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시론] 한병선 교육평론가·문학박사

학교에서 배우는 모든 것들은 개인의 삶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학생들은 학교를 통해 필요한 지식을 습득하고 기술을 익힌다. 학교라는 공동체 생활을 통해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역할과 책임감 등도 배운다. 부정적인 것들도 배운다. 서열화 속에서 상위서열로 올라가기 위해 때론 부정한 방법을 습득한다. 경쟁 속에서 자신의 이익을 먼저 챙기는 법을 익히기도 한다. 물론 이런 처세법의 습득이 모두 나쁜 것은 아니다. 공동체 생활을 통해 학습될 수 있는 자연스러운 결과다.

#학교가 폭력의 '숙주역할' 오명

문제는 결코 학습되어서는 안 될 반사회적 학교폭력이다. 학교폭력은 용어가 함의하듯 학교(school property)를 매개로 발생하는 반사회적 현상이다. 심지어 현재의 심각한 학교폭력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급단위의 학교시스템을 해체하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라는 주장까지 나올 정도다. 이런 주장의 내면에는 현실적으로 학교라는 조직을 완전히 해체할 수없는 상황에서 그 내부를 형성하고 있는 학급 조직만이라도 해체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이다.

학교폭력은 근대적인 학교조직이 만들어지면서 배태된 현상의 하나다. 근대적 산물로서 학교라는 조직이 만들어지지 않았다면 학교폭력이 존재하겠는가. 더욱 환상 속에 머물게 하는 것은 집단적인 착각이다. 예컨대 학교폭력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사람들은 학교가 폭력문제를 해결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현실은 반대다. 학교가 폭력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한 부분 폭력을 키우는 숙주노릇을 하고 있다. 학교가 폭력의 숙주역할을 한다는 비판은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그런 모습은 학교폭력이 발생하는 모든 학교에서 공통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폭력을 배우고 익힌다. 실제로 서열싸움을 통해 이를 그대로 드러낸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런 과정에서 가해학생이 피해자가 되기도 하고, 피해학생이 다시 가해자가 되기도 한다. 폭력을 당한 피해학생이 다시 학교폭력을 휘둘러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자신이 당한 학교폭력의 피해를 다른 학생에게 그대로 행사하는 경우다. 이런 현상은 학교폭력을 재생산하는 악순환으로 반복된다.

물리적 폭력만이 문제가 아니다. 현재는 스마트폰을 이용한 폭력도 문제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에 의하면, 소셜 미디어를 이용한 폭력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특히 이 같은 사이버 폭력은 스마트폰을 통해 24시간 내내 지속될 수 있다.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면서 왕따, 언어폭력이 발생하게 되는 경우 그 피해는 더 심각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사이버 폭력문제는 더욱 심각

사이버 왕따를 당한 피해학생이 일반 학교폭력을 당한 학생보다 자살 시도율이 더 높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미국에서도 같은 맥락의 보고가 있다. 미국의 정신의학회(APA)에 따르면, 사이버 왕따 피해 학생이 자살을 시도하는 비율은 매년 14.7%로, 물리적으로 학교폭력을 당한 학생의 자살 시도율 9.5%보다 높게 나타났다. 자살시도 중에서도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심각한 시도비율은 사이버 왕따가 5.4%, 물리적 폭력이 2.3%로 각각 나타났다. 둘 다 경험한 학생의 자살 시도율은 무려 21.1%에 달했다. 직접적인 물리적 폭력보다 사이버 폭력이 더 피해가 크다는 방증이다.

한병선 교육평론가

이런 사이버 폭력은 물리적 폭력에 비해 감지하기가 더 어렵다는 것이 특징이다. 감지한다고 해도 그것이 장난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기도 쉽지 않다. 장난으로 생각하고 간과할 경우 문제가 커지는 경우도 흔하다. 이렇듯 학교폭력문제는 감지하기도 어렵지만 현실적으로 해결도 쉽지 않다. 결국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교사와 부모들이 더욱 관심을 쏟는 것이 최선의 예방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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