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 / 뉴시스

작년 4.13총선이 끝난 직후 충청권 정치인들 사이에서 '충청권 대망론'이 재점화 됐다. 김종필 전총리는 한때 자민련에 몸담았던 새누리당 정우택·정진석 의원의 당선을 축하하는 자리에서 "충청에서도 목소리를 낼 때가 됐다, 충청의 정치인들이 중추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충청권 당선자들의 모임에선 "충청이 더 이상 변방에 머물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는 말도 나왔다. '영충호시대'라는 신조어가 말해주듯 충청인구가 호남을 추월하면서 정치적인 위상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 것이다. 당시엔 반기문 전유엔사무총장이 여론의 동향을 살피며 뉴욕에서 대선출마를 저울질하던 시기였다.

이후 10개월간 정치권에는 엄청난 변화의 소용돌이가 몰아쳤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국정농단사건으로 탄핵의 위기에 몰리면서 문재인 전더불어민주당대표가 유력한 대선후보로 급부상했고 한때 여론조사 1위를 달렸던 반 전 총장은 임기가 끝난 뒤 지난 1월 귀국일성으로 "정권교체가 아니라 정치교체를 이루겠다"며 대선출마를 선언했으나 20일도 못돼 좌절했다. 충청권 대망론도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 했다. 안희정 충남지사에 이어 이인제(논산) 전의원, 정운찬(공주) 전국무총리가 대선출마를 선언했으나 찻잔속의 태풍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안 지사가 무섭게 질주하며 문재인 전대표를 위협하고 있다. 지난 10일 발표된 한국갤럽여론조사에서 문 전대표(29%)는 3%포인트 하락한 반면 안 지사(19%)는 9%포인트 급등했다. 가히 '안희정 현상'이라는 말이 나올만 하다. 이는 충청권과 민주당뿐 아니라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지지층, 무당층등 대부분 응답자 특성에서 고르게 상승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한국갤럽의 분석이다. 안 지사가 문재인 대세론을 흔들 수 있는 복병으로 등장한 것은 친노 출신이면서도 우클릭 성향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그는 북한인권법에 찬성한다고 했고, 사드 배치 합의도 존중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누굴 선택해야 할지 고민했던 50·60대의 중도보수층에게 호감을 살만한 발언이다. 여기에 반 전총장 불출마이후 대연정론으로 차별화된 스탠스를 보인 것도 지지층의 확장에 기여했다. 특히 충청권 표심을 붙잡았다. 리서치플러스 최근 여론조사에서 안 지사는 충청에서 26.7%를 기록했다. 충청권대망론에 탄력을 받으면 상승폭은 더 커질 수 있다. 만약 안지사가 민주당 후보로 나설 경우 황교안 대행과 안철수 전 대표간 3자 대결에서 압승한다는 리서치앤리서치 여론조사 결과는 그의 상품성을 말해준다. 하지만 그의 최대 장벽은 당내 경선이다. 안 지사가 대선후보가 되면 지지층의 스팩트럼이 넒어 당선가능성이 높지만 막상 민주당 지지자를 중심으로 치르는 당내 경선에서 한계가 있다. 그가 '문재인'을 극복하려면 본선 경쟁력을 인정받을 만한 높은 지지율이 관건이다.

안 지사가 충청권대망론을 실현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하지만 연령대(53세)와 콘텐츠, 지명도로 볼때 이번 기회나 그 다음 대선에서 정치권 세대교체의 주역이 될 수 있다. 그는 3년전 기자와 만난자리에서 "당장 표가 나온다고 지역주의에 호소해서는 안된다. 정책과 비전으로 표를 얻어야 한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충청권을 극복해야 대망론도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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