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고령층보다 중년층 1인가구 상승 속 '사각지대'

한쪽에 싱크대가 있지만 가스를 사용할 수도 없는 방. 세입자들은 휴대용 가스버너를 이용해 음식을 해 먹는다. 창문에는 쇠창살이 덧대어 있어 화재라도 발생하면 대피가 용이하지 않은 화약고나 다름없다. / 김용수

[중부매일 김정미 기자] 혼자 사는 임성환(48.가명)씨는 1년 8개월 전 일자리를 찾아 청주 우암동 단독주택에 월세를 얻었다.

취사시설은 따로 없는, 말하자면 독립된 주거 형태를 갖추지 않은 다중주택이다.

청주시일자리지원센터가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데다, 보증금과 월세도 저렴해 임씨와 같은 중년층의 일용직 노동자들과 중국에서 온 조선족 노동자들이 밀집해 있다.

임씨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들에게 오피스텔이나 고시원은 비싸서 들어갈 수 없는 그림의 떡"이라며 "여기 주택가(다중주택)는 보증금 30만원에 월세 13만원으로 부담이 적어 우리 같은 사람이 많이 산다"고 말했다.

 썰렁한 방 한 켠에 휴대용 가스버너와 빈 소주병들이 놓여 있다. / 김용수

낡은 운동화와 슬리퍼, 빈 소주병이 놓인 문을 열고 들어가자 어지럽게 쌓아둔 옷가지와 전기장판, 신문지 더미가 눈길을 끈다.

구멍이 다섯 개인 콘센트에는 전기밥솥, 전기장판, 오래된 텔레비전, 핸드폰 충전기가 문어발처럼 연결돼 있다.

좀처럼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겨울, 쪽방촌 사람들은 화장실이 딸린 월세방을 전전하며 주거 난민으로 고단한 삶을 이어가고 있었다.

10여 년 전만 해도 청주대학교 학생들이 자취를 하던 골목의 주택가는 대학에 대규모 기숙사가 지어지고 학생들의 거주지 선호도가 내덕동 안덕벌쪽으로 옮겨가면서 빠른 속도로 공동화됐다.

사진 / 김용수

우암동에서 오랫동안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빈 집들이 매물로 나오자 임대업자들이 몰려들었다. 다중주택이나 다가구주택을 전세로 얻어 다시 월세로 내놓고 있다"며 "십여 년 전 수동에서 월세 5만원에 살던 사람들이 지금은 우암동 주택가로 내려와 살고 있다"고 말했다.

통계청이 지난해 9월 발표한 '2015 인구주택총조사 전수결과'에 따르면 나 홀로 사는 충북의 1인 가구는 17만5천998가구로 전체 일반가구(60만1천856)의 29.2%를 차지하고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중년층 1인가구의 성장세다. 40~50대 1인가구는 2007년 전국 99만5천 가구에서 2015년 172만7천 가구로 증가했고 같은 기간 중년층이 차지하는 비중이 27.9%에서 33.2%로, 독거노인(고령층 1인 가구) 30.3%보다 많았다.

한국교통대 사회복지학과 한규량 교수는 "알코올 중독이나 경제적 능력 부재, 가정폭력 등으로 가족에게 버림받는 중년 남성이 증가하고 있다"며 "근로능력이 있는 성인자녀와 가족이 있으면 수급자도 되기 어려워 복지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가장의 경제력 부재, 집을 나간 엄마로 인해 보육원에 맡겨진 아이들이 한국전쟁 시기 고아 수보다 많다"며 "중년남성들의 재활을 돕는 것도 중요하지만 유사시 건강한 가정을 유지할 수 있는 교육과 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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