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섭 부국장겸 정치행정부장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 뉴시스

국내 유일 시설인 청주여자교도소가 산남동 시대를 연 것은 2003년 11월 27일 이었다. 마침 여자교도소 개청식에는 당시 법무부 장관 이었던 강금실 장관이 참석했다. 2003년 2월 취임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 개혁 지휘봉을 맡긴 장관이자 실세로 분류됐던 탓에 강 전 장관은 연일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시절 이었다. 강 전 장관은 여성의 신체적 특성을 고려해 온돌식으로 꾸민 수용 거실과 미용, 한식조리, 한복 등 직업훈련시설을 둘러봤다. 개청식 역시 강 전 장관이 여성 수용자들의 인권에 대해 어떤 언급을 내놓을지가 관심사 였다.

이 와중에 개청식에 참석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것은 여성 수용자들이 남성들을 향한 손짓이었다. 오래 전 뒷골목 건달들이나 군용 트럭에 실려 이동하던 최전방 군인들이 길가던 여성들을 향해 손짓을 하던 모습 그대로였다. 시쳇말로 '히야까시(ひやかし)' 였다. 청주여자교도소는 내부에서 외부를 전망할 수 없는 구조로 설계됐다. 그러나 직업훈련시설 일부구역 창문은 예외였다. 집단 생활을 했던 여성 재소자들이 어쩌다 바깥 남자 얼굴을 볼 수 있었던 창구였다. 화장기라고는 전혀 없이 민낯 그대로 손을 흔들어대던 여성 재소자 10여명의 모습은 도발적이기 짝이 없었다. 강심장의 남성들도 흠칫 할만 했다. 이들의 손짓은 기세 좋았던 강 전 장관의 모습만큼 인상적 이었다.

산남동으로 이전하기 전 여자교도소는 테니스장 2개 크기 공간에 600명~700명이 모여 체육대회를 하곤 했다. 물동이 이고 나르기, 오재미 던지기, 피구 등 좁은 공간에서 가능한 몇몇 경기를 했던 행사가 열리면 수용자들은 목이 터져라 응원을 했다. 수백명이 양손에 쥔 음료수 페트병으로 박수를 치며 환호하면 좁은 공간은 열광의 도가니가 되곤 했다. 응원단이 된 수용자에게는 이날 화장이 허락된다. 큰 특전이었다. 영어의 몸이 된 이후 기회를 박탈당한 여성들은 동료의 화장만으로도 체세포가 살아나는 느낌을 받는다는 소리를 들었다.

한인섭 부국장겸 정치행정부장

지난 7일 구속기소 된 조윤선 전 문화체육부장관이 수사과정에서 보여준 민낯은 세간의 시선을 끌기 충분했다. 그녀는 이른바 문화예술계 지원 배제 명단 '블랙리스트' 작성·실행 혐의로 구속됐다. 블랙리스트는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 것이다. 권력이 국민 몰래 '찍어낼 명단'을 만든 행위이다. 이런 음습한 행위 탓에 조 전 장관은 본인 의사와 달리 민낯을 국민 앞에 내놓아야 했다. 그녀의 민낯이 예사롭지 않았던 것은 화장 제한과 화장 허용이 여성에게 주는 의미 이상의 것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조 전 장관 민낯이 남달라 보이는 것은 '일장춘몽(一場春夢)'과 같은 권력을 너무 잘 표현한 모습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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