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최익성 플랜비디자인대표·경영학 박사

최근에 코칭을 시작한 대기업 10년차 K과장은 '매일 열심히 살고 있는데 별 성과도 없고 인정도 못 받는 것 같다.'라고 하면서 필자를 찾아왔다. 열심히 하는 것과 몰입하는 것은 차이가 있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끊임없는 학습, 인내, 근면을 미덕으로 생각했다. 많은 조직들은 '오래 일하는 것이 잘하는 것'이라는 투입량 중심 사고에 빠져있다. 이러한 사고는 새로운 일을 통해 가치를 창출하기 어려워지자 오래 그리고 많이 일함으로써 저조한 성과를 무마하려는 방어적인 생각에서 비롯되었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면서 조직은 워킹 하드보다는 워킹 스마트를 강조하고 있다. 효율적이며, 합리적으로 일하고 더 많은 성과를 창출할 것으로 요구하고 있다. 성과를 넘어 가치를 만들어내야 한다.

그래서 K과장에게 "최근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입하여 수행한 일이 무엇인가요?" 라고 물었다. 그랬더니 돌아오는 답변은 주말에 하는 취미 생활에 대한 이야기였다. 회사에서 최근 3개월 사이 몰입했던 일이 무엇인가라고 물었더니 그런 적 없다고 한다. 실제 2012년 컨설팅 회사인 타워스왓슨의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직장인들 중 몰입 수준이 높은 사람은 전체의 17%에 불과했다. 즉 10명 중 8명은 일에 충분히 몰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평균은 35%이다. 상대적으로도 매우 낮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직원 몰입도가 기업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많은 연구는 직원 몰입도가 높을수록 이직률과 결근율이 낮고 생산성과 수익성은 높이는 것으로 나왔다.

몰입의 사전적 정의는 '어떤 대상에 깊이 파고 들거나 빠짐'이다. 몰입은 어떻게 하면 만들어질 수 있을까? 사자에게 쫓기는 얼룩말은 살아남기 위해서 최고의 몰입을 하며 달린다. 그렇다 몰입은 위기 상황에서 나온다. 그런데 이는 수동적 몰입이라고 할 수 있다. 수동적 몰입은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하는 몰입이다. 조직에서는 버티기 식의 몰입의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는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나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만 만연하게 만든다.?자발적 몰입이 일어나게 해야 한다. 자발적 몰입을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일의 의미와 가치'를 찾게 해줘야 한다.

과거보다 업무의 분화가 심화되고 조직의 복잡성이 높아지면서 구성원들이 일의 맥락을 파악하는 것이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경영환경의 변화가 빨라지면서 과거 관행에 의존한 업무 수행으로는 성공할 가능성이 낮아지고 심지어 일의 내용이 환경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해 구성원들이 특정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이유를 찾지 못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다시 말해 성취감 등 일이 주는 고차원적인 의미 이전에 일의 이유조차 납득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그러나 의미가 없다면 몰입도 없다. 의미를 발견함으로써 몰입을 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최익성 플랜비디자인대표·경영학 박사

첫째, 업무의 범위를 조정하는 것으로 자신의 권한 내에서 새로운 과업에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열어준다. 둘째, 동료와 고객와의 관계를 재구축하는 것이다. 유투브에서 2014년 8월 현재 1400만 조회수에 근접한 'Pink Glove Dance'라는 동영상은 청소부뿐만 아니라 모든 근로자들이 공통의 비전을 품은 팀의 일원을 강조하고 있다. 이렇게 동료에 대한 인식을 재구축함에 따라 자신의 일에 대한 가치도 다시금 바라 볼 수 있는 것이다. 셋째, 자신의 일 자체를 긍정적으로 재 정의하는 것이다. NASA의 경비원들은 자신의 하는 일이 단순히 국가 중요 시설을 보호하는 것을 넘어 '달나라로 가는 꿈을 실현하는 사람들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 의미발견을 하는 하루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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