다.

김전원 충북 인실련 상임대표

천하를 호령하던 장사도, 달이라도 따올 것 같던 권력자도, 쌓을 곳이 없던 재벌도, 세상을 달관하던 명망가도, 올려다 볼 수 없던 일색도, 자존심이 하늘을 찌르던 옹고집도, 세상 무서울 게 없던 주먹의 보스도, 살생부의 주인까지도 티끌 같은 생을 마감할 때는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하니 기가 막혔으리라. 그땐 왜 모든 것 내려놓고 홀가분히 가는 걸 몰랐을까!

세상 살아남기 위한 고통보다 편히 죽기 위한 괴로움이 더 아프단다. 그래서 안락사를 간절히 주문하다가 견디다 못해 스스로 죽음의 길을 찾는 이도 있다. 가족과의 헤어짐과 세속의 짐을 내려놓기가 그렇게 힘이 든다는데 심신이 건강할 때 더 아옹다옹 지지고 볶으며 자기만 누리려던 욕망 버리고, 바르고 고운 심성으로 세상 잘 마무리 하면 한 장 남은 왕생극락 티켓 당첨의 행운도 누리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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