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자 100만 시대...'헬조선', '이태백', '오포세대' 신조어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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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매일 이완종 기자] "또 떨어지면 부모님을 마주할 낮이 없어져요."

최근 '헬조선'(지옥보다 못한 한국),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 '88만원 세대'(비정규직 월평균 급여), '오포세대(연애, 결혼, 출산, 인간관계, 내집 마련 등을 포기)'와 같은 청년실업문제를 지칭하는 신조어들이 넘쳐나는 등 '청년실업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설 연휴, 2·30대 청년들은 더욱 서럽다. 이들은 명절인 만큼 무거운 마음을 내려놓고 재충전을 해야 하지만 '청년실업'에 따른 취업·수험 등의 압박으로 연휴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30일 충북대학교 중앙도서관에는 100여 명 남짓의 청년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설 명절 다음날임에도 연휴도 만끽하지 못한 채 취업·수험준비를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이들은 점심시간이 지났음에도 자리를 지키며 학업에 매진한다.

30일 충북대학교 중앙도서관에는 100여 명의 청년들이 취업·수험 준비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 이완종

대학생 이모(24·여)씨는 설 연휴임에도 매일 도서관으로 향한다. 올해 졸업반인 그녀는 언제부턴가 친척들이 모이는 자리를 자연스럽게 피하게 됐다. 여기에는 그녀가 30여 명이나 되는 친척들이 취업 관련 질문을 들을 엄두가 나지 않아 도피처를 찾은 것이다.

이씨는 "무거운 마음을 털고 재충전을 해야 할 연휴에 덕담을 가장한 친척들의 취업 관련 질문은 오히려 더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며 "자소서를 작성해야 한다는 핑계를 대고 도서관으로 도망쳤다"고 말했다 이어 "도서관에 오면 같은 고민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생각에 마음 한켠이 편해진다"고 전했다.

이씨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공시생(공무원 시험 준비생) 2년차에 접어든 박모(24·여)씨는 필기시험이 얼마 남지 않아 하루가 절박하다. 여기에는 지난해 합격을 목표로 공시준비에 전력질주를 했지만 7·9급 필기시험에서 모두 떨어지며 고배를 마셨기 때문이다.

그녀는 올해 4월초에 열리는 공채 필기시험에서도 또 떨어지면 부모님을 마주할 낮이 없어진다. 이에 친구·지인들과 모든 연락을 끊고 공시준비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박씨는 "지난해 준비했던 시험에서 낙방하며 부모님께 실망감을 전해드렸다"며 "여기에 시험준비로 친구·지인들과 연락이 끊켜 외톨이가 된 느낌을 많이 받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휴기간인데 왜 이렇게 있어야하나'라고 생각하다가도 얼마 남지 않은 시험기간을 생각하면 마음이 다잡아 진다"고 덧붙였다.

한편 통계청의 지난해 12월 발표한 고용동향에 따르면 전국의 청년실업률(15~29세)이 9.8%까지 치솟았다. 이는 2000년 이후 가장많은 청년실업률로 분석됐다. 또 전체 공식 실업자(4주간 적극적 구직활동을 했지만 일자리를 못 찾은 사람)수가 101만명으로 집계돼 본격적인 실업자 100만시대에 도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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