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 창당 늦었다" 조언... 가족 반대도 결정적 영향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대선 불출마 선언 한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 뉴시스

[중부매일 한인섭 기자]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이 귀국 후 21일만에 불출마를 선언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지난달 31일에 이어 1일 오찬 일정이 진행될 때까지만 해도 '완주'에 이의가 없었던 캠프 분위기가 '불출마'로 끝난 것에 대해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쉽게 뜨지 않았던 지지율과 귀국 후 정치현장에서 경험한 '인격살인'에 가까운 공격, 개인·가족에 대한 음해 등이 작용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대선 민심의 변곡점이 될 것으로 봤던 '설 민심' 역시 녹록지 않았던 게 결정적인 불출마 계기가 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반 전 총장은 귀국 이전에는 대권 후보 지지율 1위를 기록했으나, 귀국 후 급락해 10% 초반을 전전했다. 그러나 설 이후에도 반전 계기를 마련하지 못했다.

반 전 총장은 이같은 점을 고려한 탓인지 지난달 31일 충청권 새누리당 소속 국회의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지원'을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정진석 새누리당 전 원내대표를 비롯해 박덕흠, 이종배, 경대수, 권석창, 이명수, 박찬우, 성일종 의원 등 충청권 의원들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이들은 이어 1일 오전 별도 모임을 갖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은 탈당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지원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던 상황 이었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A 의원은 "반 전 총장이 정당선택을 하지 않았고,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은 탈당을 결정할 시점이 아니었다"며 "이런 사정이 반 전 총장의 불출마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A 의원은 "박덕흠 의원 등 탈당을 선언했던 의원들이 실행을 하지 못했던 것은 반 전 총장이 정치적 행보를 결정하지 못했던 것도 이유로 작용했다"며 "충청권 의원이라 하더라도 정당이 다를 경우 함부로 언급하거나 움직일 수 없는 정치현실을 제대로 꿰뚫어 보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신당 창당과 여야 정당, 정치권 인사들과의 연쇄접촉 결과가 신통치 않았던 것도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반 전 총장은 지지율 부진 탓에 국민의당을 비롯한 여·야 대권 후보들과 연쇄접촉을 가졌다. 그러나 돌아온 반응은 '더 두고 보자'는 식이었다. 여기에다 난국을 타개할 '신당 창당 카드' 역시 "이미 늦었다"는 평가가 주류였던 것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자금력이 턱없이 부족했던 반 전 총장이 기존 정당과 신당 창당 모두 막연해지자 결국 '하차'를 택했을 것이라는 시각도 가능하다.

반 전 총장의 측근으로 통하는 충주 출신 한 인사는 "1일 아침 핵심 참모와 통화했더니 오는 10일이 고비라는 얘기를 들었는 데 결정을 조기에 한 것 같다"며 "신당 창당은 늦었다는 참모들의 조언이 작용을 한 것으로 보이고, 연쇄접촉한 정치권 인사들의 반응이 신통치 않았던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치적 배경과 별개로 부인 유순택 여사 등 가족들의 반대가 결정적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시각도 제기돼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반 전 총장의 가족들은 대선 출마 자체에 심한 거부감을 보였던 게 사실이다. 2014년 11월 이른바 야당發 대망론이 제기됐을 당시 반 전 총장 가족들은 거론 자체를 불쾌해하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반 전 총장의 동생 반기호 전 보성파워텍 부회장은 당시 "대선 출마를 전제로 '교감'을 갖고 있다는 정치인들은 모두 사기꾼"이라고 비난하고 "국내를 떠난지 오래여서 측근이라고 할만한 인물도 없다"며 부정적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반 전 총장과 교분이 두터운 충북의 한 유력 정치인은 "가족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다"며 "정치적 이유도 작용했겠지만, 별개의 원인이 불출마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