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희세] ③ 충북대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신생아 중환자실의 의료진은 하루하루가 감염과의 싸움이다. 면역력이 약한 아기들을 간호하는 일은 여간 손이 많이 가는 게 아니다. / 신동빈

[중부매일 김정미 기자] 희찬(가명)이는 지난해 10월, 24주 3일 만에 세상을 만났다. 몸무게 760g. 양수가 터지고 자궁 수축이 시작되자 엄마는 급하게 희찬이를 낳았다.

태아의 폐가 완성되는 시점은 30주 이상. 작은 체구, 완성되지 않은 폐를 돕는 인공호흡기는 제 기능을 하기에 역부족이다. 유난히 살결이 흰 새봄(가명)이에겐 간호사가 엄마 대신이다. 병원에 입원한 지 보름이 지났지만 한 번도 엄마를 만난 적이 없다. 아빠 없이 새봄이를 낳은 엄마는 얼마 전 양육 포기 의사를 전했다. 새봄이의 인큐베이터에 비닐 봉투에 담긴 제대가 붙어 있다. '제대 떨어졌습니다. 간호사에게 말하고 가져가주세요.' 다른 엄마들이라면 소중히 간직했을 제대지만 새봄이 것은 아무도 찾는 이가 없다.

미혼모에게서 힘겹게 태어난 한 아이는 인큐베이터에서 건강을 되찾으면 퇴원 후 입양시설로 보내져 새로운 가족을 기다려야 한다. / 신동빈

너무 일찍 태어난 조산아, 세 쌍둥이와 네 쌍둥이, 선천적 기형을 가진 아기, 버려진 아기까지 신생아 중환자실의 아기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병원에서의 첫 생을 마주한다.

아기의 상태에 따라 1·2번방은 24~30주 사이에 태어난 아주 작은 신생아 중환자들이, 3번방은 로타바이러스 등에 걸린 아기들이, 4번방은 상태가 가장 좋은 신생아들이 입원해 있다.

산모의 노령화로 조산율이 증가하면서 신생아 중환자실을 찾는 조산아와 다둥이도 눈에 띄게 많아진 상황. 2014년 기준 국내 조산율은 전체 분만의 6.7% 수준. 4년 만에 2배 가까이 늘었다.

"요즘은 난임 때문에 시험관아기 시술을 많이 합니다. 쌍둥이 출산이 흔하죠. 얼마 전 화제가 됐던 네 쌍둥이를 비롯해 세 쌍둥이도 우리 병원을 다녀갔고 지금도 쌍둥이가 여럿입니다."

 

이지혁교수가 신생아의 상태를 살피고 있다. / 신동빈

충북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신생아집중치료센터 이지혁 센터장은 몸무게 보다 중요한 것은 임신주수라고 말했다.

"엄마 뱃속에서 얼마나 오래 있다가 나오느냐가 중요해요. 같은 몸무게라면 일주일이라도 더 나중에 나오는 게 좋죠. 그만큼 준비가 됐다는 거니까요."

미숙아들에게 가장 두려운 것은 합병증이다. 24주에 태어나면 보통 100일 이상을 병원에 머물게 되는데 그때부터 아이와 부모, 의료진의 동고동락이 시작된다.

충북대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은 2명의 전담 교수와 3명의 전공의, 26명의 간호사가 3교대로 근무하고 있다. 하루 두 번, 오전 11시와 오후 7시30분 가족 면회시간을 제외하면 중환자실 아기들은 온전히 의료진의 몫이 된다.

"아기들 이름은 다 알아요. 워낙 오래 있다 보니까…. 미숙아 출생이 증가하면서 그만큼 중환자도 많아졌어요. 저희 입장에선 매 순간이 고비죠."

윤명주 수간호사는 하루하루가 감염과의 싸움이라고 했다. 피부에 흔하게 사는 균도 면역력이 약한 아기들에게는 심각한 감염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환자 한 명 볼 때 마다 손 소독하고 가운 입고 장갑 끼고 버리고 또 다시 입기를 반복합니다. 작은 아기들은 하루 8번씩 밥을 먹는데 약도 줘야하고 간호도 해야 하니 여간 손이 많이 가는 게 아니에요."

입원환자 현황판 / 신동빈

현재 신생아 중환자실에 입원한 아기는 스물다섯 명. 많을 땐 서른 명까지 받은 적도 있다. 지금은 희찬이가 가장 작지만 예전엔 500g, 600g 아기도 있었다. 그만큼 시설과 장비, 의료기술이 좋아졌고 더불어 배치되는 전담인력도 늘어났다.

이지혁 교수는 너무 작아 꼬물꼬물 움직이던 아기들이 잘 자라 외래에서 배꼽인사를 건넬 때 가장 흐뭇하다고 했다. 물론 안타까운 일도 적지 않다.

새봄이의 인큐베이터에 비닐 봉투에 담긴 제대가 붙어 있다. 보통의 엄마들이라면 소중히 간직했을 제대지만 새봄이 것은 아무도 찾는 이가 없다. / 신동빈

최선을 다했지만 끝내 이별해야 하는 경우, 합병증을 얻어 후유증이 남는 경우, 새봄이처럼 부모의 사랑도 모르고 버려진 아기들을 마주할 때 그랬다.

얼마 전에도 90일 만에 한 아기를 보냈다. 1kg도 안 되는 몸으로 씩씩하게 견뎌줬건만 아기는 끝내 엄마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엄마와 아빠는 싸늘하게 식어가는 아기를 조심스럽게 안으며 눈물을 토했다. 그런 아기의 부모가 미리 준비해둔 기저귀며 육아용품들을 기증하겠다고 했을 때, 의료진은 또 한 번 울었다.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아기, 터미널 화장실에서 태어나 119를 통해 병원을 찾은 아기 등 축복받지 못한 채 세상을 접한 아기들을 만나는 일도 의료진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얼마 전에도 다섯 번째 아기를 낳아 유기한 미혼모가 있었다.

이지혁 교수 / 신동빈

이지혁 교수는 "차라리 낳았을 때 바로 데리고 오면 괜찮은데 두려움 때문에 아기를 버려서 문제"라며 "요즘은 기술도 많이 발전하고 시설도 좋아진 만큼 아기들을 위해 적극적으로 병원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충북대병원은 지난 2009년 충북지역 최초로 신생아 집중치료 지역센터를 개소했으며 2016년에는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를 개소해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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