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준 칼럼] 논설실장·대기자

President Barack Obama / 뉴시스

오늘 백악관을 떠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참 행복한 사람이다. 뜨거운 박수를 받으며 퇴임했다. 지지율은 새로 취임하는 트럼프의 두 배다. 역대 최고수준이다. 며칠 전엔 메이저리그 시카고컵스 선수들이 월드시리즈 우승컵을 들고 백악관을 방문했다. 시카고는 오바마가 변호사로서 잔뼈가 굵은 정치적 고향이다. 통상 초여름에 방문하는 우승팀이 트럼프를 외면하고 굳이 1월에 찾아 간 것은 오바마에 대한 경의의 표시라고 할 수 있다. 마침 미셸여사가 시카고컵스의 팬이라고 하니 오바마가 얼마나 좋았을까.

이제 전직 대통령이 된 오바마는 55세다. 그는 최근 CBS프로그램 '60분'에서 퇴임하면 "실컷 잠자고 느긋하게 빈둥거릴 것"이라고 했다. 보도를 보고 부러워한 사람이 많았을 것이다. 50대 중반이면 더 여유를 찾기 힘든 것이 우리네 인생이다. 누구나 '인생이모작'을 설계해야 하기 때문이다. 평균수명이 늘어나고 체력이 좋아지면서 사회구조가 나이가 먹어도 일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됐다. 생계형이 대부분이지만 연금을 받는다고 쉬거나 놀 수도 없다. 그래서 정부에서도 잊을 만 하면 정년연장을 들먹인다. 오바마는 "가끔 하게 될 강연이 기대된다"고 했지만 돈 버는 일이 아니더라도 60~70대 젊은 노인들에게 다양한 사회활동이 필요하다. 국가적으로 볼 때 건강한 노인들이 빈둥거리며 노는 것은 인적자원의 낭비이자 국민세금을 축내는 일이다.

하지만 세상의 변화를 외면하는 정치인도 있다. 표창원(더불어민주당) 의원 같은 사람이다. 그는 '대통령을 포함한 모든 공직에 최장 65세 정년 도입'을 주장했다. 지난 2004년 총선을 앞두고 정동영 당시 열린우리당의장의 '노인폄훼'발언을 연상시킨다. 이후 13년이 지나면서 노인인구가 가파르게 늘었지만 아직도 이런 발언이 나온다는 것이 신기하다. '친문계'인 그의 발언이 유력 대권후보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뜻인지 궁금하다. 73세인 반기문 전유엔사무총장을 겨냥했을 것이다. 문 전대표가 65세라도 이런 발언이 나왔을까. 선거전부터 이런 발언을 흘린다면 이런 사람들이 대권을 잡으면 노인정책은 거꾸로 갈지도 모른다.

조기대선으로 대권후보 진영의 마음이 급해지면서 황당한 발언 뿐만 아니라 우려했던 포퓰리즘 공약도 연일 등장하고 있다. 문재인 전대표는 최근 발간한 자신의 대담집에서 군복무를 1년으로 단축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18개월까지는 물론이고 더 단축해 1년 정도까지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답했다. 그는 사드 배치 여부를 차기 정부로 넘기고 전작권 전환도 서두르겠다고 밝혀 가뜩이나 안보관을 의심받고 있다. 1년 복무한 병사가 과연 총이라도 제대로 잡을 수 있을까. 이 정도면 '군대복무'가 아니라 '군대체험'이라고 해야 한다. 차라리 징병제가 아니라 모병제를 하겠다고 하면 더 설득력이 있을지 모른다.

보편적 복지라는 이름의 퍼주기 식 공약도 난무하고 있다. 청년수당으로 재미를 본 이재명 성남시장은 청년, 노인, 농어민, 장애인등 2천800만명에게 연간 100만원씩의 기본소득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아동·청년·노인등에게 월 30만원씩 지급하겠다고 한다. 재산과 소득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들에게 균등하게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복지선진국에서도 시범적으로 실시하는 복지정책이 대선공약으로 등장했다. 이런 공약이 현실화되면 30조 안팎이 든다고 한다. 이들은 표와 맞바꿀 수 있다면 나라 '곳간'이 거덜 나도 눈도 끔쩍 하지 않을 사람들이다. 이런 인기영합적인 공약은 안보와 경제를 위협한다.

유일한 보수후보인 반기문 전유엔사무총장도 걱정스럽긴 마찬가지다. 최근 야당의 악의적인 공격으로 정글같은 정치의 세계를 몸소 체험하고 있는 반 전총장은 귀국일성으로 "정권교체가 아니라 정치교체를 하겠다"고 강조했으나 명확한 비전과 정치철학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대선이 앞당겨졌지만 '나는 당이 없고 세력이 없어서 힘들다'고 할뿐 창당을 할지 정당에 가입

박상준 논설실장·대기자

할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무엇하나 결정하지 못하는 모호한 정치적인 스탠스가 지속된다면 지지율은 바람 빠진 풍선처럼 쪼그라들 수 있다. 대선에 완주하지 못할 것이라는 악담(惡談)을 듣지 않으려면 장고(長考)를 빨리 끝내야 한다. 국민을 현혹시키는 과도한 포퓰리즘과 준비 안된 대통령의 폐해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는 국민들이 다 안다. 대통령은 경험을 쌓기 위한 자리가 아니라 경륜과 추진력으로 올바른 리더십을 보여주는 자리다. 퇴임한 대통령이 행복한 나라가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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