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노근호 충북테크노파크 정책기획단장

매년 초 사람들의 관심은 두 개의 글로벌 행사에 집중된다. 1월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와 1월 중순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이 그것이다. 최근 전 세계를 관통하는 산업·기술 트렌드 및 정치·경제적 이슈를 점검해볼 수 있는 풍향계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CES 2017에서 확인된 것은 폭풍처럼 진화하고 있는 기술 간 융합이었다. 달라진 점은 과거의 CES가 얼리어답터들의 보여주기식 쇼케이스였다면 올해는 실생활에서 행복한 삶을 도와주는 상용화였다.

전문가들은 CES 2017의 키워드로 인공지능(AI), 로봇, 중국,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등 네 가지를 꼽았다. 인공지능은 3800여개 참가 업체 중 1500여개가 제품에 AI를 적용했다고 주최 측이 밝혔을 정도로 대세였다. 로봇 역시 '퍼스널 로봇(PR)'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화두였다. 변방에서 중심으로 약진한 중국은 1300여개 업체가 참여하면서 양적 성장만큼 질적 경쟁력을 갖췄다는 호평을 받았다. 이번에 눈에 띈 것은 스타트업이었다. 3년 전엔 존재하지 않았던 약 20%의 신생 기업들이 CES의 핵심으로 등장했다. 이들은 누구나 쓸 수 있는 글로벌 기업들의 AI 기술로 무장하고 대기업을 능가하는 혁신적인 로봇, 헬스케어 제품으로 신시장 개척에 나선 것이다.

가장 주목받은 기업은 '아마존'이었다. 음성인식 AI 비서 '알렉사'는 현재 약 7000개의 애플리케이션(앱) 및 디바이스와 연결되면서 스마트폰 이후 차세대 플랫폼으로 각광받고 있다. 알렉사를 빠른 시간 내에 수많은 디바이스와 연동시킬 수 있는 튼실한 생태계의 저력을 과시했다. 알렉사의 성공은 아마존 관계자들도 예상치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듯 숨 가쁘게 변화하는 기술이 누구에게나 희망과 이득을 주는 것은 아니다. 이들이 선도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열리면서 미래에 대해 불안해하고 소외받는 계층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난해 인공지능과 로봇 등 신기술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신할 것이라는 보고서가 발표되면서 충격을 준 사례에서 입증된다.

4차 산업혁명에서 촉발될 경제적 불평등과 사회적 양극화 우려가 포퓰리즘 및 보호무역주의로 정치 쟁점화하는 양상이다. CES 2017에 이어 열린 다보스포럼의 핵심 의제가 심각한 이유다. 이번 주제인 '소통과 책임의 리더십'은 표면상 정치적인 것 같지만 경제·사회적 과제까지 함축하고 있어 매우 포괄적이다. 작년의 '4차 산업혁명' 선언을 좀 더 세분화해서 구체적으로 실천전략을 살펴보았다는 점이 특징이다. 한편 전체 토론 주제 중 절반 이상이 '사회적 통합' 관련이어서 경제적 불평등과 사회적 양극화의 완화 문제에 대한 관심을 엿보게 한다. 이로써 각국 정치·경제 리더들의 역할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노근호 충북테크노파크 정책기획단장

불확실성이 커진 기존 시스템에서 대안을 찾지 못하자 지금의 혼란한 정치·경제·사회적 상황을 타개할 구원투수로서 '새로운 큰 게임(The New Great Game)'으로 이끄는 소통과 책임의 리더십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이제 각국의 정치·경제 리더들이 난제 해결의 실마리를 풀어가야 한다. 급변하는 정치·경제·사회적 시스템에 대한 청사진 제공, 신기술에 적응할 수 있는 교육시스템 개혁, 학력에 관계없이 창의력을 바탕으로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뉴 칼라(화이트칼라와 블루칼라 대비)' 양성 방안 등이 시급하다. 지역의 정치·경제 리더들도 발벗고 나섰다. 제주도는 기후 에너지 및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해 에너지와 교통을 망라한 산업생태계 구축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대전시는 '4차 산업혁명 특별시 조성'을 내세웠다. 이전보다 단순히 발전된 단계가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시대에 부응하는 공간의 가치 창출 준비가 필요하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