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눈] 이재은 충북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이제는 국가존망위기를 걱정해야 할 때다. 국정농단에서 비롯된 국가위기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처음 국정농단 사태가 발생했을 때만 해도 설마 그럴 리가 있나 하면서 사실이 아니기를 바랐던 것이 대부분 국민들의 심정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국정농단은 사실로 드러나고 있고, 이제는 그 거대한 거짓과 만행의 뿌리가 너무도 광범위하고도 깊숙하게 뻗쳐있음이 확인되고 있다. 심지어는 대한민국 경제계의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들까지도 법의 심판대에 서야하는 참담한 사태를 지켜보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우리는 자칫 주위 환경이나 다른 사람들의 조언이나 충고, 의견에 끌려가기 쉽다. 특히 안정감이나 자존감이 부족한 사람들은 쉽사리 다른 사람들에게 의존하게 되는 경향이 있고, 가치와 철학이 없거나 지혜가 부족하면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게 된다. 그러기에 우리는 우리보다 훌륭한 공동체 구성원을 지도자로 뽑고 따르려고 하는 것이다. 지도자가 가치와 철학이 없거나 지혜가 부족한 사람인 경우에는 공동체의 운명은 파국으로 치닫게 될 것은 분명하다. 아무리 훌륭한 시스템과 제도를 구비한 사회라 할지라도 올바른 리더십을 확보하지 못하면 발전은 고사하고 파멸과 붕괴의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 명백한 세상 이치다.

공동체의 운명은 구성원들이 합의하여 설정한 훌륭한 목표와 구성원들의 올바른 삶의 자세 그리고 안정적이고 균형 있는 지도자들의 존재 여부에 달려있다. 그런 면에서 보면 대한민국 운명은 다른 어느 때보다도 국민이 존경할만한 훌륭한 지도자들을 필요로 하고 있다. 그것도 균형 있는 시각과 올바른 철학을 지닌 정치 지도자들을 갈구하고 있다. 어찌 보면 이런 어마어마한 사태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대한민국이 혼란에 빠지지 않고 버텨온 것은 대다수 국민의 올바른 삶의 자세를 기반으로 한 우리 사회의 건강성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국민이 주축이 되어 지켜나가고 있는 건강하고 올바른 대한민국이 국가 내부의 온갖 어려움을 슬기롭고 지혜롭게 극복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반도를 둘러싼 외부 환경에서 벌어지고 변화에 대해서는 아무리 훌륭한 국민들이라고 할지라도 지혜롭게 대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바로 이 지점에서 국가존망위기가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국민들은 국가존망위기의 심각성에 대해 인식하기 시작했지만, 어찌 할 수 없는 영역에 대해 두려움만 느끼고 있다. 국가의 군사적, 외교적 위기를 관리할 수 있는 합의된 전략이 없고, 군사적 안보 위기의 위협이 급속하게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 자연스럽게 국가존망위기로 발전하고 있는 현실을 망연자실하게 지켜볼 뿐이다. 이 절망적인 상황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은 점차 분노로 전환될 것이다. 냉엄한 국제 현실에서 외교, 군사 안보를 책임질 국가 통치세력이 교체되고 정착되기 까지는 너무나도 긴 시간이 남아있다. 전체적인 틀을 마련하는 것은 나중으로 돌리더라도 시시각각 변하면서 우리의 생존성을 위협하는 군사 안보와 국제 관계의 위기관리 원칙과 우선순위라도 정해놓아야 한다. 20세기 초 한반도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참혹한 역사가 다시금 재현되는 상황에서, 정치 지도자들은 대통령선거에만 몰입해서는 안 된다.

이재은 교수

비정상적 지도자와 그 주변의 하찮은 자들이 저지른 무절제와 편법으로 인해 망가지고 훼손된 민주주의, 국가질서, 정의, 자유, 평등은 지혜로운 국민들이 슬기롭게 잘 마무리해 나갈 것이다. 이제 정치 지도자들은 하루하루 심각하게 전개되고 있는 동북아 지역의 군사 안보 위기, 영토 안보 위기, 외교적 동맹 위기, 대한민국 주권 침해 위기를 관리할 수 있는 지침과 전략을 공동으로 마련해야 한다. 대한민국을 둘러싼 나라들의 지도자들이 결코 선한 이웃이 아니라는 점, 남의 불행을 틈타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시키는 것이 정당화되는 것이 국제 관계의 본질이라는 점을 지도자들은 다시금 깨달아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대한민국의 생존성을 위협하고 국민들이 노예와 같은 삶을 다시금 살아가게 만드는 국가존망위기에 대해 정치 지도자들이 공동대처해야 할 시점이다. 오랜 질곡의 역사 속에서 인고의 세월을 견뎌온 무디고 착한 국민들이 현명한 정치 지도자들을 만나는 행운이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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