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홍양희 충북테크노파크 기업지원단장

자료사진 / 클립아트 코리아

정부주도형 경제개발로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며 가파른 성장을 이룩했던 대한민국 경제가 지속성장을 위한 기반이 부족해 점차 한계점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대기업 재벌위주의 성장정책으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성장발판은 턱없이 부족하다.

창업이후 본격적인 양산체제, 시장개척, 신제품 개발 등을 위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해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을 넘지 못하는 스타트업, 즉 혁신형 기술과 아이디어를 보유한 초기 창업기업은 현재 금융기관이나 정부지원사업으로 필요 자금을 조달받는데 많은 제약이 존재한다. 성장가능성 보다는 기업의 현재가치를 주된 평가요소로 두는 탓에 창의적 아이디어나 사업계획이 있어도 자금조달을 위한 평가와 심사를 통과할 수 없기 때문에 어둠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효순이 미순이 사건'으로 2002년 주한미군의 장갑차량에 깔려 숨진 두 여중생의 사인규명과 추모를 위해 열린 대표적인 평화적 집회문화가 바로 촛불집회이다. 주권을 가진 국민의 목소리를 내는데 자발적으로 동참해 비폭력의 방법으로 표현했다는 점에서 대의민주주의 한계에 대한 직접민주주의 꽃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문제화된 특정사안에 촛불이 밝혀짐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근본적 문제해결을 방기하는 처사가 계속되자 국가의 무기력함에 언론까지 더해져 본래의 역할과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위대하지만 위대하지 않게 여김을 받았던 국민들이 할 수 있는 위대한 선택으로 촛불을 들게 된 것이다.

스타트업이 죽음의 계곡에 깔린 어둠을 헤쳐 나가기 위해 혁신형 기술과 아이디어의 촛불을 들었다. 촛불이 평화적 목소리를 내는 아이콘이자 문화로 자리잡은 것처럼 대한민국의 지속성장을 위한 미래 성장동력의 발판을 마련하는데 스타트업이 빛을 볼 수 있도록 공감대를 형성해 응원해 주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러한 스타트업에 적합한 것이 바로 '크라우드펀딩'이다. 온라인 펀딩포털을 통해 다수의 소액투자자로부터 한명한명 모인 촛불과 같이 공감대를 이뤄 자금을 조달받는 크라우드펀딩은 여러 유형이 존재하나 대표적인 것이 리워드형과 증권형이라 할 수 있다. 리워드형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대가로 주는 것으로 소비자들이 온라인 쇼핑을 통해 물건을 구입하는 것과 유사하나, 현재 제품개발 단계에서도 미리 선주문 형태로 펀딩이 가능하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라 할 수 있다. 증권형은 주식이나 채권형태로 투자받는 것으로, 증권신고서 제출이 면제되고 일반이나 소액공모 절차보다 간편한 것이 특징이다. 펀딩이 성공하게 되면 그 자체가 성장 잠재력이 있는 기업으로 인정받아 추가 투자유인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한편 기업이 목표한 금액의 80%에 미달하면 증권발행이 취소돼 투자금을 안전하게 회수할 수 있도록 안전장치도 되어 있어 최근 대안적 재테크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2016년 국내 스타트업이 해외 크라우드펀딩 사이트를 통해 수억원의 자금을 모아 화제가 된적이 있다. ㈜해보라는 마이크가 내장된 이어폰 리플버즈라는 제품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국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인 킥스타터(www.kickster.com)에서 30일간 총 75만달러(한화 8억 5천만원) 펀딩을 이뤄냈다. 베이글랩스의 스마트 줄자는 펀딩 15시간 만에 모금액 3만달러를 돌파하더니 35일간 진행결과 총 135만여 달러(한화 15억 이상)을 기록하기도 했다.

크라우드펀딩이 활성화된 해외와 달리 국내는 아직 걸음마 단계로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은 관련 법령 개정을 통해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었다. 작년 12월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약 10개월간 총 100개 기업이 펀딩에 성공(성공률 43%)했으며, 5천516명의 투자자로부터 163억원을 조달했다고 한다.

홍양희 충북TP 기업지원단장

이처럼 급속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는 크라우드펀딩의 활성화를 위해 작년 11월 크라우드펀딩 성공기업 등 스타트업을 위한 전용 장외거래 플랫폼(KSM)이 개설되었고, KSM등록기업 38개사 중 크라우드펀딩 성공기업이 27개사(71%)에 달하고 있다. 크라우드펀딩으로 스타트업의 성장을 위한 공감대 형성은 현재 경기침체가 장기화되어 어둠이 깔린 산업경제에 작은 빛을 밝혀 줄 것이다. 그리고 작은 촛불 하나하나가 모여 더욱 기대되는 내일을 밝혀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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