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시행 후 첫 명절 달라진 선물 풍속도

설을 앞두고 마지막 주말을 맞은 22일 청주 육거리시장이 제수용품을 구입하려는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 신동빈

[중부매일 김미정·안성수 기자] 부정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시행후 처음 맞는 설 명절, 유통업계에서는 5만원 이하 실속형 선물세트가 인기를 얻는 등 설 선물 풍속도가 달라지고 있다.

불필요한 포장을 최소화해 거품을 없앤 품목, 건강식품과 생활용품 등이 인기이고, 고가의 한우세트 대신 수입산 쇠고기세트와 돼지고기 세트에 눈길을 돌리는 소비자들도 늘고 있다. 전통시장은 이번주 중반부터 설명절 분위기가 살아날 전망이다.

22일 현대백화점 충청점에 따르면 이번 설 명절 선물세트 매출은 지난해 수준과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경기침체와 김영란법 시행 등의 영향으로 다른 지역의 백화점들이 지난해보다 10% 이상 매출이 떨어진 것과 비교하면 선전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백화점 창평한과세트

현대백화점 충청점은 이번 설 선물세트로 5만원 이하 품목을 지난해보다 20% 가량 많이 준비했고, 매출 역시 지난해보다 10~20% 가량 올랐다. 특히 와인세트, 한과세트, 건강식품세트, 생활용품세트 등 실속형의 매출이 늘었고, 반면 고가의 한우세트와 과일선물세트는 지난해 매출 수준을 유지하는 데 그쳤다.

현대백화점 충청점은 김영란법 시행후 맞는 첫 명절임을 의식해 한우세트보다 저렴한 수입산 쇠고기세트 물량을 더 많이 준비했다. 한우세트는 보통 20만~60만원대, 수입산 쇠고기세트는 10만~40만원대에 선보이고 있다. 또, 5만원 미만의 선물세트 목록을 별도 책자로 제작해 홍보했다.


현대백화점 충청점 판매기획팀 안길수 주임은 "김영란법 시행후 맞는 첫 명절임을 의식해 올

현대백화점 영동곶감세

해에는 선물세트를 5만원 이하의 실속 선물세트, 불필요한 포장 최소화, 경쟁력 있는 해외상품 등에 주력해 구성했다"고 말했다.

청주시 육거리시장을 비롯 북부시장, 원마루 시장 등 전통시장 상인들도 설 명절을 준비하며 분주하긴 마찬가지다. 일요일인 22일 오후 청주시 석교동 육거리시장에 설맞이 음식을 준비하고 떡과 전 등을 미리 주문하기 위해 시장을 찾은 시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가정주부 정모(53·청주시 용암동)씨는 "제수용품을 미리 준비하기 위해 육거리 시장을 찾았지만 선뜻 지갑을 열기가 힘들다"면서 "제사상에 올릴 최소한의 과일과 나물, 고기 등만 살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물가인상에 한푼 이라도 아끼려고 대형마트 대신 전통시장을 찾았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서민들이 이번 설명절에 꼭 필요한 음식과 과일, 나물 등만을 구입하면서 시장상인들은 설 대목에도 불구하고 울상을 짓고 있다.

육거리시장에서 나물을 파는 상인은 "고사리, 시금치 등 나물 가격이 전체적으로 올랐지만 가격을 올려 팔면 사람들은 구매를 하지 않는다"며 "인건비도 오르고 여러모로 힘든 상황이지만 어쩔수 없다"며 힘든 내색을 드러냈다. 그녀는 이어 "설명절 분위기는 이번주 중반이 넘어야 살아날 것 같다"면서 그래도 최대 대목인 설 명절에 대한 기대감도 내비쳤다.

지난해 9월 28일 시행된 부정청탁금지법도 전통시장의 매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육거리시장 입구에서 과일을 파는 상인 이모(60)씨는 "지난해 추석이나 설에 비해 과일 가격은 내린 편인데 아직까지 찾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며 "김영란법 때문인지 선물용 과일 세트는 아예 나갈 생각을 안한다"고 귀띔했다. 이어 "지난해 설명절에 5만원 하던 사과세트가 3만5천원~4만원으로 떨어졌지만 손님들의 반응은 신통찮다"고 한숨을 쉬었다.

다른 가게도 상황은 마찬가지. 인근의 신궁전떡집 한 직원도 "지난해 수준으로 떡을 만들고 있지만 다 팔릴지는 미지수"라며 "침체된 내수경기가 하루빨리 살아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전통시장 내 전집은 AI(조류인플루엔자)로 인해 금란(金卵)이 돼버린 계란값에 직격탄을 맞았다. 전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씨는 "계란값이 미친듯이 올라서 가게 영업이 너무 힘들지만 가격을 올리면 손님이 오지 않으니 작년 가격에 맞춰 팔고 있다"며 계란 가격이 하루빨리 안정되길 바랬다.

정부는 설 명절을 앞두고 계란가격 안정을 위해 지난 14일 미국산 계란 96톤(약 160만개)을 수입해 이번주부터 본격 시장에 풀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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