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저비용항공사(LCC)가 국내 항공시장에 소리없이 약진하고 있다. 국내선 여객 점유율이 절반을 넘은 것은 한참 됐다. 최근 국적 LCC의 여객점유율은 56.6%로 대한항공·아시아나(43.4%)를 제쳤다. 지난해 11월에는 국제선 항공여객 점유율이 20%대를 넘겼다. 지난해 상반기에 누적승객 5억명을 돌파했다. 거침없는 비상이다.

우리나라에서 저비용항공사가 처음 시작된 곳은 청주다. 개척자는 지역 모방송사 기자출신인 이덕형(51)씨다. 그가 2004년 2월 직장을 그만두고 2명의 친구와 함께 충청항공(현 한성항공)을 설립한 것이 저비용항공사의 출발점이다. 그는 청주국제항공엑스포를 취재하면서 처음 LCC 설립의 꿈을 꾸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독점했던 국내 항공시장에 LCC의 씨앗을 뿌린 것이다. 그가 꿈을 현실화하는 과정에서 숫한 벽에 부딪쳤다. '미쳤냐'는 말은 물론 '사기꾼'이라는 말까지 숫하게 들었다. 그 이전엔 누구도 가지 않았던 길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최초의 저비용항공사인 한성항공을 설립하고 2004년 7월 프랑스 ATR사로부터 터보프롭기종(ATR72) 중고여객기를 리스로 도입했다. 면허도 없는 항공사에서 비행기를 리스로 도입하는 과정에서 ATR사 경영진이 황당해 했다는 후문이다. 역시 저가항공사 1호기가 된 ATR72 여객기는 1995년 5월 프랑스 툴루즈에서 첫 비행을 한 뒤 에어타이티, 마운트쿡에어라인등을 운용했던 것으로 2005년 6월부터 한성항공 로고를 달고 청주~제주노선을 첫 취항했다. 하지만 한성항공은 2008년 10월 제대로 날개를 펴지도 못하고 파산했다. 이 와중에 이 씨는 한성항공에서만 3번의 해고와 복직을 거듭해 화제를 모았다.

이후 저비용항공의 전성시대가 왔다. 한성항공을 인수한 티웨이항공을 비롯 제주항공, 에어부산, 진에어, 이스타항공등 국적 LCC가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항공여객 점유율을 꾸준히 높이고 있다. 지난달 30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11월 운송시장동향'은 LCC의 우수한 성적표를 보여준다. 전체 국제선 여객 중 국적 LCC가 수송한 비율은 22.1%였다. 특히 일본(20.5%), 동남아(15.6%) 등 근거리 지역과 대양주(14.3%)에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LCC가 태동한 청주국제공항도 함께 성장했다. 만년 적자공항이'라는 오명을 들었던 청주공항을 올해 첫 흑자시대를 열었다.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1997년 개항한 이후 18년만에 처음이다. 해마다 50억 안팎의 적자를 냈던 청주공항이 흑자를 낸것은 LCC의 힘이 컸다. 청주공항은 새해에도 호재가 찾아왔다. 청주공항이 기반인 저가항공사 K에어 설립이 2월중 추진되기 때문이다. 이 항공사는 A-320기종(180석) 3대를 보유하고 있고 자본금도 450억원에 달해 국제운송사업 면허기준을 충족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따라 충북도가 추진하는 일본행 정기노선도 가능해진다. 저비용항공시대의 초석(礎石)이 된 청주공항의 재도약이 눈에 보인다. 박상준/논설실장·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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