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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마 접은 반기문 앞으로가 더 중요[편집국장 칼럼] 임정기
자료사진 / 뉴시스

"예견된 일이었다."

귀국 3주만에 대권도전 불출마를 전격 선언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두고 이른바 선수들이 하는 말이다.

정치판을 유리알처럼 보고 분석하는 평론가나 전문가, 노련한 정치부 기자들, 오랜기간 정당밥을 먹은 당료, 연륜의 정치인 등 나름 고수들은 10년만에 반 전 총장이 귀국하는 공항에서의 첫 메시지에 주목했다.

그는 수백명의 지지자들이 "반기문 대통령"을 연호하는 가운데 금의환향해 가진 귀국 기자회견을 통해 "고맙습니다. 반드시 국민대통합을 이루겠다"며 사실상 대권도전을 선언했다,

이를 지켜본 선수들은 실망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국민들에게 감동과 비전을 줄만한 내용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출발부터 스텝이 꼬인 것이다. 곧바로 이어진 민생 행보와 대통합 행보는 더욱 엉켰다. 인천공항역에서 7천500원짜리 표를 구매할 때 무인발매기에 1만원권 2장을 동시에 집어넣는 모습이 노출되면서 '서민 코스프레'라는 비판이 일었다. 지난달 14일 음성 꽃동네 방문에서는 침대에 누워있는 할머니에게 음식을 떠먹이는 반 전 총장이 턱받이를 한 사진이 공개되면서 '반기문 턱받이 논란'이 불거졌다.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묻는 기자에게는 "나쁜놈들"이라고도 했다. 세심치 못한 언행이 되레 악수로 돌아온 것이다.

애매모호한 정치노선 행보 역시 문제였다. 그는 '빅텐트'를 명분으로 야권연대 가능성을 열어놓고 새누리당과 바른정당 등 기존정당 입당 가능성 등에 대해 여지를 남기는 등 갈지자 행보를 보였다. 신당 창당이냐, 야권연대냐, 제3의 정당 선택이냐를 놓고 결정을 하지 못하는 우유부단한 모습이 노출됐다. 그야말로 정치 초년생 다운 면면만 노출된 것이다. 그런가 하면 설 명절 직전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 등을 만나 제3지대 논의에 나섰지만 정작 소득은 없었다. 그는 마지막 승부수로 개헌추진협의체 카드를 던졌지만 정치권은 아예 응하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귀국을 전후해 25∼30%를 웃돌던 지지율은 20% 아래로 떨어졌다. 엊그제 여론조사에서는 지지율이 13%대로 급전직하 했다.

반 전 총장이 보여준 귀국 후 20여일간의 행보는 한마디로 준비가 안된 후보였다. 죽느냐, 사느냐 하는 복마전 같은 살벌한 대선 판에서 후보로서의 개인적 리더십은 물론, 조직, 자금, 대언론 관계 등등 그 어느것 하나 준비된 게 없었다. 당도 없는데 어떤 의원이 탈당을 하고 들어오겠는가. 집도, 절도 없는 사람이 바른정당 등 기존 정당을 향해 나를 모셔가라는식의 정치행보를 어떻게 봐야 하나. 그러니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로부터 텐트가 다르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참모들도 문제였다. 캠프는 외교관출신 후배들과 이명박 정부 인사들로 채워졌다. 도와주고 싶어도 그들을 비집고 가까이 갈 수가 없다는 얘기도 들렸다. 싸움은 선수가 하는 것인데 그저 잘 되면 한 자리 차지하려는 인사들만 넘쳐났다는 얘기가 들렸다. 물론, 이 모든 책임은 준비가 덜된 반 전 총장 본인에게 있다. 만약 귀국전 잘 짜여진 각본에 바탕을 두고 미국 대통령 당선자 트럼프를 만나고 한반도 사드배치로 경제보복을 통해 길들이기를 하는 중국 시진핑 주석을 만났다면 상황은 바뀌였을 것이다. 세월호 참사현장인 진도 팽목항에 가서 그저 둘러보고 오는게 아니라 수장 현장에 배를 타고 들어가봤다면, 진도군청에 들러 수년째 고생하는 공무원들의 손을 따듯하게 잡았다면. 촛불민심으로 정치에 관심이 많아진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는 행보를 보였다면 분명 달라졌을 것이다. 그의 갑작스런 불출마 선언으로 내심 지지했던 충북인들은 멘붕에 빠졌다. 그런 가운데 여야 대권주자들은 그의 불출마 선언 직후 득실계산에 들어갔다.

임정기 편집국장

이번 대선은 야권의 경우 문재인 대세론에 안희정 충남지사가 역전하느냐가 관전 포인트다. 반기문 없는 충청은 안 지사에게 눈길이 쏠릴 가능성이 높다. 새누리당은 황교안 전 총리를 여권후보로 내세울 태세다.

짧은 기간 냉혹한 정치 현실을 맛본 반 전 총장은 앞으로 국가와 민족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이제 차분하게 뒤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중부매일  jb@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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