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후커플의 지구별 신혼여행 1편

'후후커플' 조현찬·연혜진 부부

멀쩡하게 다니던 직장을 관두고 우리는 여행을 선택했다.
출발 전 떨림... 우리들의 축하·응원...우리만의 기록 포스팅

멀쩡하게 4년여 동안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두고 덜렁 베낭 하나 둘러메고 전 세계 풍물을 찾아 신혼여행을 떠난 별난 젊은 부부가 있다. 이들은 안정적인 직장을 포기하고 세계여행을 떠난 이유에 대해 "단지 우리는 지구 한 바퀴 돌고 오는 것 뿐"이라고. 짧게 답했다. 어찌보면 무모해 보이기도 하고 또 어찌보면 도전하는 젊음이란 용기가 아름답다. 인생을 정말 신나게 즐겨보자,또 여행하는 동안 앞으로 힘든 일도 많겠지만 '후후'하고 흥얼거리며 그 순간을 더 즐기고 싶어서 그리고 진짜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기에 '후후 커플'이라고 블로그 이름도 새로 지었다는 이들 '후후커플의 지구별 신혼여행'을 본보는 1년 동안 게재한다. 특히 본보는 이들의 눈을 통해 비쳐진 전 세계 각지의 문화와 풍경, 각기 다른 사람들이 사는 다양한 모습을 있는 그대로 선뵐 계획이다. / 편집자

지난해 2016년 11월 16일 남편과 함께 할 세계여행에 가슴이 설렌다. 결혼하기 전 그는 "세계여행이 꿈이다"며 "미래의 아내만 허락한다면 아이가 생기기 전에 1년 정도 여행을 다녀오고 싶다"고 생각했단다. 나도 여행을 참 좋아하지만 당장 모든걸 내려놓고 떠날 수 있는 용기는 없었다. 더욱이 세계여행이라니…. 내 인생에서는 꿈도 못 꿀만한 이야기였다.

그러던 우리는 지난 7월에 결혼식을 올렸다. 그리고 남편이 물었다. "우리 세계여행 갈래?". 같은 직장에 다녔던 우리는 그렇게 거짓말처럼 동반 퇴사를 하고 12월 더 큰 세상으로의 신혼여행을 가기로 했다. 1년간의 지구 한바퀴 신혼여행. 우리는 우리의 세계여행이 앞으로 펼쳐질 여생을 더 행복하게 해줄거라 믿는다.

세계일주를 앞두고 '후후커플의 지구별 신혼여행'으로 블로그를 재정비했다. 나는 앞으로 펼쳐질 여행동안 전 세계 각지에서 우리의 기록들을 정리해 포스팅할 예정이다. 우리는 여행을 한 달 앞두고 가장 먼저 체크한 것은 '예방접종'이다. 황열을비롯, A형간염, B형간염, 장티푸스, 파상풍 등 모두 5개의 주사를 맞았다.

'여행자 명함'을 만들기 위해 포토샵으로 '낑낑'거리며 디자인했다. 그림 솜씨도 없지만 지구처럼 생긴 공(?)도 하나 그려두고 함께 찍은 사진을 넣어 완성했다.

12월 7일. 드디어 정말 실감 안나게 오지 않을 것 같던 '그 날'이 왔다. 출발 디-데이다. 퇴사 이후 지인들로부터 많은 축하와 응원을 받았다. 잘 다니던 회사를 둘 다 그만두고 1년동안 세계여행을 다닌다고 하니 '앞으로 뭐먹고 살려고 하니', '부모님께서는 허락하신거니' 등 걱정을 해줬다. 그러면서도 진심으로 응원해 준 마음 평생 기억하며 살것이다. 뿐만 아니라 서로의 꿈을 향한 도전은 용기있는 것이지, 적어도 무모하진 않다는 확신도 덤으로 생겼다. 분명 1년 뒤 우리는 현재 우리의 결정을 후회하진 않을 거라는 확신이다.


호치민 탄딘성당 앞에서

첫 선택지 베트남 땅을 밟다

인천공항을 출발한지 5시간여 만에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베트남 호치민 시티 (Ho chi minh city)에 도착했다. 후텁지근한 공기가 우리를 반겼다. 우리의 첫 여행지 호치민은 크게 기대를 안 했던 도시였다. 베트남에서 무비자로는 최대 15일까지 여행할 수 있어, 시간이 촉박한 우리는 호치민에서 하루만 묵기로 했다. 그런데 왠걸, 오토바이들로 꽉 막힌 도로가 오히려 정겹게 느껴졌다. 자동차보다 더 많은 오토바이를 탄 사람들의 표정부터 옷차림이 한눈에 들어왔다.

"나 베트남에 한 달쯤 있고 싶어!" 이런, 여행 첫 날부터 베트남 여행일정이 여유롭지 않아 아쉬웠다. 당장이라도 베트남 비자를 신청하고 싶었지만, 이미 하노이에서 방콕으로 가는 비행기표를 끊어 놓은 상태였다. 결국 우린 호치민에서 하루 더 묵기로 하고, 보름이라도 충분히 베트남을 즐기기로 했다.

거리를 걷다보니 큰 길에 작은 테이블과 의자들이 즐비하다. 노점 카페라니! 바로 옆에서는 차들이 '쌩쌩' 달리고 있는데, 수십 명의 사람들이 카페 안에 있는 것처럼 목욕탕 의자에 옹기종기 앉아 있다. 그 정겨운 분위기 때문에 잔뜩 긴장하고 움츠러들었던 내 마음이 풀어지는 게 느껴졌다.

다음날 아침, 여행자 거리인 데탐거리에서 쌀국수와 돼지고기 덮밥을 시켰다. 베트남 음식이 우리나라 사람들 입맛에도 잘 맞는다더니, 과연 태국 음식에 견줄 만했다. 특히 쌀국수는 짙은 향신료 냄새와 진한 국물이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았다.

베트남은 100년간 프랑스의 지배를 받아 곳곳에 유럽식 건축물들이 꽤 남아 있다. 파스텔 핑크톤의 탄딘 성당과 고풍스러운 외관을 자랑하는 노트르담 대성당, 샛노란 호치민 중앙 우체국도 프랑스의 영향을 받았다. 베트남 한가운데서 유럽식 건물들이라니 꽤 어색해 보인다. 있어야 할 곳이 아닌 느낌이랄까. 우리나라도 비슷한 상처를 지녀서인지 그들의 아픈 역사가 더 크게 다가왔다.

저녁에는 베트남 친구 Ha와 사이공 강변을 걸었다. 작년 여름휴가 때 혼자 방콕을 여행하다 만난 친구다. 직장을 다니는 지금도 그녀 역시 여전히 여행을 꿈꾸고 있었다. 여행을 좋아하는 우리 둘이 만나 여행을 떠나온 것도 참 감사하다. 혼자가 아닌 둘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용기낼 수 있었다.

무이네 한적하고 조용한 해안도시

한적하고 조용한 해안마을, 무이네 (Mui ne)

호치민에서 차로 4시간이면 작은 해안도시 무이네에 도착한다. 무이네는 화이트샌드와 레드샌드가 있는 사막으로 유명하다. 버스에서 내리기 무섭게 "헬로! 북 유어 호텔?" "헬로? 호뗄?" 호객꾼들이 수십개의 호텔 명함을 보여주며 원하는 호텔을 말하란다. 그렇게 숙소를 잡은 우리는 남들 다 가는 사막 투어는 제쳐두고 푹 쉬다 가기로 했다. 진짜 사막은 나중에 아프리카 가서 직접 보면 되니까. 여행지까지 와서 어딜 꼭 가야 하고 무얼 꼭 해야할까? 항상 정답만 찾으며 살아왔던 나는, 여행을 하면서 스스로 괜찮다고 말하는 연습을 한다. '꼭 해야 하는 건 없어, 니가 하고 싶은 걸 하렴. 그걸 하기 위해 현실을 잠시 내려놓고 이 먼 길을 떠나온 거니까'.

느즈막히 일어나 케밥을 먹고 해변에서 파도소리를 듣다가 저녁엔 씨푸드에서 맥주를 마셨다. 그렇게 이틀을 보냈다. 케밥-해변-가리비, 맥주 맥주 맥주. 그동안 직장생활로 바쁘다는 핑계로 미뤄졌던 대화들이 여행중에 눈에 띄게 늘어서 참 좋았다.

마지막 날, 우리가 좋아하는 라이브카페에 갔다. 매력적인 보컬의 여가수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 'Love me like you do'를 불렀다. 여기선 무얼 먹고 마시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조용히 빛을 내는 조명들과 가슴을 퉁퉁 울리는 기타소리, 그리고 보컬의 노래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되니까.

작년에 갔던 태국 꼬창섬과 무이네는 참 닮아보였다. 한적하고 조용해서, 딱히 무얼 하지 않아도 되는 곳. 그래서 몸도 마음도 한켠 쉬었다 가기 좋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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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 '후후커플의 지구별 신혼여행' ②>에서는 '아기자기한 매력의 고산도시 달랏과 호이안, 다낭편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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