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늘고 긴 붉은색의 다리와 검은색의 부리가 독특한 겨울 철새 황새(천연기념물 제199호) 2016년 12월 12일 천수 / 뉴시스

겨울한파가 몰아친 지난 1월20일 충남 서산시 천수만에 수십 마리의 새가 관찰돼 언론의 주목을 끌었다. 천연기념물 제199호이자 멸종위기야생동식물 1급인 황새였다. 올 들어 겨울철마다 러시아에서 오는 황새에 인근 예산에서 방사한 황새 3마리와 일본에서 날아온 황새 1마리 등이 합류, 천수만 일대에서 무더기로 먹이활동을 하는 모습이 자주 목격되고 있다.

황새는 1945년 해방되기 전만해도 흔한 텃새 중의 하나였다. 하지만 1971년 이후 우리나라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충북 음성군 생극에서 마지막으로 관찰된 야생의 황새가 사냥꾼의 총에 맞아 멸종된 것이다. 하지만 40여년 만에 황새는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러시아와 일본에서 날아온 철새가 아니다. 한 동물학자의 열정과 집념으로 황새번식에 성공해 주변국가로 이동했다가 다시 귀향한 것이다.

그 주인공인 박시룡(황새생태연구원 원장) 교원대 교수는 국내 유일의 황새복원 전문가다. 그가 처음 교원대에 왔을 때는 박쥐의 초음파, 휘파람새의 방언을 주로 연구했다. 하지만 1996년 음성 생극에서 마지막 과부황새가 사라진 것을 계기로 러시아 자연과학자 블라디미르 안드로노브 박사의 주선으로 아무르지역 황새 30마리를 교원대로 데려와 한반도 황새복원의 새 장을 열었다.

▶박 교수는 동물학을 전공했지만 처음부터 황새에 관심을 가진 것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황새와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황새 복원을 위해 평생을 노력해온 박시룡 한국교원대학교 생물학과 교수가 퇴임을 앞두고 황새와 인연을 맺게 된 사연과 황새복원과정 등 향 후 황새복원을 위한 연구 계획을 밝히고 있다. / 김용수

-1995년쯤 당시 신극범 총장이 신임교수들을 모아놓고 개교한지 얼마 되지 않는 교원대의 이름을 널리 알리기 위한 방안을 놓고 토론했는데 미국 유학시절 위스콘신 두루미재단에서 근무했던 김수일 교수가 처음 황새복원을 제안했다. 김 교수는 현재 러시아대통령인 푸틴과 친구사이인 안드로노브 교수에게 편지를 보내는등 황새도입을 추진했다. 당시 나는 마침 MBC창사 20주년 기념 다큐멘터리 '황새야, 황새야'라는 프로그램의 자문위원을 맡고 있어 MBC 제작진과 함께 러시아에 가면서 자연스럽게 황새복원에 참여하게 됐다.


▶기록에 의하면 황새가 야생에서 마지막으로 확인된 것이 1971년 음성군 생극면이다. 그나마 그해 4월 사냥꾼이 쓴 총에 맞아죽었다. 그리고 1994년 서울대에 남아있던 암컷이 죽으면서 국내에서 황새가 완전히 사라졌다. 왜 황새가 멸종된 것인가

음성군 금정저수지 준설공사 장면 2015.08.20 / 중부매일 DB

-음성 금정저수지 일대는 옛날부터 황새의 주요 서식지였다. 황새는 한 쌍이 둥지를 틀고 사는데 주로 물고기를 먹고 산다. 마을 주민들에겐 친근한 새였다. 하지만 한국전쟁과 1960년 이후 잇단 국토 개발과 농약 살포, 밀렵 등의 영향으로 한반도에서 자취를 감췄다. 특히 농사를 지으면서 농약을 쓰니까 오염된 물 때문에 황새가 도저히 살수가 없었던 것이다. 황새뿐만 아니라 농촌의 덤불에서 겨울에 번식하고 남쪽으로 내려가는 휘파람새도 지금은 환경오염으로 보기가 쉽지 않다.

▶러시아에서 처음 황새를 들여온 것이 1996년이다. 당시 비행기로 들여오는 과정에서 힘든 점은 없었나.

-맨 처음 MBC가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면서 아시아나항공 객실을 통해 30마리를 싣고 왔다. 두 번째는 러시아항공을 이용했는데 화물칸이 작아 할 수 없이 객실에 실었는데 냄새가 엄청 고약해 승객들이 불만을 쏟아내면서 비행기가 이륙하기 직전에 연구원들과 황새가 쫓겨났다. 연구원들이 공항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난감해 있는데 황당하게도 이륙했던 비행기가 기체고장으로 1시간 만에 공항으로 다시 돌아왔다. 항공사측에서는 영물인 황새를 안 싣는 바람에 이런 일이 생긴 것으로 보고 다시 연구원들과 황새를 싣고 이륙하는 소동이 생겼다.

▶당시 한국으로 데려왔던 황새는 아직도 야생에서 살아있는가.

-맨 처음 싣고 왔던 황새는 30마리중 21마리가 살아있다. 황새 수명이 30년이 되기 때문이다. 이 황새들은 번식에도 성공해 현재 170마리로 늘어났다.


▶미호천엔 아주 오래전엔 황새가 많이 살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황새의 서식지로 미호천이 최적의 조건을 갖춘 것인가.

겨울의 미호천 (2015.12.27)미호천은 황새의 먹이서식지 뿐만아니라 미호종개 등 생태자원으로도 활용가치가 높다. / 김용수

-미호천 상류가 백호천이다. 황새의 먹이서식지로 활용할 가치가 있을 뿐 아니라 생태공원으로서도 알맞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정권이 바뀐 이후 MB정부때 4대강 사업이 비판을 받지만 난 생각이 다르다. 이 지역은 예전엔 농경지였지만 4대강 사업 이후 지금은 습지로 변했다. 자연의 놀라운 회복력으로 백호천 주변은 황새를 위한 습지가 됐다. 앞으로 생태습지공원으로 조성한다면 귀중한 관광·환경자원이 될 것이다. 인간은 생태계의 최상위포식자지만 인구가 많아 내가 죽는다고 인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황새는 개체가 많지 않기 때문에 황새가 멸종된다면 생태계가 훼손된다. 다음세대의 후손들을 위해서도 향후 80년은 내다보고 복원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황새를 복원하는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황새 복원을 위해 평생을 노력해온 박시룡 한국교원대학교 생물학과 교수가 퇴임을 앞두고 황새와 인연을 맺게 된 사연과 황새복원과정 등 향 후 황새복원을 위한 연구 계획을 밝히고 있다. /김용수

-복원자체가 힘든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개체수를 확보해야 하지만 더 중요하고 어려운 것은 유전적인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유전자가 다양해지지 않는다면 근친접촉으로 전염병에 취약해 일찍 죽는다. 경남 창녕 우포늪에 있는 따오기는 인공번식으로 200마리로 늘렸지만 자연으로 돌아가면서 대거 도태됐다. 생태복원은 쉬운 것이 아니다. 더욱 많은 황새를 야생에 복귀시키려면 러시아에서 더 데려와 번식시켜야 한다.

▶황새를 인공 번식한 이후에도 사육과정에서 고생했다고 들었다.

-우리는 세계에서 4번째로 황새 인공번식에 성공했다. 다만 사육 상태에서 황새 건강관리에 애를 먹었다. 우리나라 텃새 황새들은 겨울철이면 얼음이 얼지 않은 남쪽 개설 등지에서 먹이를 잡아먹으며 겨울을 보냈는데 사육하던 황새들은 꽁꽁언 사육장에서 추위와 싸워야 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추위에 쓰려져간 황새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황새장 안의 연못이 얼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찾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충남 예산군 황새공원은 지금도 황새가 많은가.

한국교원대 황새생태연구원이 지난달 18일 예산황새공원에서 방사한 천연기념물 199호 황새가 3주 만인 지난 7일 충남 예산군 광시면에서 감전사했다. 2016.08.08 / 뉴시스

-문화재청이 전국 공모사업으로 전환해 예산군을 황새복원사업 대상지로 선정하면서 2014년 4만여 평 규모의 황새공원이 들어서게 됐다. 그해 6월 교원대에서 황새 60개체를 예산군으로 이전했다. 이중 8마리가 46년만에 야생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작년에 한 쌍이 자연번식에 성공했지만 그해 10월 암컷이 감전사고로 죽었다. 수컷과 새끼 두 마리는 아직도 자연에서 서식하고 있다. 황새는 날개를 펴면 2m가 된다. 이 때문에 전신주 꼭대기에 서 있다가 감전사 되는 경우가 있다.

▶그런 경우 어쩔 수 없는 일 아닌가.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는 생태안전구조물이 취약한 후진국이다. 선진국은 고압전류 절연 장치를 설치하거나 전신주 선로간격을 넓히고 선로위의 애자를 밑으로 내려 야생동물들이 감전사 하지 않도록 최대한 신경을 쓴다. 우리나라도 이런 식으로 개선돼야 한다.


▶황새복원의 산실 역할을 한 황새클럽 (사)한국황새복원센터가 해산절차를 밟고 있다고 들었다. 이 때문에 행정소송을 청구중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승소할 가능성은 있는가.

박 교수는 황새클럽 리플렛을 주면서 널리 홍보해 줄 것을 당부했다 / 김용수

-문화재청에서 해산승인이 날지 여부는 2월16일 법원에서 판결이 난다. 개인적으로 사단법인이 없으면 해야 할 사업을 못한다. 좋은결과가 날것을 기대한다. 황새생태연구원 후임원장은 3월이후 공모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총장하고 상의하겠지만 가급적 동물학 전공교수가 맡았으면 좋겠다. (황새클럽은 떠돌이생활을 하는 황새가 안전하게 먹고 쉴 수 있는 쉼터 조성을 위해 기금을 모금하고 있다.)

▶박 교수는 2015년부터 충남 예산황새공원을 중심으로 황새를 야생에 방사했다. 예산군은 황새공원을 제대로 관리하는가.

황새 연구원 2명이 교원대와 임용계약을 맺고 예산황새공원에 파견됐다. 하지만 예산군 공무원들이 연구도 컨트롤 하려고 한다. 예산군 측의 행태를 보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지난해 충남도민체전때 황새날리기 행사를 하려고 하지 않나 덕산온천축제때는 황새를 전시하려고 했다. 또 황새공원에 관람객이 적으니까 미니동물원을 설치하려고 한다. 이벤트행사에 이용하기 위해 황새를 번식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의 입장이 아닌 황새의 눈으로 바라봐야 한다. 나는 문화재청 특별연구원 자격으로 예산군의 황새공원 관리를 제대로 감시할 것이다.

▶앞으로 교원대 황새복원사업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교원대에서 황새복원사업을 위해 후임자를 임명할 것이다. 나는 떠나더라도 특별연구원으로서 황새공원 조성을 위한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있다. 교원대에 청남생태공원을 만들자는 것이다. 정년퇴임식에 참석한 도종환의원이 마침 지역구인데다 관련 상임위원회에 소속이라 80억원정도의 국비가 지원된다면 청남생태공원 3만평 부지에 예산황새공원 못지않은 황새서식시설을 갖출 수 있다. 청주시 관광시설로도 좋을 것이다.


▶박교수에게 황새란 무엇인가.

-황새는 한반도 생태계를 리셋시킬 수 있는 핵심 종이다. 우리는 이땅에 잠시 살다 떠니지만 황새는 이 땅에 남아 우리 후손들에게 온전한 생태계를 누리며 살수 있게 할 것이다. 바로 내가 꿈꾸는 세상은 황새가 있는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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