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설]

'세상의 모든 순간을 포착하고 공유한다.'는 슬로건으로 케빈 시스트룸이 2010년 선보인 인스타그램은 사진과 동영상을 공유하는 3세대 소셜 네트워크(SNS)로 사용자가 4억 명을 넘는다. 2015년 월스트리트저널은 인스타그램이 350억 달러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를 졸업한 드류 휴스턴과 아라시 페르도시가 2007년 개발한 dropbox는 웹 기반 파일 공유 서비스로 기업가치가 2억5천만달러에 달한다. 데이비드 카프가 개발한 글이나 사진을 친구와 공유할 수 있게 하는 단문 블로그 서비스인 '텀블러'는 89억 달러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의 대표적인 '스타벤처'인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창업자들이 모두 20대라는 점이다. IT업종에서 놀랄만한 성장력을 보인 이런 벤처기업들은 미국 IT산업의 저력을 보여준다. 치솟고 있는 청년실업률이 국가적인 현안이 된 우리나라도 제대로 된 스타벤처 육성으로 청년창업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최근 정부가 우수 창업기업의 해외진출을 집중적으로 지원해 2020년까지 '스타벤처' 100개를 육성키로 한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정부는 지난 17일 '창업 붐 조성 방안'과 '스타트업 글로벌 진출 맞춤형 지원 강화 방안'을 통해 국내 벤처의 해외진출 준비, 시장 진입 등 단계별로 지원키로 했으며 미국 실리콘밸리를 시작으로 지역별 '해외창업지원협의회'를 설치해 각국의 특성에 맞는 투자유치·홍보·법률컨설팅 등을 제공하기로 했다. 특히 전국에 '창업 붐'을 확산할 방안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창업은 경제 회복의 돌파구이며, 새로운 일자리를 가질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지름길"이라며 "누구나 쉽게 창업하고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에 관심과 노력을 기울일 것"을 주문했다. 하지만 그동안 정부가 몰라서 우리의 창업환경이 열악한 것은 아닐 것이다. 정부가 창의적인 발상이 생명인 벤처창업 지원에 관료적인 사고방식으로 접근하고 한번 실패하면 회생하기 힘든 사회분위기도 스타벤처의 탄생을 막았다.

우리나라는 창업의욕을 가진 젊은이들이 많지 않다. 대기업에 응시하거나 평생 안정된 생활을 추구하기 위해 공무원시험에 몰린다. 최근 행정직 9급 공채 경쟁률이 46대1이라는 통계가 말해주듯 진취적인 도전정신은 실종됐다. 구직과 구인이 엇갈리는 '미스매치현상'으로 대학을 졸업하고도 갈 곳을 잃은 청년들이 방황하거나 아예 취업을 포기하고 있다.

중동 분쟁과 테러위기, 협소한 내수시장, 척박한 자연환경등 온갖 악조건을 갖춘 이스라엘은 연간 1천400개씩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탄생하고 수만개의 일자리가 생겨나는 창업국가다. 이스라엘에 청년창업이 많은 것은 군대가 인재를 길러내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고 정부가 기업의 자율성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과감하게 투자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의 분석이다. 우리나라는 이스라엘보다는 훨씬 나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 다만 정부가 벤처창업이 활성화되고 성공적인 기반을 닦을 수 있도록 다각적으로 뒷받침을 하지 않고 '전시행정'에 그친다면 스타벤처 육성은 공염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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