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인기연예인 즉, 스타에 대한 꿈을 꾼다. 화려한 조명속에서 팬들의 사랑을 받으며 사는 겉모습에 맹목적으로 빠져들고는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화려함의 뒷편에는 남들이 알지 못하는 고난과 힘겨움이 자리하고 있다. 물론 하루아침에 신데렐라처럼 스타의 자리에 오르는 사람도 없지는 않지만 쉽게 데워진 냄비는 쉽게 식는 법, 내공이 쌓이지 않은 인기는 물거품과 같다.
젊은 날을 좁고 어두운 소극장 무대에서 보내며 화려한 연기인의 꿈을 키웠던 사람들은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을 것이다. 그러나 제대로 불빛 한번 밝혀보지 못하고 스러져간 이들은 또 얼마나 많을 것인가.
충북연극계를 이끌고 있는 극단 청년극장의 홍진웅 대표. 이 사람을 소개하는데는 무대에서 명멸해간 수많은 불빛들을 빼놓을 수 없다. 초대권조차 외면당하기 일쑤일 정도로 열악하기 짝이 없는 지역연극계를 꿋꿋하게 지키면서도 싹수있는 후배들의 앞길을 열어주는데 그 누구보다도 앞장서고 있다. 다시말해 홍진웅의 별은 자신을 빛내기 보다 주변사람들을 비춰주는데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는 것이다.
홍대표의 이같은 행동은 그가 대표를 맡고 있는 청년극장이 걸어온 길에서 확연하게 드러난다. 지난 84년 창단된 이래 지난 2000년까지 충북연극제에서 무려 13번의 최우수단체상을 받았고 전국연극제 최다출연 극단으로 청주연극의 얼굴인 청년극장은 90년대초 간판급 단원들의 이탈로 어려움을 처했던 적이 있다. 이때 홍대표는 불과 27살의 나이에 고향으로 돌아와 극단을 사실상 이끌며 이 난관을 헤쳐나갔다.
이때부터 홍대표는 어리다 싶은 나이에도 뛰어난 지도력으로 청년극장을 이끌어 지역연극계를 선도하며 전국대회에서 지역대표가 매번 상위성적을 거두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한다. 이런 노력과 열정은 지난 2000년 전국연극제에서 세월이 가면으로 대통령상을 수상하는 결실을 맺게 된다.
지난 85년 연극 만선으로 인연을 맺은 청년극장은 이와같은 영광을 그에게 주는 한편 덫이 되기도 한다. 화려한 수상경력과 함께 영화판 조연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유해진 등 적지않은 후배들을 길러낸 기쁨의 터전이면서도 극단 일과 주위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자신만의 꿈을 펴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다.
사실 그는 탁월한 능력을 보이는 극단 대표이전에 연기자로서 주목받는 배우다. 지난 98년 전국연극제 남자연기상을 수상했으며 자신의 대표작인 그것은 목탁구멍속의 작은 어둠이었습니다(이하 목탁)에서도 만만치 않은 연기력을 과시하고 있다. 또한 96년 전국연극제 장려상을 받은 목탁의 연출로 연출자로서의 역량을 뽐내기도 한다.
93년 초연이후 그동안 1천여회 가까이 무대에 올리며 홍대표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어버린 연극 목탁은 개인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열악한 향토무대에서 연극하는 사람으로서 겪을 수 밖에 없는 삶의 고단함을 잊게 해주는 지혜를 깨닫게 해준 것이다. 생활의 문제는 홍대표가 후배들을 서울로 보내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그들에게 성공과 배움의 기회를 다시 열어주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자신의 연기에 찬사와 환호를 보내는 팬들의 모습을 잊지 못하는 그는 어쩔 수 없는 무대인생이다. 그런 그가 연기에 대한 집착을 거두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아니, 연기자라면 언제 어느때라도 연기에 대한 꿈을 소중하게 가꾸지 않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자신만의 무대를 위해 늘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이제 우리나이로 40줄에 접어드는 그로서는 하루하루가 아쉬울지도 모른다. 그가 극단 청년극장의 대표가 아닌 연기자 홍진웅으로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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