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시론] 류연국 한국교통대학교 교수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 뉴시스

두테르테는 지금의 필리핀 대통령이다. 7천개 이상의 섬으로 이뤄진 서태평양의 열대 지역에 자리잡아 1억 명의 주민들이 흩어져 살고있는 나라가 필리핀이다. 1970년대 이전에는 아시아에서 일본과 더불어 가장 경제사정이 좋았던 나라였지만 독재정권과 과도한 빈부 격차로 인해 가난한 나라로 몰락했다. 필리핀은 6·25전쟁에서 미국과 영국에 이어 우리나라에 세 번째로 많은 군대를 파병한 나라다. 그러나 지금은 불법이 판을 치는 나라가 돼 안타까운 일이다.

이 나라의 총기 소지는 불법이지만 어디서든 총과 탄약을 쉽게 구입할 수 있다고 하니 법이 제대로 지켜지는 나라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두테르테는 민다나오 섬의 다바오 시장이 아버지로 어린시절 문제학생으로 퇴학을 당하고 급우를 총으로 살해하기도 했지만 대학에 진학해 법대를 졸업하고 검사로 재직하며 범죄와의 전쟁으로 명성을 얻은 뒤 정계에 입문하여 다바오 시장을 22년 간을 연임했다. 그는 개인 병력을 운용하며 범죄자들을 척결해 도시의 치안을 확보했다. 지금의 다바오시는 범죄율이 낮은 도시가 됐고 경제사정이 좋은 도시로 변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이면에는 무고한 희생자를 양산했다는 사실이다. 1천여 명의 실종사건에 그의 사설부대가 관련돼 있다는 추정이니 말하지 못하는 얼마나 많은 억울한 죽음이 있을 것인지 알만하다. 그는 범죄자를 자신이 즉결 처형한 적도 있다고 한다. 그랬으니 대통령 선거운동 기간에도 모든 범죄자를 처형하겠다고 장담했고 수많은 마약 관련 범죄자들을 처형하고 투옥했다.

이런 두테르테 방식의 범죄 소탕은 가난하고 힘없는 서민들을 대상으로 주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유력한 정치집단이나 특권층 가문의 범죄 행위에는 어쩌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그들의 사병 조직이 두테르테의 사병 조직과 마찬가지로 막강하기 때문이다.

그가 정치인으로 살아오는 동안 자신의 정적과 자신에 부정적인 언론인을 제거했다는 주장이 있다. 그래서인지 그가 시장으로 있었던 다바오의 현 시장이 그의 딸이며 부시장은 그의 아들이다. 할아버지로부터 이어지는 세습이다. 그들은 지역민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권력을 행사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정치적 배경을 지니고 있는 두테르테가 대통령이 되었고 그의 막가파식 언행은 국제사회의 비난과 웃음거리가 되었다. 그의 포퓰리즘에 바탕한 정치적 선동이 극빈층이 대부분인 국민의 지지로 이어져 대통령이 되었으니, 나라가 혼란에 빠지고 국민의 삶이 고단해지면 결국 포퓰리즘이 판을 치게 되는 것은 후진국이든 선진국이든 크게 다를 바가 없는 듯하다. 이런 필리핀의 혼란은 죄없는 한국인 사업가를 마약 관련 혐의를 씌워 경찰서로 연행해 목 졸라 살해하고 화장해 버리는 사건을 만들었다.

사건을 주도한 경찰이 사업가의 신용카드로 현금을 인출하고 그 후에 가족에게 협박 메시지를 보내 돈을 뜯어내는 우리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 필리핀 경찰 내부에서 일어난 것이다. 그런데 경찰청장은 가담한 두 명의 경찰은 적법한 작전에 참여하는 것으로 알았다며 두둔했다니, 결국 경찰 총수가 이런 일이 다반사로 이뤄지고 있음을 자인한 것이나 다름없다.

류연국 한국교통대학교 교수

과연 필리핀에서 범죄가 사라지고 일반 서민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나라로 변모할 수 있겠는가. 지금의 두테르테가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고는 하지만 혼란과 빈곤층의 선동적 지지는 다시 그들을 두려움에 떨게 하는 독재정치로 이어질 것이 뻔하기에 진정한 치안의 확보와 경제성장과 복지가 이어지는 나라로의 건설은 한낱 꿈으로 사라질 것이다.

혼란과 경제적 어려움은 선동을 부른다. 지금의 국제사회는 요동치고 있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의 결과가 그렇고 미국의 대통령 선거와 필리핀의 두테르테의 대통령 당선이 그렇다. 이제 우리의 정치적 혼란과 경제적 어려움을 냉철히 바라봐야 한다. 땀을 요구하지 않는 달콤한 정치적 선동에 속아 넘어가서는 안 된다. 두테르테를 흉내내는 정치인을 가려낼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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