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톡] 한국전래놀이협회 아자학교 고갑준 대표

[중부매일 윤여군 기자] "얘들아 오늘은 뭐하고 놀까?"

산업화 이전 우리의 가정에는 TV도 컴퓨터도 없이 생활하면서 하루 놀이거리가 고민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래서 골목길에서 삼삼오오 모여 동네친구들과 제기차기, 비석놀이 등 전래놀이를 즐기며 공동체 생활을 했다.

하지만 현대사회는 급속하게 개인적이고 복잡한 형태로 발전하면서 공동체는 무너져 소외된 개인은 심각한 심리적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스스로 자정할 수 기능이 없어 별다른 치료도 받지 못한 채 무방비로 방치돼 있다.

생활공동체가 붕괴되고 놀이문화가 소멸하고 있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 (사)한국전래놀이협회 아자학교 고갑준 대표(52)는 전래놀이 문화를 보급하고 있다.

고갑준 대표는 "생활문화가 건강해야 세계에 평화가 온다"는 신념으로 사라져 가는 우리 고유의 전래놀이문화를 찾아 30년 동안 동분서주했다. 그래서 그는 놀이문화 전도사로 불리 운다.

충남 연기군에서 태어나 한남대를 졸업한 고 대표는 대학시절부터 우리놀이 대한 관심을 갖고 1990년부터 민속놀이교실을 운영했다. 여러 대학 등에서 민속과 여가문화, 전래놀이, 가족생활놀이 등에 대한 강의를 비롯해 아이들을 위한 놀이캠프를 진행해 왔다.

최근 교육계의 패러다임 변화에 힘입어 전래놀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초청 강의가 쇄도하고 있어 고 대표의 노력이 결실을 보고 있다.

그는 (사)한국전래놀이협회를 설립해 옥천군 청성면 산계리 마을 끝자락 고즈넉한 산 중턱에 1천㎡'의 '아자학교'를 건립하고 놀이문화를 보급한다.

이 학교의 시설은 중부권의 유일하면서도 최고의 시설임에도 버스 1대 이상의 인원은 받지 않는다. 많은 인원이 몰리면 캠프 활동을 하면서 자기 존재감을 되찾는 전래문화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고 대표는 아이들에게 자연과 함께 호홉하며 살 수 있다는 것을 교육하기 위해 모든 시설의 전기는 태양열과 풍력 발전을 이용해 사용한다.

태양열 진공관을 이용한 온수시스템을 비롯해 조명등 전기는 태양열과 풍력발전으로 공급하며 난방은 화목보일러를 이용해 방문객들에게 자연과 함쎄 살아가는 실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곳에서는 가족단위, 또는 학급 단위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해 200여점의 놀이도구를 활용, 잊혀져 가는 고무줄 놀이, 실뜨기, 공기놀이, 비석치기, 고누땅따먹기, 오징어놀이 등을 즐기며 우리 옛 선조들의 지혜로운 삶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이 학교는 연중 여름과 겨울 방학 전래놀이 캠프를 비롯한 기업체 팀웍 및 역량강화 향상, 일일 전래놀이 캠프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30여개의 숙실을 갖춘 학교에서 매월 1회 보름달이 뜨는 날에만 운영하는 '보름달 맞이 캠프'가 열린다.

청명한 밤하늘을 수놓은 초롱초롱한 별들과 보름달을 바라보며 산책을 즐기고 캠프파이어, 마음보기 콘서트 등을 통해 자신을 찾는 소중한 시간은 참가자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2004년 아자학교를 운영한 뒤 해마다 전국 쌍륙대회(서양의 체스와 비슷한 전래놀이)를 열고, 전래놀이 보급 확산을 위해 초급부터 1급까지 매년 300여명의 전래놀이 지도사를 양성하고 있다.

고갑준 대표는 "최근 컴퓨터 게임의 보급으로 경쟁에서 이기는 방법만 배우는 아이들에게 삶의 지혜가 녹아 있는 전래놀이를 통해 공동체 의식을 갖도록 할 수 있다"며 "학교 교육에서 이룰수 없는 자기 존재감을 높이는 확실한 방법은 전래놀이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의 이같은 열정은 우리놀이 80 가지를 수록한 '얘들아 오늘은 뭐하고 놀까?'라는 책을 발간, 놀이방법과 규칙 등을 소개해 놀이의 영역을 가족생활놀이 공간으로 끌어 들였다.

또 아자카드와 공기윷을 개발해 특허를 획득하는 등 '놀이가 문화의 중심'이라는 그의 철학을 실천하고 있다.

고 대표는 이 학교에 마련한 공방에서 팽이와 비석 등도 직접 제작 보급한다.

최근 학교에 보급하고 있는 팽이는 60g이다.

가벼워 잘 돌지 않기 때문에 단단한 나무를 이용해 100g의 팽이를 만들었다.

또 백제시대부터 즐기던 놀이로 장기와 윷놀이가 혼합된 '쌍륙'도 발굴해 보급하고 있다.

그는 최근 게임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속담을 익힐 수 있는 놀이용 카드를 개발했다.

이 카드는 50장짜리 2세트로 만들어져 한쪽에는 속담이, 다른 한쪽에는 뜻풀이가 담겨 있다.

여러 명이 둘러앉아 뜻풀이 카드를 한 장씩 뽑으면서 그에 맞는 속담카드를 골라내는 방식으로 게임을 진행한다. 더 많은 카드를 확보한 사람이 승자가 된다.

속담카드에는 해·달·별·구름과 1∼12의 숫자가 적혀 있어 서양카드처럼 여러 가지 응용 게임도 할 수 있다.

이 카드로 12가지 게임도 즐길 수 있다.

고 대표가 이 카드를 만든 것은 "진정한 놀이의 즐거움은 혼자가 아닌 '다같이, 함께, 여럿이' 즐거워야 하며 그것이 바로 실내에서 하는 카드놀이다"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장기모양 놀이판에서 겨루는 고누, 비석 치기, 땅따먹기, 깡통 차기 등 전래놀이문화를 즐기는 도구를 직접 제작했다.

한국전래놀이협회 아자학교 고갑준 대표

그는 오랫동안 놀이에 대해 관심을 갖고 연구해 왔지만 현대인에 맞는 놀이를 개발한다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바쁜 시간과 또 여러 사람이 함께 할 수 있고 비용도 많이 들지 않으면서 모든 사람이 즐겁고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는 놀이를 찾아야만 했다.

고 대표는 "우리 문화 유산인 전래놀이문화를 즐기면 자기만족도가 높아져 내면의 상처를 치유하는 기능이 있다"며 "일시적인 체험이 아닌 지속성을 갖고 생활문화속에 정착해 평화롭고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데 밑거름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고갑준 대표의 전래놀이 보급이 가족간 여가문화 활성화로 이어져 건전한 가정을 만드는 전인교육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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