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이성범 수필가

우리는 생활하면서 종종 자신의 행동에 대하여 정당성을 보여주기 위한 방편으로 심리적인 방어기제인 자기합리화를 사용하곤 한다. 합리화란 잘못된 견해나 행동을 그럴듯한 이유로 정당화하는 것을 말한다. 무엇보다도 자기 합리화에 익숙해져 있는 사람들은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자기중심적으로 주위 사람들로부터의 고립을 초래하고 있다고 많은 심리학자들이 지적한다. 그런데 이러한 자기합리화의 습관화는 부모님의 언행으로부터 큰 영향을 받아 우리 아이들이 어릴 적부터 형성된다는 데에 주의를 기울려야 한다.

이러한 합리화에는 두가지 유형이 있는 데 하나는 '신포도'이론'에 따른 것이고 다른 하나는 '달콤한 레몬 이론'에 따른 것이다. 신포도와 달콤한 레몬이 등장하는 이솝우화의<여우와 포도>이야기는 합리화를 주제로 한 가장 유명한 일화 일 것이다. 먼저 '신포도'이론'은 여우가 맛있게 보이는 포도를 먹기 위해 포도나무를 열심히 올라가려 애를 썼지만 결국 따지 못하자 '저 포도는 어차피 시어서 먹지 못할 텐데' 하고 쉽게 포기하는 아이에게서 비롯된다. 이렇게 여우처럼 자신의 목적이나 욕구가 좌절될 때 그 욕구와 현실간의 괴리를 메우기 위해 자신에게 유리한 자기정당화를 내세우는 심리상태를 심리학에서는 '신포도 이론'이라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 아이들이 주위 분들로부터 '공부 잘 해봤자 아무 소용없다더라' 식의 이야기를 듣고 자란다면 그 아이들은 학습에 대한 욕구상실은 물론 자신의 노력부족과 게으름에 대한 실패를 합리화시키는 무책임한 사람이 되기 쉬움은 물론 더 나아가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의 노력에 대한 존경심커녕 비아냥거리기만 하는 무서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가하면 '달콤한 레몬이론'은 제 아무리 신 레몬일지라도 자기 것이라면 달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어렵게 손에 넣은 것이 생각했던 것과 괴리가 생기면 마음에 커다란 부담이 생긴다. 그것을 피하기 위해 스스로 긍정적인 합리화를 하는 것이 바로 '달콤한 레몬 이론'이다.

일례로 새 옷을 샀는데 한 여름에 입기에는 너무 더워 보이고 품질에 비해 너무 비싸다는 대부분의 친구의견에 옷 주인은 이렇게 말한다. '좀 있으면 가을이잖아, 여름만 입고 말기에는 아까워, 가을용으로 샀어, 그리고 명품은 원래 겉보기에는 소박해 보이는 법이야, 난 너무 만족스러워' 라며 자신에게는 물론 이고 남들에게도 열심히 긍정의 메시지를 건 내려 애쓴다. 물론 만족스럽지 못한 상황에 대한 집착보다는 훌훌 털어버리면 정신적으로 더 좋다는 합리화의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하지만 합리화의 가장 위험한 점은 합리화의 중독이다. 하나의 합리화는 또 다른 합리화를 낳게 된다. 결국 객관적인 사실이나 자신의 잘못을 인식하여 개선하려고 노력하가는커녕 끝없이 자신만의 고립된 독선의 독방 속에 갇혀 외부로부터의 철저한 고립을 초래할 뿐이다 라는 것이다.

이성범 수필가

그렇다. 무엇보다도 우리 아이들이 자기를 합리화하기보다는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용기없이 어떻게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겠는가 말이다. 결국 합리화의 동의어는 '좌절과 포기'다. 진정 이루고자하는 꿈이 있다면 자기합리화 하지 말고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더 나은 결과를 위한 노력에 최선을 다하여야 한다. 그러면 언젠가는 그 꿈을 이루는 멋진 사람으로서 재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될 때 우리 아이들의 삶은 더 행복해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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