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설]

중부매일 DB

충북이 정부로 부터 구제역 방역관리 우수기관으로 선정돼 자화자찬(自畵自讚)한지 채 1년도 안 돼 AI(조류인플루엔자), 브루셀라, 구제역등 가축전염병의 '진원지(震源地)'로 추락했다. 정부와 지자체가 가축 전염병 관리와 대책을 두고 얼마나 수박 겉핱기 식으로 대응하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올 겨울 들어 보은서 처음 발생한 구제역은 불과 1주일 만에 주변 농장 3곳에서 4건의 확진 판정이 날 정도로 빠르게 확산됐다. 이 때문에 매몰된 소도 800마리에 육박하고 있다. 구제역뿐만 아니다. 작년 11월 16일 음성에서 조류 인플루엔자(AI)가 전국에서 처음 터진 데 이어 지난달 10일에는 옥천에서 브루셀라가 올해 전국서 처음으로 발생했다. 믿어지지 않지만 이런 충북도가 작년 상반기 국민안전처가 시행한 구제역 대응 실태 감찰에서 우수기관으로 선정된바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전국 광역·기초단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2016년 구제역 방역관리 평가'에서도 우수기관으로 뽑혔다. 그런 충북이 가축전염병의 온상이 됐다면 그 누구라도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이런 황당한 사태가 벌어진 것은 소 구제역 검사가 극히 적은 마릿수를 대상으로 한 '표본 채혈 방식'으로 이뤄진데다 충북도는 우수기관 선정된 것에 도취해 가축전염병 관리에 소홀히 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다면 이런 대형악재가 겹칠 리가 없다.

충북에서 각종 가축 전염병이 비슷한 시기에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면서 살처분된 가축 피해도 급격히 불어났다. AI가 터져 살처분된 가금류는 경기·전북·충남에 이어 4번째로 많은 392만 마리에 달하며 브루셀라로 인해 살처분된 소도 265마리나 된다. 구제역으로 살처분된 소는 불과 1주일새 760마리로 불어났다. 방역 담당자들은 "백신 접종이나 축사 주변 소독에 소홀했던 것도 아닌데 그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됐지만 가축전염병이 이유 없이 충북에서 시작될 리가 없다. 충북은 방역관리평가에서 구제역 차단의 척도가 되는 백신 항체 형성률, 감염 항체 검출 여부, 취약농가 점검실적 등 6개 항목에서 모두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충북지역 소 사육 마릿수의 0.3% 정도만 검사한 뒤 나온 결과라면 평가결과를 신뢰하기 힘들 것이다. 오히려 우수기관이라는 타이틀에 연연해 차단방역에 게을리 했을 가능성이 높다. 구제역은 항체율과 무관하게 발생할 수도 있고 백신을 접종했다 해도 축사 안팎 소독이나 외부인 통제, 출입 차량에 대한 소독 등이 원칙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순식간에 뚫릴 수 있다.

충북도와 보은군은 아직도 가금류와 우제류등 가축 전염병이 처음 발생한 배경에 대해 정확한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구제역이 최초로 발생된 원인을 모른다면 해결책을 기대하기 어렵다. 매사에 이런 식이라면 가축전염병으로 인한 피해가 더욱 확산될 수밖에 없다. 정부가 형식적인 기준에 따라 구제역 우수기관을 선정하는 것도 한심하지만 충북도의 무능한 축산행정도 우려스럽긴 마찬가지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