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오상영 유원대 경영학과 교수

급박하게 돌아가는 시간(時間) 속에서 글로벌 경제의 신생태계가 조성되고 있다. 모든 생물현상이 시간함수로써 변화하듯이 글로벌 경제생태계도 시간함수로 변화한다. 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중심의 정책이 시시각각 강화되고 있다. 중국, 러시아, 일본 등의 국가들도 자국 이익을 위한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시간과의 전쟁이다. 환태평양 경제지대의 한 주체인 한국경제의 더듬이도 바쁘게 움직여야 하는 시점이다. 초스피드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면 그들과 번번이 변곡점에서 만나게 될 것이다.

2004년, 경제부총리가 '한국경제에 남은 시간이 없다.'고 강력히 주장했던 기억이 난다. 한국에 고령사회가 오면 저성장 프레임에 갇혀 경제 활력을 잃게 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그 시점이 2019년이었고 예측은 빗나가지 않고 있다. 게다가 트럼프의 등장과 대통령 탄핵 정국이 더해져서 더욱 심각한 위기로 몰리고 있다. 모든 문제들을 풀어내는데 가장 중요한 변수는 시간이다. 이미 미국은 한국의 약점인 군사동맹의 기틀을 흔들면서 통상압력 요구가 시작되었다. 우리경제의 약점들도 대부분 노출되었기 때문에 빠른 시간 내에 대응전략과 정책결단을 위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새 해가 시작되었다. 개인이든 국가이든 새롭게 시작한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사람들은 시간을 계획하면서 자신의 역사를 만들어 간다. 시간을 잘 계획한다는 것은 시간을 창출한다는 의미이지만 요즘 한국 정부는 시간의 창출은커녕 소비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시간은 특별한 속도가 없이 균형감을 갖고 흘러간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시간은 비중도 다르고, 속도도 다르다. "시간은 금이다."라는 직설적 표현부터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비유적 표현까지 시간은 사용자 입장에서 다양하게 인식된다. 시간을 약(藥)으로 생각할 것이냐, 또는 무한한 기회와 가능성의 가치로 승화시킬 것이냐는 주체적 판단에 결정된다. 시간을 하늘이 준 공평한 선물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이미 시간은 경제적 부(富)를 추구하기 위해 매매가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시간은 미래적으로는 무한한 가치를 품고 있지만 과거의 시간은 단 1초도 활용할 수가 없다는 특성을 갖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가장 비중 있고 빠르게 지나가는 시간에 대한 인식과 대응이 절실하다. 이 모든 이야기들을 혹자는 말잔치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국내의 정치·경제, 정부업무에 직접적으로 참여하지 못하는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이렇게 시간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길밖에 없다. 상황 측면에서 보면 이유는 간단하다. 대통령 탄핵 정국 아닌가.

트럼프의 저돌적인 정책으로 한국으로서는 저성장 프레임을 깨뜨리고 새판을 짤 수 있는 좋은 기회도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집약해보면 미국이 보호무역을 통해 자국의 성장세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또한 중국 역시 미국과의 갈등 속에서 감속 성장 프레임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운 상태이다. 일본도 세계경제의 회복세에 힘을 받아야 수출 증가에 따른 성장이 기대될 뿐이다. 브렉시트의 악재를 안고 있는 유로존도 불안감에 쉽게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들의 오락가락하는 정책 변화 속에서 한국 주도의 드라이브를 걸 수도 있다. 그러므

오상영 교수

로 지금 한국 경제에 있어 가장 비중 있는 시간이 흐르는 것이다. 시간의 가치만 알아도 행운이 온다는 서양 속담이 있다. 2017년은 세계적으로 굵직한 선거가 많다. 한국을 포함하여 독일 총선, 프랑스 대선, 브렉시트의 주인공인 영국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다. 이미 일찌감치 선거를 마쳤거나 선거가 없는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이 매우 유리한 입장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우리도 지금 이 기간을 적극적이고 효율적으로 사용한다면 저성장 구조의 한국 경제를 깨뜨리고, 국제적으로 정치경제적 독립을 위한 기회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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