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설]

자료사진 / 뉴시스

문재인 전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18일 공무원 숫자를 대폭 늘리겠다는 공약을 발표한지 20일 만에 정부가 지자체 공무원을 감축키로 해 관심을 끌고 있다. 양측의 시각은 전혀 다르다. 문 전대표는 일자리창출에 초점을 맞췄다면 정부는 행정효율성을 따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문 전대표는 81만개의 공공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밝혔지만 정부는 지자체 인력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최대 3%까지 불필요한 인력을 감축하겠다고 발표했다. 공무원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 정부와 문 전대표의 엇갈린 시각을 보여주는 것이지만 공무원을 늘릴 경우 발생하는 정부의 엄청난 재정지출을 감안하면 불필요한 공무원을 줄이거나 재배치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이 더 합리적으로 보인다.

행정자치부가 6일 발표한 '2017년도 지자체 조직관리 지침'의 핵심은 지자체가 경쟁력 있는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체질을 개선한다는 것이다. 지침은 지자체가 자체 기능을 분석·진단해 불요불급한 인력을 줄이고, 감축인력을 재배치해 신규 수요를 충당하도록 했다. 올해는 자율적으로 운영하되, 시·도는 기준인력의 2∼3%를, 시·군·구는 1∼2%를 재배치하도록 권고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자체는 자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행정기구의 수와 통솔범위, 업무량 등을 자체 진단하고 개선안을 마련해야 한다. 지자체 조직관리가 정상적으로 시행된다면 일반 행정 등 중복인력은 감소하고 사회복지·재난안전 등 현안 업무에 인력이 배치돼 불필요하게 인원을 늘릴 필요성이 작아진다.

물론 문 전대표의 공무원 증원공약도 일리는 있다. 전체 고용 중 공공부문이 차지하는 비율은 OECD 평균이 21.3%인 반면 한국은 7.6%였다.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스위스의 공공부문 비율이 15%(2009년)에서 18%(2013년)로 최근 3%포인트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한국에서 3%포인트를 높이는 건 매우 현실적인 목표라는 것이 문 전대표측 입장이다.

문제는 문 전대표의 공약대로 한다면 매년 4조~5조원씩 5년간 21조5천50억원이 필요하다. 특히 나머지 20년까지 합산한다면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 공무원은 정년이 보장된다는 점에서 다음정부가 엄청난 재정부담을 안게 된다. 여기에 공무원 연금까지 포함하면 재정위기로 국가부도 사태에 직면했던 그리스처럼 경제혼란이 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잡 셰어링(일자리 나누기)' 개념을 강조하며 추가로 소요되는 재원에 대한 대안을 제시했지만 긍정적인 요인 못지않게 직원간 갈등이라는 부정적인 요인도 있다.

반면 정부안은 인력감축과 재배치 뿐만 아니라 가까운 지자체끼리, 혹은 기초·광역 지자체가 기구나 인력을 공동 활용할 모델을 설계하고, 협업에 따른 인센티브도 제시하고 있다. 행안부는 지자체가 능력 있고 효율적인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안이지만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정부의 방침은 백지화가 될 수 있다. 공무원을 흔히 철밥통이라고 한다. 안정적이고 해고가 없는 직장을 뜻한다. 이런 공무원을 증원하는 것이 좋은지, 아니면 인력감축이 바람직한 건지 정부와 대선 후보들뿐만 아니라 국민들도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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