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후커플의 지구별 세계여행 3편

다낭 미케비치 / 후후커플 제공

후후커플은 멀쩡하게 다니던 직장을 동반퇴사하고
1년 간 세계여행을 떠난 조현찬(32)·연혜진(28) 부부입니다.

▶ 2016년 사람들이 가장 주목한 휴양도시, 다낭(Da nang)

호이안에서 차로 40분 달려 다낭에 도착했다. 다낭은 호이안과도 인접해 두 도시를 모두 즐길 수 있는데다 한국에서 비행기로 4시간 밖에 걸리지 않아 한국인들이 새로운 힐링 여행지로 많이 찾는 도시 중 하나다.

우리가 다낭에 머무는 3일간은 계속 비가 왔다. 비가 온다고 숙소에만 있기 아쉬워 숙소 앞 미케비치로 향했다. 미케비치는 세계7대 비치로 손꼽힐만큼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하지만 하루종일 내리는 비로 관광객도 없어 쓸쓸한 모습만 남았다. 덕분에 그 넓은 비치를 우리 둘이 즐길 수 있었다. 보슬보슬 내리는 비를 맞으며 해변을 뛰어다녔다. 한국에선 가랑비에 걸어다니는 것도 싫어하던 내가, 여행하면서는 비에 홀딱 젖어도 신이 난 모습이 신기해서 웃음이 났다. 특히 모래가 너무 고와서 맨발로 걸어다녀도 전혀 밟히는 게 없었다. 젖은 사막을 걸어다니는 느낌이랄까. 우리에게 미케비치는 파란 바다가 아름다운 곳은 아니었지만, 우리가 아무 걱정 없이 신나게 놀 수 있어 아름다웠던 곳이었다.

다낭 용다리 / 후후커플 제공

저녁에는 다낭을 가로지르는 한강의 용다리(Dragon bridge)에 갔다. 용다리는 길이 666m의 다리 전체에 황금색 용 모양의 구조물이 있는 다리인데, 주말 저녁 9시가 되면 용머리에서 진짜 불을 뿜는다. 별 기대없이 갔는데 거대한 용이 엄청난 화력의 불을 내뿜자, 탄성이 절로 나왔다. 시시각각 용의 색이 노란색, 초록색, 파란색으로 변하기도 해, 한강에 몰려든 사람들에게 큰 볼거리를 주었다. 불쇼가 끝났나 싶었더니, 이번엔 거대한 물대포까지 발사한다. 보기만해도 시원한 다낭의 여름밤이었다.

▶ 베트남의 현재를 볼 수 있는 하노이, 자연이 만들어낸 하롱베이에 가다

하노이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를 반긴건 오토바이들 이었다. / 후후커플 제공

하노이에 도착하자마자 역시 오토바이들이 우리를 반겼다. 베트남 어디를 가나 만날 수 있는 오토바이들. 처음 베트남에 왔을 때 무질서하게 질주하는 오토바이들을 피해 길을 건너는 것 조차 무서웠는데, 이제는 어디서나 길도 잘 건넌다.

숙소에서 걸어 5분만에 호안끼엠 호수에 도착했다. 시내에 크고 작은 호수가 많아 호수의 도시로 불리는 하노이에서 호안끼엠 호수는 가장 큰 호수다. 호안끼엠 호수를 중심으로 큰 상권이 형성돼 있고, 주요 관광지들이 주변에 있어 여행자들이 주로 찾는 곳이다. 호치민이 베트남의 과거를 볼 수 있는 곳이라면, 하노이에선 베트남의 현재를 볼 수 있다. 베트남 어느 도시보다 혼잡하고 물가도 비쌌다. 도시보단 자연을 더 좋아하는 우리는 바로 하롱베이로 이동하기로 했다.

다음날, 하노이에서 차로 4시간 달려 하롱베이에 갔다. 하롱베이는 침식작용으로 형성된 2000개의 기암괴석들과 섬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유네스코 세계 자연유산으로 지정된 곳이다. 날이 좀 흐리긴 했지만, 과연 하롱베이는 카메라에도 눈에도 담기가 어려웠다. 금세 수많은 섬들에 사방이 둘러싸였다. 수많은 섬들이 아득하고 큰 흐름으로, 선으로 보였다. 언뜻 흰 종이에 꼬불꼬불한 선을 그려넣은 것처럼 그 크고 작은 섬들은 서로 겹치고 겹쳐 하나의 섬으로 보이기도 하고 또 각각의 섬으로 보이기도 했다. 과연 하롱베이 이름대로 용이 내려온(하룡, 下龍) 것 같은 모습이었다.

유네스코 세계 자연유산 하롱베이 / 후후커플 제공

보트나 카약을 타면 섬 가까이까지 갈 수 있는데, 시간의 흐름에 따라 만들어진 자연의 모습이라니 절로 감탄이 나왔다. 한참 크루즈를 타고 가다보니 섬 두 개가 보였다. 이름도 귀여운 Kissing chicken. 닭 두 마리가 뽀뽀하는 모양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배가 섬에 가까이 가면 두 섬이 만나고, 다시 멀어지면 두 섬도 떨어지는데, 이 때는 fighting chicken 이라 부른단다.

다시 하노이로 돌아와 베트남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내기 위해 맥주거리를 찾았다. 좁은 골목길에 작은 플라스틱 테이블과 의자에 앉아 병맥주를 마시는 곳이다. 우리도 그들 사이를 비집고 앉아 하노이 맥주 두 병과 감자튀김을 시켰다. 옆사람들과 어깨를 부딪치면서 맥주를 마시는 게 참 정겹게 느껴졌다.


▶15일간의 베트남 여행을 마치며

베트남은 족히 한달은 머물다 가고싶은, 그렇게 떠나는 마지막 날까지 아쉬움이 남는 곳이었다. / 후후커플 제공

오토바이떼와 경적소리가 난무하는 무질서와 혼란 속의 베트남 사람들은 담백하고 소박해보인다. 도쿄나 홍콩처럼 화려하고 번잡한 도시보다는 사람사는 냄새나는 곳이 난 더 좋다. 베트남이 꼭 그런 곳이었다. 베트남에 오기전엔 우리나라 6-70년대 같다는 그 곳은 어떤 모습일까, 사실 기대도 안했다.

하지만 우리는 단 보름만에 베트남에 빠져버렸다. 족히 한달은 머물다 가고싶은, 그렇게 떠나는 마지막 날까지 아쉬움이 남는 곳이었다. 호치민, 무이네, 달랏, 호이안, 다낭, 하노이까지. 베트남에서는 내내 비가 왔지만, 그래서 우리는 '우리만의 베트남'을 기억한다.

"우리는 '우리만의 베트남'을 기억할 것이다." / 후후커플 제공

2016년 12월 21일 오후 9시, 방콕으로 향하는 비행기가 떴다. 창 밖으로 내려다 보이는 하노이가 어둠 속에서 반짝거린다. 여행을 마치고 비행기를 탈 때마다, 내려다 보이는 그 도시, 그 나라는 언제나 예뻐보인다. 서툰 우리의 여행을 시작한 곳이기에 자꾸만 더 눈길이 갔다. 하노이 어디쯤인지 모를 곳을 내려다보면서 나는 남편과 함께 했던 우리의 첫 여행지, 베트남에서의 아름다운 기억들을 되짚었다. 우리는 또 새로운 곳에서 여행을 이어가겠지만, 여행지에서 반짝거렸던 우리의 모습을 아로새기는 것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될 일이다. 그렇게 나는 방콕행 비행기 안에서 베트남에서의 우리의 순간을 만지작 거렸다. / 후후커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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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중부매일 디지털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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