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설]

지난 1월엔 한 20대 실직자의 생계형 소액절도가 화제를 모았다. 남들은 고향을 찾아 오랫 만에 만난 가족들과 오붓한 시간을 가져야할 설 연휴에 그는 배고픔에 시달리다 마트에서 막걸리를 훔쳤다. 경찰조사결과 그는 울산의 한 조선소에서 실직한 뒤 부산으로 내려와 친구나 지인의 집을 전전하며 이틀간 수돗물로 끼니를 때웠다. 부모가 있었지만, 연락할 수 없었고 손을 벌릴 친척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조사받는 과정에서 "너무 배가 고파서 막걸리를 훔쳤다"며 눈물을 쏟았다고 한다.

사회면 단신으로 게재된 20대 청년의 사연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경쟁력이 떨어진 사양산업의 구조조정으로 인한 실업자 증가, 굳게 닫힌 취업문 때문에 방황하는 청년구직자들, 무엇보다 절망에 빠져 삶의 의욕을 잃고 자포자기하는 청춘들은 대한민국 젊은 세대의 슬픈 자화상이다.

통계청이 15일 발표한 '1월 고용동향'은 사회생활을 시작해야 할 젊은이들이 일자리가 없어 얼마나 좌절에 빠졌는지 보여주는 수치로 가득 차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올 1월 청년실업률이 오히려 큰 폭으로 떨어졌다는 점이다.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1년 전보다 0.9%포인트 하락한 8.6%였다. 청년실업이 우리사회의 과제가 된 상황에서 통계수치만 보면 실업률 감소를 반겨야할 일이다. 하지만 착시현상을 걷어내면 얘기는 전혀 달라진다. 최근 경기 여건이 좋지 않아 기업의 채용 수요가 위축되자, 청년층이 일자리를 아예 찾아 나서지 않기 때문에 실업률이 떨어졌다. 젊은이들이 취업이라는 높은 벽을 극복하지 못한 채 스스로 포기한 이른바 '취포자'가 늘어난 것이다.

고용시장 불안으로 타격을 받는 것은 비단 청년층 문제만 아니다. 조선·해운등 구조조정 여파로 제조업 취업자가 16만 명 감소했다. 제조업 취업자 감소폭은 2009년 7월 17만3천명 이후 7년6개월 만에 최대다. 이 때문에 불경기로 일찍 은퇴했거나 직장을 잃은 중장년층이 가족부양과 생계유지를 위해 대거 자영업으로 몰렸지만 청년들은 자영업을 할 수 있는 경제적인 기반도 마땅치않다. 이렇다보니 1월 취업자 수는 100만9천명으로 2010년 1월 이후 7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문제는 향후 전망도 결코 밝지 않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3월중 청년 일자리 대책 발표 등을 추진키로 했으나 전례를 보면 실효성은 없어 보인다. 3년전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청년고용대책으로 청년 일자리 50만개를 창출하겠다고 했지만 공수표만 날렸다. 현 정부에서 청년실업 문제가 더욱 악성 현안으로 등장한 것을 감안하면 차라리 차기정부에 기대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대선주자들은 당장 실현 가능성있는 청년고용대책부터 제시해야 한다. 재원마련 대책도 없이 환심을 사기위한 선심성 공약이나 '청년수당'처럼 임시처방식 대책이 아닌 근본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교육제도의 합리화, 마이스터고의 활성화, 직업훈련의 제도강화등 장기적인 대책은 물론 중소기업의 주택, 보육, 근무환경 개선을 통해 청년들의 대기업 선호인식이 바뀔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의욕 잃은 청년들이 희망대신 절망을 안고 방황하는 나라의 미래가 밝을 수는 없다. 대선주자들의 청년고용대책을 주목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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