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7주년 특집] 교육분권 현주소는

[중부매일 김금란 기자]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이 나라 전체를 충격에 빠뜨린 가운데 교육계도 직격탄을 맞았다. '최순실 게이트'는 국정농단인 동시에 교육농단이기도 했다. 중·고등학교 공교육은 물론 대학까지도 최씨 모녀의 교육농단에 휘둘렸다. 현 정부 들어 교육현장에선 누리과정 예산, 국정 역사교과서 등 정치적 민감도가 높은 이슈가 끊이지 않으면서 교육자치의 근본이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방교육자치가 시작된 지 65년이 됐지만 우리나라의 교육제도는 아직도 중앙집권식 통제 방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교육제도의 지나친 통제는 획일화된 교육을 가져 오고 미래사회에 적응할 창의적인 인재를 육성하는데 걸림돌로 작용한다.

올해는 조기 대통령선거가 예상되는 가운데 개헌 여론과 맞물려 교육개혁 요구가 봇물처럼 터져 나올 것으로 볼때, '교육개혁의 적기'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지방교육자치제도의 현주소와 문제점을 짚어보고 지방분권을 원칙으로 한 지방교육자치제도의 바람직한 개선방향을 진단한다. / 편집자


◆ 지방교육자치제도 개념과 역사= 헌법 제 31조에는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 및 대학의 자율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라고 명기하고 있다.

지방교육자치제도는 교육행정에 있어서 지방분권주의를 기본원칙으로 주민의 참여의식을 높이고 각 지역의 실정에 맞는 적합한 교육정책을 강구, 실시함으로써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려는 교육제도다.

교육자치는 일반 행정으로부터의 분리·독립과 중앙으로부터의 자치가 포함돼 있으며, 특히 인사와 재정에 있어서 일반 행정과 중앙교육행정으로부터의 분리·독립이 강조된다.

우리나라의 교육자치체제도는 1949년 제정·공포된 교육법에 의해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1952년 6월에 시·군 단위의 교육구를 중심으로 교육자치제를 실시했다. 그러나 이 제도는 1961년 5·16군사정변으로 폐지되고, 1964년부터 시·도 단위의 명목상 교육자치체제를 실시했다.

1988년에 개정된 교육법에는 시·도 단위와 시·군·구 단위의 교육자치제를 동시에 실시하도록 했다가 1991년 제정된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에는 시·도 단위의 광역단위에서만 실시하도록 했다.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에 의해 구성된 시·도교육위원회는 시·도의회에서 선출된 교육위원으로 구성됐고, 교육위원회는 시·도교육감을 선출해 본격적인 교육자치제를 실시하게 됐다. 이후 2006년 개정된 법률에서는 지방교육감의 선출을 간선제에서 직선제로 바뀌었고, 이법에 의해 첫 지방교육감선거가 2008년 7월 서울에서 치러졌다.

◆ 현행 지방교육자치제의 문제점= 교육자치의 실현을 위해서는 재정 자립도의 문제를 지나칠 수 없다. 2001년부터 지방교육세가 지방자치단체로 이전되면서 재정자립도가 소폭 상승했지만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중앙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지방교육재정은 정부가 돈을 주지 않으면 어떤 사업도 수행이 불가능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누리과정은 재원을 어떻게 부담하느냐에 대한 문제로 매년 정부와 시도교육청간 치열한 싸움이 벌어져 왔다. 지난달 정부는 누리과정 예산을 위해 유아교육지원특별회계를 설치하고 8천600억원을 국비로 부담하기로 했다. 이번 결정으로 갈등이 일단락 된 것으로 보이지만 '3년 한시'여서 미봉책이란 지적이 많다.

김병우 충북도교육감은 이 문제 대해 "어린이집 무상보육 예산의 45%만 정부가 지원하고 나머지를 시도교육청에 부담시키는 결정은 현 정권이 끊임없이 시도해온 지방교육자치 말살에 사실상 국회가 동조한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중앙정부가 재정 문제로만 교육자치를 흔드는 게 아니다. 인사권을 가지고 막강한 권력을 행사한다. 현 정부 들어 대학 구성원들이 추천한 총장후보를 교육부가 뚜렷한 이유도 없이 임용을 장기간 거부하는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심지어 총장공석 사태가 3년 가까이 이어지는 곳도 있다. 정권 입맛에 맞는 총장을 세우려 한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11월 전임자의 명예퇴임으로 공석이 된 충북도교육청 부교육감의 임명도 늦어지고 있다. 보름 정도 걸리던 전례로 볼 때 공석기간이 길다는 여론이다. 부교육감 인사는 통상 시도교육감이 2명 정도 추천하면 교육부가 이 중 한 명을 임명하는 것이 관례다. 이번에 도교육청도 공식적이지는 않지만 교육부에 추천 인사를 밝혔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교육부는 추천인사가 교육부 기준에 아직 적합하지 않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개혁 지금이 적기… '국가교육위' 구성 여론= 2017년 대선을 앞두고 장기적, 거시적 관점에서 교육정책을 다시짜야 한다는 목소리가 각계각층에서 표출되기 시작했다. '지금이야말로 교육개혁의 적기'라는 의견이다.

교육정책은 정권에 따라 요동쳤다. 정권이 바뀌면 이전 정책은 폐기되거나 정반대의 기조로 갔다. 심지어 같은 정당이 정권을 잡더라도 대통령의 공약에 따라 바뀌어왔다.

교육개혁이 성공하려면 정권이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고 일관된 교육정책을 추진할 수 있어야 한다. 보수, 진보를 막론하고 국가차원의 교육위원회를 구성하자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이유다. 지난 2012년 대통령 선거 때 야권의 문재인·안철수 후보뿐 아니라 박근혜대통령도 국가교육위원회 구성을 공약으로 내놓았었다.

김병우 교육감도 정권에 독립적인 사회적 기구로서의 국가교육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김 교육감은 언론과의 신년인터뷰에서 국가 차원의 교육개혁에 대한 의견을 내놓았다.

김 교육감은 "헌법에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돼 있으나 정권 의지에 따라 숱한 침해를 겪고 있으며, 교육과정이나 교과서 등 정책이 정권 필요에 따라 변경됐다."며 "정권에 독립적인 사회적 기구로 국가교육위원회를 설치하고, 여기에서 교육정책을 개발하고 결정해야 한다. 그래야 성적 만능에서 벗어나 나라의 미래를 이끌 민주시민을 양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김 교육감은 지방교육자치의 실질적 보장을 주장했다. 아직 법적, 제도적 장치가 부족해 교육감 선거제도 등 논란이 지속되고, 교육부 위임사무와 교육감 고유사무 범위도 불명확하다. 재정·인사 등 교육감의 행정권 보장 수준도 낮다고 지적했다.

교육은 '백년대계'이고, 국가의 미래를 책임지는 지표이다. 대통령 선거 때마다 다양한 공약(公約)을 쏟아내지만 정권·정파 이익에 따라 좌지우지됐다. 중앙과 지방간 불균형 권력구조 개편과 지방재정 확충, 국민참정권 강화를 기본으로 한 지방분권의 기본정신 안에서 교육자치도 논의돼야 한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