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후커플의 지구별 신혼여행 2편

호이안의 야경 / 후후커플 제공

멀쩡하게 다니던 직장을 관두고 우리는 여행을 선택했다.
출발 전 떨림... 우리들의 축하·응원...우리만의 기록 포스팅


▶베트남 신혼여행지 1위, 고원도시 달랏(Dalat)

달랏의 유럽식 저택들 / 후후커플 제공

버스로 꼬불꼬불한 산길을 한참 오르면 속리산 문장대(1,054m)보다 약간 높은 달랏 (해발 1,500m)에 도착한다. 달랏은 연중 선선한 기후로 베트남 사람들의 신혼여행지로 인기있어 '영원한 봄의 도시'라 불린다. 도시라지만 산중에 있고 고층빌딩도 없어 시야가 확 트였다.

'쑤언흐엉 호수' / 후후커플 제공

달랏의 중심부에는 약 7km 둘레의 인공호수인 '쑤언흐엉 호수'가 있다. 호숫가에 앉으면 파스텔톤의 알록달록한 외벽과 뾰족한 지붕의 유럽풍 저택들이 한 눈에 들어왔다. 베트남이라기보단 유럽의 소도시에 와있는 기분이었다. 식민지배 당시 프랑스는 더운 날씨를 피해 이 곳을 휴양 목적으로 개발했다고 한다. 그 때문일까, 달랏의 송전탑은 파리의 에펠탑 모양으로 '리틀 에펠 타워'라 불린다. 골목에는 삼청동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아기자기한 카페들도 많이 보였다. 달랏에는 커피 농장이 있어 베트남 인기 수출품목인 커피의 대부분이 이 곳에서 생산된다고 한다.

해가 지자 호수 앞 광장 사람들이 분주해지더니 노점들이 하나 둘 문을 열었다. 달랏에서 가장 활기가 넘치는 야시장이다. 달랏만의 특별한 꼬치나 피자들이 눈에 들어온다. 달랏식 피자는 라이스페이퍼에 계란과 햄, 각종 야채들을 얹어 불에 익힌 음식이다. 라이스페이퍼를 피자처럼 예쁘게 구워서 먹으니 보는 재미도 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달랏은 베트남인들에겐 추운 날씨여서 핸드메이드 니트제품들도 많이 볼 수 있다. 뽀로로 뜨개모자부터 휴대폰 고리, 인형까지 모두 핸드메이드다.

건물 전체가 용암이 흘러내리는 듯한 형상인 크레이지 하우스 / 후후커플 제공

다음날 아침, 크레이지 하우스에 갔다. 건물 전체가 용암이 흘러내리는 듯한 형상인데 현실에 없을 것 같은 신비한 동물들이 알록달록하게 그려져있어, 베트남판 가우디 건축물 같았다. 거기다 길을 따라가면 건물 안쪽이었다가 바깥쪽이었다가 위로 올라갔다가 아래로 내려갔다가 미로를 다니는 것같은, 이름처럼 '크레이지 하우스'임이 분명했다. 실제 객실로 이용되는 방들도 있는데 모두 다른 컨셉으로 만들어져, 동화속으로 들어가 잠드는 기분으로 하루 쯤 묵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저녁엔 분짜(Bun cha)를 먹었다. 분짜는 달짝지근한 소스에 면을 담갔다가 숯불고기와 스프링롤, 야채를 함께 먹는 베트남 음식이다. 선뜻 상상이 가지 않았는데, 한번 먹고 나선 이틀 연속으로 먹을만큼 가장 즐겨찾는 베트남 음식이 됐다.

달랏에서의 마지막 날 아침이 밝았다. 일주일 정도는 머물고 싶었지만, 베트남에서의 일정이 빠듯해 서둘러 호이안으로 가기로 했다.


▶낭만이 가득한 골목을 걷고 싶다면 호이안(Hoi an)

비내리는 호이안 골목은 감성적이다. / 후후커플 제공

달랏에서 오후 12시에 탄 버스는 나짱을 거쳐 다음날 오전 8시가 다 되서야 호이안에 도착했다. 무려 20시간동안의 이동이었다. 잠을 잔 것 같지도 않게 지친 우리는 비를 맞으며 겨우 숙소까지 찾아갔다.

호이안은 꽤 정돈된 동네같았다. 자로 잰듯 구획이 나눠져 골목들이 다 비슷해 보였다. 숙소에서 자전거를 빌려 안방 비치(An bang beach)에 갔다. 꽤 예쁜 해변이라는데, 우리는 비가 와서 해변이 더 초라해보였다.

월남쌈 반쎄오(Ban xeo) / 후후커플 제공

저녁에는 베트남 스타일의 월남쌈, 반쎄오(Ban xeo)를 먹었다. 종이 질감의 라이스페이퍼에 베트남식 부침개, 숯불고기, 야채, 스프링롤을 싸서 소스에 찍어먹는 음식인데, 별미였다. 분짜에 이어 반쎄오도 너무 맛있어서 행복하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음식을 먹으러 베트남에 간다고 해도 좋을만큼 말이다.

이튿날, 설마 했던 비가 또 내렸다. 호이안에서 가장 유명한 구시가지 골목에 갔다. 알록달록한 조명들이 골목을 수놓는 곳이다. 그런데 이런, 갑자기 내린 비로 물이 불어나 골목 한 가운데 강이 생겨버렸다. 건너편으로 건너갈 수 없어 사람들이 발을 동동 구른다. 강 바로 앞에 있는 상점들은 문을 열지도 못하고 있었다. 그와중에 만오천원을 내면 통통배로 건너편에 내려주겠다는 호객꾼들까지 생겨났다. 갑자기 불어난 빗물에도 이렇게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니. 비는 그치지 않았지만, 기분 안 좋을 이유는 하나 없었다. 붉고 노란 조명들, 고풍스러운 지붕에 노란 벽, 색색의 우산들이 분위기를 더했다. 그렇게 한참을 걸어다녔다.

SNS에서 봤던 화려한 골목은 보지 못했지만, 촉촉하게 젖은 호이안도 매력적이었다. 비가 오면 우중충하고 우울한 것만 떠올렸는데, 이번 여행에서는 비도 다르게 느껴졌다. 여행하는 순간순간을 소중히, 예쁘게 기억하고 싶어서가 아닐까. / 후후커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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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 '후후커플의 지구별 신혼여행' ③>에서는 '한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베트남 여행지, 다낭과 하노이'편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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