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양동성 한국은행 충북본부장

설 연휴 직후 국제금융시장을 강타한 뉴스는 단연 전광석화 같은 美 대통령 트럼프의 행정명령과 거침없는 언행이었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7개국 국민의 입국 금지, 중국·일본·독일을 꼭 집어 적시한 환율조작 의혹 제기 등 정신없이 쏟아지는 뉴스에 산전수전 다 겪은 국제 관계 전문가들도 넋 놓고 지켜보면서 그때 그때 해설하기에 바쁜 형편이다.

특히, 연초 한국은행은 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우리경제의 하방리스크 중 하나로 '정치적 요인에 의한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세계교역이 위축될 가능성'을 제시한 바 있는 데, 이러한 우려가 생각보다 빠르게 현실화될 것으로 보여 걱정스럽다. 더욱이 유례없는 탄핵정국으로 국내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태인데, 과거로 회귀하려는 미국과 프랑스, 네덜란드 등 유럽 국가들의 총선이 예정되어 있고, 중국도 사드 배치와 관련된 유무형의 압력을 가하고 있어 가히 political risk가 경제 내부요인을 압도하는 형국이 되어 버렸다.

누구나 짐작하듯이 정치적 불확실성의 확대는 경제 심리 위축을 통해 고용, 생산 등 실물경제 활동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한국은행은 최근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통해 1990년 노태우 정권의 수서비리사건부터 2012년 대선까지 국내의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기에 정치적 요인이 실물경기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였는데 정치적 불확실성은 고용시장, 서비스업 생산, 민간소비 및 설비투자 등에 시차를 두고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이러한 효과가 소멸되려면 3분기가 지나야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문제는 민간소비와 연관성이 깊은 음식숙박, 도소매 등 전통적인 서비스업과 이들 업종에 주로 종사하는 임시일용직, 자영업자 등에 대한 영향이 크고 회복 속도도 더 더디다. 상대적으로 일반 제조업 및 정부 정책과 연관성이 높은 건설투자는 국내 정치여건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어려운 사람만 더 어려워 질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여기에다가 미국 정부의 재정지출 규모 확대에 따른 국제금리 인상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여부와는 별도로 시장금리의 상승을 가져오고, 특히 이 과정에서 가계대출 금리의 상승은 저신용·저소득·다중 채무자 같은 취약 채무자의 상환 부담을 증가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여신 건전성이 약화되면 금융기관의 대출 조이기가 가중될 수 있다. 이래 저래 정치적 불확실성·리스크의 증가는 나와는 무관한 구름 위의 정권 다툼, 나라간 헤게모니 싸움이 아니라 나의 생활을 직접적으로 제약하는 요인이다. 강 건너 불구경 하는 사이 발목과 무릎으로 물이 차오르는 형국이다.

충북은 어떠한가? 지난해 우리나라의 GDP는 2.7% 성장한 것으로 추정되며 충북은 최근 몇 년의 추이를 감안할 때 4% 가까운 성장률을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충북은 어려운 여건에서도 최근 몇 년간 지자체 중 GRDP 증가율 1위, 수출 증가율 2위 등 상대적으로 좋은 성적을 기록하면서 전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 4% 달성을 위해 순항 중이다. 지역 양대 기업인 하이닉스와 LG화학의 업황이 호조를 보이고 있고 화장품, 의약품, 주류 등 지역 내 주력업종들도 선전을 거듭하고 있다. 그러나 충북 역시 어려운 곳은 더 어렵다. 특히, 업종별로는 도소매업, 운수업 등 비제조업이 60~70 수준에 머무는 등 기준치 100에 한참 미달하고 있다.

특히, 이들 업종은 지난해 11월부터 실시된 '부정청탁금지법'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으며, 성격상 영세업체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지역경제의 내실을 다지고 체력을 튼튼히 하기 위해서는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외되어 왔던 취약분야에 대한 지원 대책을 다듬어야 할 것이다. 우선 한국은행은 이러한 분야에 대한 조사연구에 좀 더 역량을 할애하고 한국은행의 지원자금이 원활하게 공급될 수 있도록 재점검할 것이다. 그러나 어렵다고 다 위기는 아니며, 모든 악재가 다 실현되는 것만은 아니다. 하방리스크만을 강조하면 오히려 심리적 위축을 가져와 현상을 더 어렵게 할 수 있다. 충북은 반도체 경기가 활황을 보이고 있고, 지리적 여건으로 신규 공장의 지역 내 진입 등 호재도 많아 이에 따른 낙수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지금이야말로 '최악의 상황에 냉철히 대비하면서 최선의 상황에 대한 희망도 버리지 말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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